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의 로스쿨 생존기22

연재웹소설-3. 금수저의 식탁 (7)

by 기신

<나의 로스쿨 생존기>


기신


3. 금수저의 식탁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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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유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무슨 말이야? 예술재단은 돈을 버는 곳이 아니잖아?”

“그거야 명목상 그런 거고 수익성 따지는 건 그룹 내 어떤 곳이든 마찬가지야.”

“하지만 대체 왜?”


본래 재단의 이사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곳은 이사회다.

따라서 이사장인 어머니가 연임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이사들에게 입김을 넣어 새로운 이사 선임을 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위협을 가할 필요도 없다.

백금예술재단에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넣고 있는 백금그룹 계열사들이 일제히 기부금을 끊어버리면 그것만으로도 압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상속 문제가 불거졌다고 하더라도 굳이 백금재단에서 어머니를 물러나게 할 필요는 없잖아.

백금예술재단의 주식 의결권이 김순희 회장님이 원하는 후보를 지지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닐까?


물론 재벌 그룹의 의사결정과 상속 다툼은 그렇게 간단히 결정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수백억, 때로는 수천억 원의 자금과 딜이 오가는 게임이니까.

석진 형이 나를 물끄러미 보다가 비웃었다.


“네가 문제야.”

“뭐?”

“PD 따위가 되겠다는 네가 진짜 문제라고. 너 지난 번 아침 식사 때 외할머니가 얼굴 굳어버렸던 거 몰랐냐? 네가 입사한다는 XBS 얘기 듣고 말이야.”


세간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는 방송사 PD가 ‘문제’라고 말하는 집단은 굉장히 드물 게 분명하다.

사실 이른바 재벌가의 일원들이 택하는 인생은 한정되어 있다.


집안이 운영하는 기업에 투신하거나,

새로운 분야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룹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신사업에 뛰어들거나,

예술계의 큰 손이 되어 후원을 하는 일이 대부분이지.


기껏 월급쟁이 인생을 택한다고 해봐야 십중팔구 금융가에 투신하는 게 대부분이다.

돈을 많이 다뤄봤고,

외환이나 증권의 복잡한 상황에도 태생적으로 익숙하며,

무엇보다 여기 저기서 큰 돈을 많이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PD처럼 방송가의 콘텐츠를 만드는 직업은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


“PD가 뭐 어때서? 게다가 XBS는 요새 잘 나간다구!”

“그래봐야 상업방송 아냐? 아니, 그걸 떠나서 집안 어르신들은 그거 ‘딴따라’ 뒤 바주는 일로 생각하신다는 것도 몰랐냐?”

“그걸 내가 왜 신경써야 되는데?”

“외할머니가 XBS에 광고 끊지 않을 걸 다행으로 여겨. 너 진작에 입사 취소되었을 수도 있어.”


농담처럼 들리는 이야기지만 진실이라는 게 더 선뜩한 말이다.

백금그룹의 오너는 그렇게 할 수 있다.


방송사 PD는 간단히 되는 게 아니다.

방송 기본 소양에서부터 영어는 물론 제2외국어와 이른바 ‘언론고시’로 통칭되는 코스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압박면접과 집단 합숙 면접은 기본이다.

내게도 인생의 중요한 시간을 쏟아부어서 이루어낸 자리였다.


하지만 백금그룹의 오너는 단 한 마디의 위협만으로도 그 자리를 날려버릴 수 있다.


“대신에 백금예술재단의 뒤는 불안하다고 판단하신거지. 뭐니뭐니 해도 지수보다는 네가 재단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잖아.”




작가의 말 : 이 글은 당연히 픽션입니다. 요새는 재벌 3세가 시민단체도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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