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의 로스쿨 생존기23

연재웹소설-3. 금수저의 식탁 (8)

by 기신

<나의 로스쿨 생존기>


기신


3. 금수저의 식탁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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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죽을 남아선호 사상은 이상한 곳에서 꼭 문제를 일으키지.


내 누나인 유지수는 나와 달리 예술에 아주 관심이 많다.

대학 졸업 전부터 재단에 관여했고 프랑스에 미술 전공으로 유학도 다녀왔지.

나보다 손위이니 상속 서열이 낮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법정 상속분이야 똑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금그룹의 오너 일가에서는 ‘남자’인 내가 더 유리한 모양이었다.

심지어 오너가 노부인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지.


“PD는 현대의 예술가라고! 영상 예술을 만드는 직업이란 말이야!”

“야, 예술가는 뭐 외할머니가 높게 쳐줄거 같냐? 헛짓거리 하지 말고, 재단 빼앗기기 싫으면 당장 관둬. 외할머니가 원래 네게 주려고 생각했던 다른 것들도 다 취소될지도 몰라.”

“취소되면 형은 좋은 거 아냐?”


정곡을 찌르는 내 말에 멀뚱하니 나를 보던 석진이 웃었다.


상속할 재산이 아무리 막대해도 한도가 있다.

이건 제로섬 게임이지.

누군가가 적게 받으면 누군가는 당연히 더욱 많은 것을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석진 형은 확실히 상속에 대해 나보다 훨씬 오래 생각했음을 보여주었다.


“생각 좀 하고 말해. 남아를 선호하는 집안에서 네가 못 되면 우리 집으로 올 것 같냐?”


석진 형은 큰 고모의 큰 아들이다.

남아를 선호하는 옛날 사람인 김순희 회장님은 자연히 큰 고모보다 백부나, 둘째 숙부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큰 고모가 지금까지는 수완으로 버텨왔을 뿐이다.


하지만 셋째 아들 집안인 우리 집이 상속을 덜 받게 되면 백부나 숙부에게 힘이 더욱 실릴 수 밖에 없다.

갑자기 들이닥친 일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온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꿈을 포기해야 한단 말이야?


“그러니까, 나보고 PD 말고 다른 진로를 택해라?”

“외할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신 적은 없지. 하지만 아무래도 그게 낫겠지?”


기업의 후계구도를 정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어른들,

그러니까 이른바 ‘재벌 2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게임이다.

3세대에 속하는 우리는 단지 정해진 결과를 받아들일 뿐,

직접 나서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그런데 석진 형은 여기에 뛰어든데다 정해져가는 구도를 바꿀 수도 있는 제안을 던진 셈이다.


“꿈이냐, 돈이냐? 이 얘기인가?”


내가 비꼬며 되묻자 석진 형은 손가락을 미미하게 흔들며 대꾸했다.


“천만에, All or Noting. 외할머니 심기를 더 거스르면 XBS에서 쫓겨나는 건 물론이고, 그 뭐냐 외주 PD인가로도 일 못하게 될 걸?”


그야말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외통수에 몰린 셈이었다.

정말 밥 맛 없는 점심 브런치였다.




작가의 말 : 물론 돈을 포기하면 되지만, 실제로 그런 선택은 쉽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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