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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Jan 06. 2021

대부분

에세이-데이트랜드


대부분_삶은 대부분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명이 시작된 이래 인간은 최적의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조금이나마 나은 방법을 찾으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전했고, 다시 그 위에 더 나은 해법을 찾아 더하며 발전이라는 개념을 덧붙였다.
지금의 문명은 만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인류가 노력한 패턴의 정립이 이루어낸 것이다.

때문에 사람은 제도의 굴레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수없이 많은 패턴을 익히며 어른이 되었고, 얼마나 많은 패턴을 잘 수행하는지에 따라 평가받으며, 때로는 삶의 목적을 패턴 그 자체에 두는 이마저 있을 정도다.
그러나 잘 만들어진 중첩된 패턴이 순식간에 아무 쓸모도 없게 될 수 있다.

언어는 이국에 가면 쓸모가 없다.
법률은 합의가 깨어지면 순식간에 무너진다.
심지어 문명도 갑작스런 천재지변 앞에서 붕괴된다.

한때 빛나던 고대 제국들이 망가진 전례가 있듯이 오늘날 현대 문명도 언제든 부서질 수 있다.
그렇게 될 때 패턴을 전부로 알며 살아왔던 사람들은 어디에 의미를 두고 살아야 할까.
어쩌면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 삶의 극히 일부분이 진정 가치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주 사소한 변덕, 잠깐의 일탈, 쓸모없는 망상과 같은 것들이다.

정해진 규칙을 지키기 위해 멍하니 서 있다가 신호를 놓치고서, 횡단보도를 앞에 둔 채 한 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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