보통 사람들은 들춰보지도 않는, 관심도 없는 모든 책에 있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누가 이 책을 기획했고, 썼고 뭐 그런 내용을 담은. 영화의 엔딩크레딧같은 페이지입니다. 그런데 작가라는 단어의 언저리에라도 서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 페이지의 이 부분을 꼭 확인합니다. 몇 쇄까지 나왔는지, 2쇄가 나올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렸는지...
아마도 대부분의 책은 두번째 줄이 없을 겁니다.제가 쓴 책 중에 절반 이상이 그랬고요. 살다보면, 어떤 일이든 하다보면 이런 것이 생깁니다. 타인은 모르는데, 관심도 없는데 나만 뾰족한 부분. 때론 내 약점이라, 때론 그렇게 되고 싶어서, 때론 우월감에. 그게 뭐라도 몇 개는 쥐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건방진 마음이라도, 찌질함의 드러남이라도, 그 아래아래에는 내가 살아가는 연료인 열정이 있는거니까요. 딱 5일만에 처음 찍은 책을 다 팔아버린 박정민 배우를 부러워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