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 V 완구 저작권,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당신의 콘텐츠를 지키는 방법-18 : 캐릭터의 저작권 침해 케이스

by 기신



태권V, 한국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중 가장 유명한 로봇 에니메이션 주인공이죠.

1976년에 처음 만들어져 많은 사랑을 받았고, 태권도가 큰 인기를 얻던 7~80년대에 국민 애니메이션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척박하던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를 먹여 살리던 중요한 콘텐츠이기도 했죠.


제작자인 김청기 감독에 따르면 최고 30만 명을 모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아직 영화 체인점이 드물던 1987년에 말이죠.

요즘 세대는 잘 모르지만 지금의 3, 40대에게는 꿈을 키우게 하고 태권도장을 찾게 만들던 추억이기도 합니다.


수년 전에는 <변호인>, <강철비>의 감독 양우석 감독이 ‘태권V’의 스토리 라인을 모태로 한 웹툰 ‘브이’의 스토리작가를 맡았다고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이 애니메이션이 송사에 휘말렸다는 소식이 전해졌죠.


<법원 "태권브이는 마징가와 구별되는 독립적 저작물", 2018. 7.31, 연합뉴스>

[(2018년 7월)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이광영 부장판사는 주식회사 로보트태권브이가 완구류 수입업체 운영자 A씨를 상대로 "저작권을 침해받았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4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무슨 이야기냐면 태권V의 저작권을 관리하고 있는 ㈜로보트태권브이가 태권V와 유사하게 보이는 완구를 판매하던 판매사에게 소송을 걸어 이겼다는 것입니다.

이게 대체 왜 화제가 된 걸까요?

저작권을 침해하면 당연히 문제가 되는 거 아닌가요?


우선 이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선 두 가지 측면을 보아야 합니다.


저작권법 원칙상 저작권이 보호하는 것은 양산품이 아닌 ‘단일품’이라는 점과 태권V 자체가 휘말려 있는 이른바 ‘마징가 제트 표절 논란’이 그것입니다.


저작권은 ‘저작물’을 보호하는 권리입니다.

때문에 양산된 디자인은 보호하지 않고 ‘일품’, 곧 단일한 하나의 저작물만을 보호합니다. 디자인은 디자인권으로 따로 보호받아야 하고 요건도 좀 더 복잡하죠.

그렇다면 태권V 같은 로봇 완구는 어떻게 보호받을까요?


바로 ‘미술저작권’을 통해 보호받습니다.


하나의 캐릭터나 형사의 도안을 미술저작물로 보호받고, 이 미술저작물의 복제를 통해 완구가 탄생한다는 전제하에 저작물을 보호받는 것이죠.

바꿔 말하면 위 기사에서 문제가 된 ‘완구’의 저작권은 다름 아닌 ‘미술저작물’로서 태권V의 형상에 대한 저작권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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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서 상대방인 A사는 이렇게 응수한 거죠.


“태권V는 ‘마징가 제트’를 모방한 창작물이라 보호가치가 없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요?


지난번에 한 번 본 이른바 <상어가족> 케이스를 생각하면 좀 더 쉽습니다.


동요 <상어가족> 표절 논란 케이스를 보시면, <상어가족>의 저작권자인 ㈜스마트스터디가 새누리당의 선거 송 ‘상어가족’에 대해 음악 저작권을 문제 삼자, 새누리당이 역으로 원저작물인 ‘미국 동요’에서 유래된 음악이라고 응수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미국 동요 저작권자가 오히려 ㈜스마트스터디에게 저작권 침해를 문제 삼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을 정도죠.


<[팩트체크] 한국당 '아기상어' 로고송 저작권 침해?, 2018. 5. 1. 뉴스톱>


A사의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유사한 방어책을 구사했습니다.

