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의 로스쿨 생존기24
연재웹소설-3. 금수저의 식탁 (9)
<나의 로스쿨 생존기>
기신
3. 금수저의 식탁 (9)
꿈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다.
재벌 3세라고 해서,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나처럼 기업 경영을 할 거라고 기대되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시간은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넘쳐났다.
남보다 많은 꿈을 꿀 시간과 자원이 있었고 해볼 여유도 주어졌다.
그런데 이제와서 꿈을 포기해야 한다고?
당시의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만큼 어렸다.
꿈을 꾼다고 해서 모두가 꿈을 이룰 수는 없다는 현실을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기도 했다.
프로스트의 유명한 시가 있지.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그 시에서 가장 유명한 문구는 마지막 3줄이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지, 그리고 나는-
나는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을 택했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어.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가지 않았던 길이 더 빛나던 길인지는 알 수 없다.
사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길은 결코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적게 걷는 길은 아니지.
하지만 아직도 가끔 생각하곤 한다.
만약 다른 길을 정말로 관철시켰다면 지금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애석하게도 나에게는 선택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XBS 입사는 취소하거라.”
재벌가에서 저녁 식사는 무척 드문 이벤트인 동시에 가장 성대한 식사자리여야 한다.
왜냐하면 다들 외부 일정이 있어서 저녁에 만날 일이 별로 없거든.
동시에 아침이나 점심과 달리 준비할 시간이 긴 탓에 저녁 준비는 아주 충실하다.
물론 본인들이 준비하기보다 이른바 ‘가정부’들이 준비하는 거지만 말야.
무엇이 차려졌는지 보기도 전에 자리에 앉자마자 어머니가 꺼낸 말에 나는 잠시 얼어 붙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매일 카메라만 들더니 말귀도 못 알아듣는 거니? 방송사에 들어가는 걸 그만 두라고 했다.”
“제 말은, 왜 그래야 하는지 묻는 거에요, 어머니.”
물론 부모는 자식을 법적으로 양육하고 감독할 의무가 있지.
때문에 가끔 자녀가 저지른 사고에 대해 부모가 민사상 연대책임을 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성년자에 한하지.
민법은 만 19세 이상을 성인으로 정하고 있다.
‘성인’이란 법적으로 완전한 권리와 의무를 지는 자를 말한다.
예컨대 세금도 직접 내야 하고 빚을 져도 본인이 지불해야 한다.
동시에 자기 갈 길을 정하는 것도 본인의 몫이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는 독립이 늦어지는만큼 실질적인 ‘성인’이 되는 시기도 늦다.
게다가 나처럼 집에서 지원받는 게 많은 사람은 더욱 독립하기 어렵지.
어머니는 ‘너를 먹여살리는 게 나이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네 할머니가 우리 집안을 ‘경멸’하게 되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 : 프로스트의 시는 가지 않은 길이 좋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달랐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