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의 로스쿨 생존기3
연재웹소설-1. 펌 (3)
<나의 로스쿨 생존기>
기신
1. 펌(FIRM) (3)
지금은 2010년대, 한국에서 법조인이 되는 길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해방 이후부터 내려온 고시제도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에서 수입된 법학전문대학원, 통칭 ‘로스쿨(Law School)’이다.
고시제도의 일종인 사법시험에 합격한 법조인은 사법연수원을 나오고 기수별로 선후배 관계가 생기지만, 이제 막 도입된 ‘로스쿨’은 선배나 후배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모두 애송이들이니까.
문득 가장 중심에 있던 면접관이 드디어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요, 유 변호사. 그럼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해보지. 대체 왜 우리가 당신을 우리 ‘로펙’에서 뽑아야 합니까? 유 변호사 말대로 우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펌인데 말이오.”
기습적으로 핵심을 찔러오다니 과연 탁월한 변호사다운 솜씨다.
왜 로펙이 나를 뽑아야 할까?
일반적으로 면접은 면접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 소개, 이 조직이 자신을 뽑아야 하는 이유, 자신의 강점을 인상적으로 인식시키는 순서로 답변이 이루어진다.
그 점에서 볼 때 이번 면접은 이미 순서가 뒤죽박죽이 된 면접이다.
어쨌든 내 답변은 눈앞의 면접관들에게 인상적이기는 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보다 건방지다는 생각이 먼저 들 게 뻔하지.
어쨌든 나는 이 로펌에 들어가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거지 심술을 부리려 온 게 아니다.
그러나 이런 질문에 놀라 황급히 답한다면 제대로 된 답이 나오지 않는다.
나는 바로 대답하는 대신 말을 슬쩍 돌리기로 했다.
“글쎄요. 제 생각에는 변호사님께서 보고 계신 제 서류에 그 답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중심에 앉아 있던 면접관의 생각은 전혀 다른 모양이었다.
면접관은 슬쩍 서류를 내려 보더니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이 서류에는 우리가 원하는 답이 전혀 없기 때문에 묻는 겁니다.”
문득 면접관이 푸른 골무를 낀 엄지로 종이를 빠르게 넘기기 시작했다.
법정에서든 사무실에서든 서류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게 훌륭한 법조인의 자질이라고들 한다.
그 자질에는 서류종이를 아주 빠르게 넘기는 솜씨도 포함되어 있는지도 모를 일이지.
물론 요즘 시대는 이미 컴퓨터 화면으로 대용량 화면을 보는 IT 시대지만 법조계는 아주 전통을 따지는 느린 곳이거든.
“젊은 나이. 상위권 학벌. 상당한 영어 점수. 각종 수상 경력에 제법 법조 관련 경험도 로스쿨에서 쌓은 모양이군. 이 정도면 아주 적당한 인재라고 어디서든 여겨질거요. 하지만!”
서류를 넘기던 중앙 면접관이 눈을 나를 직시했다.
“여기는 로펙이지. 적당한 인재 따위는 필요없어요. 최고거나, 아니면 특별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적당한 인재.
그보다 더 나를 의미하는 적합한 표현은 없을지도 모른다.
30대 초반의 나이, 상위권 학벌, 원활한 외국어 실력, 각종 수상 경력, 그리고 내 입으로 말하기는 약간 쑥쓰럽지만 다양하고 독특한 실무 연수 경험.
그야말로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적당한 스펙이 내가 가진 무기다.
하지만 이곳에서 필요한 것은 적당함이 아니다.
중앙면접관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런데 어떻게 유 변호사가 우리 앞에 있는 건지, 그게 나는 가장 궁금하군.”
작가의 말 :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매주 1회 연재를 목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