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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Mar 11. 2019

평균

에세이-데이트랜드


눈금이 아슬아슬하게 진동하듯 흔들린다.

언제나 중간만 하면 된다고 어렸을 때 이야기를 듣곤 했다.
지나치게 모자라도, 극도로 뛰어나도 모난 돌이 되어 정을 맞고 부서지는 게 이치라고 했다.
문득 돌아보면 벗어날 아슬아슬한 선을 지키며 살아가야 오래도록 평안히 살 수 있다고 배웠다.

하지만 자라고 보니 평균에 다다르기 위해 살아가는 것은 실로 어렵고 위대한 일이었다.
이 땅 위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평균에 미달할까 두려워 격렬히 뛰고 혹은 극심히 달려 바스라지는 광경을 보아왔다.
평균을 뛰어넘는 이들은 극찬을 받으며 세계를 질주했고, 평균에 모자라는 이들은 오히려 세상에 관심을 닫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갔다.

평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온전히 생을 바쳐 애써야 한다.
간신히 이루면 그것으로 생을 모두 소진하고,

결국 이루지 못하면 불행과 절망에 빠진 채 죽을 때까지 후회만을 안고 산다.
불현듯 평균의 삶에서 뛰쳐나오기를 갈망하며,

극단의 삶을 선망하기 시작한 이유다.

그럼에도

두려움이 아직 발을 내딛지 못하게 만든다.
저울의 눈금이 아슬하게 진동하듯

흔들리는 광경을 본다.
이미 이루지 못할 평균의 삶에 대해

아쉽게 고개를 돌린다.

망설이던 길 위로 첫 발을 내딛을 때,

삶은 다시 격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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