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의 로스쿨 생존기25
연재웹소설-3. 금수저의 식탁 (10)
<나의 로스쿨 생존기>
기신
3. 금수저의 식탁 (10)
경멸과 경애는 상류층에게 매우 중요한 이슈다.
세상 어디든 서열을 가리는 게 인간이다.
이른바 상류층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저 자는 나보다 위인가, 아래인가. 나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없는가.
권력과 부의 순서가 어떻게 되지?
이 모든 것은 두 가지 단어로 집약된다.
상대방이 존중받을 사람인가, 무시해도 되는 사람인가.
능력이나 지식, 덕망으로 이를 평가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은 사실 하이 클래스에서는 별 의미가 없지.
숫자로 평가할 수 있는 것만이 이들을 움직인다.
“할머니가 지호 때문에 우리를 ‘경멸’한다구요?”
누나, 지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필이면 밥을 먹는 자리에서 이런 대화를 하는 일은 항상 누나는 피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우리 가족이 모이는 자리라고는 드물게 같이 밥을 먹는 식탁 뿐인걸.
때문에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누나는 정말 마뜩찮은 낯빛이다.
그때도 잔뜩 찌푸린 얼굴이었다.
“그래. 나에 대해서는 ‘손자’를 이렇게 키운 것에 대해 경멸하고, 우리 집안에 대해서는 백금재단을 이끌 역량이 없다고 생각하지.”
“왜 그렇죠? 방송사에 들어가는 게 뭐 어때서요? 현대 예술에는 영상 아트도 빼놓을 수 없어요. 게다가 백금재단을 경영하는 건 어머니잖아요.”
“네 할머니가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니?”
딱 부러지게 어머니는 잘라버린다.
언제나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어머니의 세계에서는 정해져 있다.
할 수 있는 것을 어머니는 무자비할 정도로 철저하게 해낸다.
하지만 할 수 없는 것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김옥순 백금그룹 회장님이 정한 선은 어머니가 절대 넘을 수 없는 한계였다.
“네 할머니는 백금재단을 우리 집안에 맡겼다고 생각할 뿐이야. 네 아버지 대신, 그리고 네 아버지를 이을 너희들 대신 말이다.”
누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럼 더욱 그런 말씀을 하셔서는 안 되는 거죠. 저도 있잖아요?”
침묵의 벽이 식탁 위를 막아섰다.
맞아, 내가 만약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누나가 있다.
게다가 사실 굳이 순서로 따진다면 먼저 태어난 누나가 먼저잖아?
더 많이 배웠고, 더 많은 것을 해보았으며, 기업이 아닌 예술재단이라면 더욱 적합한 인재일지도 몰라.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의 재벌은 남자가 상속 순위에서 우위에 서는 것도 사실이다.
반대로 말하면 재벌 일가라는 ‘족벌집단’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은 그 집단의 ‘남자’를 평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설사 누나가 재단을 물려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백금그룹의 회장은 누나의 역량이 아니라 ‘나’의 역량을 보고 우리 ‘가족’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다.
나는 그때서야 입을 열었다.
“그걸 지금 결정해야 되는 겁니까?”
잠시라도 XBS에 입사한 후에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일까?
어머니는 칼로 긋듯 선을 그었다.
“그래.”
작가의 말 : 물론 근래 재벌가도 여성이 상속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회사 경영권을 상속하는 게 온당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크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