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데이트랜드
여한이 생의 마지막 순간 없기를 바래요.
길을 걷다보면 문득 두고 온 것들이 생각납니다.
가져올 정도로 필요한 것들은 아니지만 버릴 정도로 하찮은 것들은 아닌 존재들이죠.
어쩌면 이 길 위에서 꼭 필요한 무언가였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다시 돌아가기엔 당신은 너무 멀리 와버렸을 겁니다.
이 길은 끝이 어디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길고 험난해 앞으로 가는 것만으로도 모든 힘을 소진하고야 말죠.
때문에 두고 온 것들은 단지 떠올리며 아쉬워할 대상이 되기 마련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이 길 위에서
마른 목을 적셔줄 물 한 방울일지도 몰라요.
혹시나 그것이 이 길 아래로 거친 돌더미로부터 발을 보호해줄 굽달린 신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에 그것을 이 길 밖에서 가져왔다면 이 여로의 끝에서 반드시 필요하게 되지는 않았을까요?
돌아갈 수 없는 몸을 끌고
당신은 상상에 잠길 겁니다.
두고 온 것에 회한과 그리움을 남긴 채
앞으로 향할 거에요.
그러다 마침내 끝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우리는 결정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테죠.
두고 온 것들이 이곳까지 온 것보다 더 의미가 있었을까요.
바로 그 순간이 당신이 생을 바쳐 걸어온 행로의 가치가 결정되는 때입니다.
그렇기에 나는 생의 마지막 순간, 아무런 여한도 남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당신도 마찬가지로 그렇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