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데이트랜드
허구란 뭘까요?
실존하지 않는 것을 보통 우리는 허구라 부르죠.
상상, 거짓말, 이야기.
사람의 머릿속에서 꾸며져 언어와 문자, 이미지에 힘입어 존재하는 것처럼 외피를 입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보통은 생각하죠.
하지만 그럼 우리의 대화는 허구인가요?
오늘도 당신이 맞이할 학교와 회사와 국가는 어디에 있을까요?
내가 '사랑'하는 이 순간은 실존하지 않는 가짜일까요?
되묻고 다시 생각할 때 당신도 깨달았을 겁니다.
생각보다 허구와 실존을 나누는 것은 쉽지 않아요.
모든 것을 허상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눈앞에서 숨쉬는 사람과 발을 딛을 대지와 서로 나누는 교감은 실존하고 있는 게 아닌가요?
결국 우리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판별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건 지속가능성입니다.
참과 거짓을 판별하는 기준이기도 하죠.
우리가 실존한다고 믿는 대부분은 실은 실물이 아니라 어떤 형태든 정보로 구성된 구조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학교?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건물과 책상이지 학교 그 자체가 아니죠.
회사? 공장 설비와 컴퓨터를 가져다놓으면 자동으로 일이 돌아갈까요?
국가? 정부라고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은 실은 다양한 형태의 공무원들이 모인 집단에 불과하지 않나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학교와 회사와 국가라는 이름 아래, 훈련된 사람과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과 집단을 이루도록 디자인된 정보구조체입니다.
우리가 실물이라 생각하는 것들도 어쩌면 정교하게 분자가 모여 구성한 정보구조체일지도 모를 일이죠.
이런 정보의 집합은 정보가 그렇듯 흩어지고 모이며 재구성됩니다.
실존은 바로 이 정보구조체가 지속되는 순간이에요.
반대로 허구는 이 정보구조체가 흩어지는 순간이구요.
실존과 허구는 이 단 한 순간에 갈리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우리의 교감도, 당신의 믿음도, 그리고 나의 사랑도 거짓이 아니에요.
비록 곧 허구가 되어 버릴지라도.
이 순간만은 분명히 '실존'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