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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Mar 13. 2021

외출

에세이-데이트랜드


외출_먼지가 가득한 하루다.

항상 자유를 만끽하는 자에게 외출은 일상일 뿐이다.
그러나 한 줌 여유조차 사치인 이들에게 밖으로 일 없이 나서는 시간은 경이의 연속이다.
한 낮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다닌다는 것을 마치 처음 깨닫는 듯 하다.

애석하게도 간만에 나선 길은 서쪽에서 불어온 먼지로 가득했다.
숨을 한 번 몰아쉴 때마다 기침이 나오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머리칼이 뒤엉키며, 어쩐지 눈마저 바싹 말라붙어 버리는 느낌이다.
이런 날은 도리어 시간이 있어도 실내에 틀어박혀 있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가끔 주어지는 일탈의 시간을 평소와 똑같이 보내는 것도 참기 어려운 일이다.
폐를 가득 채우는 먼지와 견디기 어려운 지루함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살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더라도, 생을 견디기 위해 사람은 외출을 선택한다.

그럼에도 조금은 더 나은 외출을 할 수 있는 때를 기대할 수 밖에 없는 게 또한 사람이다.

문득 외출조차 힘든 하루, 걸음을 힘겹게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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