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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May 14. 2019

기념

에세이-데이트랜드


아주 먼 곳에 다다라 흔적을 남기는 순간이 있다.

태고의 시절, 선조들은 가는 곳마다 처음으로 발길이 닿는 장소였을지 모른다.
어디든 사람의 자취가 처음 닿는 순간이었을 수 있으며, 세우는 것마다 처음으로 그 땅 위에 오른 건축물이었을지 모르며, 남기게 된 흔적은 유서깊은 첫 기록이 되었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제국의 정복자와 용감한 모험가와 머나먼 이주길을 떠났던 이들이 남긴 흔적은 수천년이 지난 지금도 빛나는 기록으로 전해진다.

지금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다른 곳에 다다라 기념비를 남기는 것은 이토록 오래된 관습이다.
덧없이 흘러가는 생의 시간 속에서 기록만이 남는다.
한때 눈부신 지점에 당신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무언가다.

때문에 우리는 흘러가는 모든 것을 끊임없이 기록으로 남긴다.
이 거대한 세상 속에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는 것은 아주 작지만 오래도록 남을 기록 뿐이다.
실로 소소한 흔적 하나가 수천 년이 넘도록 남아 옛 선인들을 기억하게 하는 것처럼.

문득 기념으로 사진 한 장을 찍다가 이 기록은 언제까지 남게 될지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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