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데이트랜드
이맘 때면,
손금을 서로 봐주던 장난이 생각나요.
운명은 정해져 있는 거라고 당신은 말했죠.
이 넓은 세상, 수많은 사람들, 서로 마주칠 일 없는 바쁜 시간 속에서 나와 네가 함께 서 있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고 웃곤 했습니다.
나도 당신과 만난 것이 애초부터 정해져 있던 것이기를 바랬어요.
우리는 믿지 않으면서도 타로와 별자리와 사주를 즐겨 보러 다녔습니다.
좋은 이야기가 나오면 하루가 즐거웠고, 나쁜 이야기를 들으면 일주일이 우울했죠.
이미 정해진 운명이 있다면 다시 볼 필요도 없는 것들을 우리는 다시 보곤 했어요.
실은 당신이야말로 믿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우리의 만남은 우연에 불과하고, 단지 이곳에 같이 선 것은 동선이 맞아 떨어졌을 뿐이며, 필연적인 이유 따위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요.
운명이 실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여긴 것은 아니었을까요.
손금을 봐주겠다는 핑계로 당신의 손을 붙잡았을 때 느끼던 두근거림을 기억합니다.
갖가지 선을 그리며 열띠게 손금의 운명선을 설명해주던 당신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손금의 연애선 때문에 우리가 여기까지인가 보다고 말하던 당신의 웃음을 추억합니다.
만약 정말 그 모든 것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것이라면, 시작하지 않는 것이 더 나았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과 나는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알고 있죠.
그 무엇도 정해져 있던 것은 없었음을.
그렇기에 손금을 서로 봐주던 장난을 추억할 수 있어요.
설사 영원히 너를 다시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맘 때면,
떠오르는 당신을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