자신들의 완구 저작물은 태권V를 닮지 않았거나, 태권V 자체가 타 저작물인 ‘마징가 제트’를 거의 흡사하게 베껴온 저작물이기 때문에 저작물로서 성립하지 않아서 보호가치가 없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로보트 태권브이 VS 마징가제트, 두 전설이 맞붙으면···, 2018. 8.3, 경향신문>


본래 태권V는 처음 나왔을 때부터 마징가 Z와 유사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기는 했죠.

김청기 감독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몇몇 인터뷰에서 인정한 바도 있습니다.

다만 유사하다고 해서 저작권이 꼭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1.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저작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위 조항을 지켜야 합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저 문장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가 포함되어 있죠.

먼저 “창작성”이 있어야 하고, 다음으로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것이어야 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저작권이 성립하지 않으려면 창작성이 없거나 ‘표현’이 동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이 중에서 창작성은 기존의 것과 완전히 다른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실질적으로 모방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창작된 것이면 족합니다. 전통적으로 남의 것을 베끼지 않은 것으로 족하며 최근 판례에서는 ‘독창성’이 일부 요구되고 있죠.


이번 재판에서는 바로 이 ‘창작성’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재판부는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태권V의 창작성을 인정했죠.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10242967

<법원 "태권브이는 마징가와 구별되는 독립적 저작물", 2018. 7.31, 연합뉴스>


["태권브이는 등록된 저작물로, 마징가 제트나 그레이트 마징가와는 외관상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며 "태권브이는 마징가 등과 구별되는 독립적 저작물이거나 이를 변형·각색한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태권브이는 대한민국의 국기(國技)인 태권도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일본 문화에 기초해 만들어진 마징가 등과는 캐릭터 저작물로서의 특징이나 개성도 차이가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게다가 혹시나 상급심에서 독자적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2차적 저작물’로서도 저작권이 인정된다는 판시내용까지 적시했습니다.


<2차적 저작물의 정의>


"2차적저작물은 원저작물에 대해 사회 통념상 별개의 저작물이라고 할 정도의 실질적인 개변(substantial variation)을 한 것이라야 하며, 단지 맞춤법에 맞게 구두점을 첨가하거나, 용어를 약간 변경하는 등 기존 저작물에 다소 수정·증감을 한 것에 불과한 것은 원저작물의 복제물에 불과하고 2차적저작물로서 성립할 수 없다."


태권V의 캐릭터가 태권도를 바탕으로 한 점 등이 중요한 이유가 되었죠.


이러한 재판부의 판단은 틀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마징가 Z와 태권 V는 어느 정도 형상에서 차이를 보이며, 설사 비슷하다 하더라도 2차적 저작물로는 충분히 성립한다고 할 수 있죠.

특히 소송에서 충분히 다루어진 것 같지는 않지만, 본래 마징가 Z 역시 일본에서 유행했던 다른 로봇 애니메이션에서 큰 영향을 받아 형상이 만들어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태권 V가 일부 유사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독립된 창작물로서 인정받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습니다.


<완구업체 "태권V, 마징가Z 저작권 판결 항소 예정", 2018. 8.17, 스타뉴스>


[완구업체 측 변리사는 이날 방송에서 "항소 진행이 될 것이고 당연히 반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체 사장은 "태권V 가슴에 V는 그레이트 마징가 가슴에 V와 유사하다. ('V로봇' 나노 블록) 개발을 했는데 손해가 크다"고 했다.]


비록 이렇게 완구업체 A사가 항소를 한다고 하지만 태권V의 저작권 자체가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오히려 완구업체가 만든 ‘블록완구’가 태권V와 유사하지 않아 실질적 유사성이 없다고 집중적으로 항변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태권V가 마징가Z와 유사하지 않다고 법원이 판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유의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법원이 판시한 내용은 어디까지나 태권V가 ‘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일 뿐, 마징가Z와 실질적 유사성이 없다고 판시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직 태권V와 마징가Z 사이의 표절 논쟁은 끝난 것이 아닌 셈이죠.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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