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셜미디어의 허위 정보 대응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
이용자들이 시민의 생명, 신체, 안전과 관련한 거짓 정보나 허위 정보를 소셜미디어에 게시할 때, 플랫폼사업자는 그와 같은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계정을 차단할 수 있는가? 사업자가 특정한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특정한 이용자의 계정을 폐쇄하는 것은 “자율정책”으로 옹호될 수 있는가?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전통적인 언론매체와 마찬가지로 플랫폼에 게시되는 거짓이나 허위 정보를 ‘조정’ 혹은 ‘완화’할 수 있는 편집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아니면,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어떠한 경우에도 이용자들의 게시물에 대해 삭제 등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가? 혹은 플랫폼사업자가 이용자들의 게시물을 차단하지 못하도록 아예 법률로 강제하는 것은 위헌으로 판단될 것인가? 정부 기관 종사자가 SNS상의 거짓이나 허위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플랫폼사업자와 ‘상당한’ 수준의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결과적으로 그러한 게시물이 삭제되었다면, 정부 관료의 행위는 헌법이 금지하는 ‘검열’에 해당하는가? 플랫폼사업자가 정부의 게시물 삭제 요청을 명시적으로 거부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정부의 그러한 요청 행위만으로도 사업자가 ‘상당한’ 심적 부담을 느꼈다면 정부 행위는 헌법상 ‘검열’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는가?
SNS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정부의 허위 정보 확산 차단 시도, 플랫폼사업자의 게시물 차단의 정당성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최근 미국 연방법원에서 전개되었다. 시선을 끌었던 사건은 두 가지다.
첫 번째 사건은, 미디어 플랫폼사업자들의 편집권 행사를 금지한 텍사스주와 플로리다주법이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하느냐는 논쟁이었다. 2021년 1월 미국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을 겪으며 플랫폼사업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폐쇄했고,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인 플로리다와 텍사스주에서는 2021년 플랫폼사업자의 게시물 편집권을 법으로 제한했다. SNS 플랫폼은 언론이 아니라 공공 통신업자에 불과하고 따라서 플랫폼사업자가 이용자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허위 정보나 혐오 발언의 확산을 방지하겠다면서 이용자들의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차단해 왔다. SNS 기업을 회원사로 둔 넷초이스는 두 법률이 미디어 플랫폼사업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 지방법원은 두 주의 법률에 대해 예비적 금지명령을 내렸는데, 항소심에서 제11순회법원은 플로리다주의 법률에 대한 1심의 금지명령을 지지했지만, 제5순회법원은 텍사스주의 법률에 대한 금지명령을 뒤집었다. 연방대법원은 올해 7월 1일 두 항소심 법원 결정을 파기하고 환송했다. 대법관 9명의 일치된 의견으로, 연방대법원은 수정헌법 제1조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1
다만 올해 2월 26일 진행된 변론에서 다수 대법관은 두 주의 법률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편집권 행사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허위정보라거나 혐오발언이라는 등의 이유로 플랫폼사업자가 SNS 게시물에 대해 삭제, 차단 등의 조처를 하는 것이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한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플랫폼사업자의 콘텐츠 큐레이션이 용인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연방대법원 차원의 판단은 “내일로” 미뤄졌다.
두 번째 사건은,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나 공직선거와 관련한 거짓, 허위 정보의 삭제를 플랫폼사업자에게 요청하는 것이 게시물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느냐는 논쟁이었다. 미연방대법원은 대법관 6대3의 의견으로 올해 6월 26일, 정부 관료와 플랫폼사업자의 접촉을 금지한 하급심의 결정을 뒤집었다. 허위 정보를 차단하려는 정부의 정책접근을 “실질적”으로 수긍한 결정이다. 2022년 5월 공화당 소속인 루이지애나주와 미주리주 법무장관, 그리고 5명의 시민 원고는 정부가 플랫폼사업자에게 ‘강압’을 행사해 SNS 게시물을 삭제케 하였다면서, 이는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한 원고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2023년 7월 연방 지방법원은 정부의 행위가 원고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정부 관료와 플랫폼 사업자 간의 접촉을 금지했고, 2023년 9월 항소심 제5순회 법원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올해 6월 26일 연방대법원은 “정부가 원고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데에 대한 증거를 원고 중 어느 누구도 입증하지 못했다”라며 하급심 판단을 파기하고 법정 다수의견과 일치하는 절차를 취하라며 제5순회 법원에 환송했다.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대한 이용자와 플랫폼사업자의 표현의 자유,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정부 권한의 범위와 수정헌법 제1조 간 관계를 조명하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적’ 판단은 “내일로” 연기되었다.
다만, 2024년 3월 18일 변론에서 다수의 대법관은 하급심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허위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SNS 플랫폼과 소통하는 것을 막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진보나 보수적인 입장에 관계없이 대법관들은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정보를 탑재하는 개인, 미군의 안전을 위협하는 정보, 청소년의 자살을 유인할 수 있는 정보 등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 글은 이 두 번째 사건의 전개 과정과 그 함의를 살펴보려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연방대법원 결정문,2 뉴욕타임즈 기사,3 국내의 주요 언론 기사를 참조했다.4
2. 사건의 개요
2022년 5월 루이지애나주와 미주리주 법무장관, 그리고 의사와 뉴스 사이트 운영자 등 소셜미디어 이용자 5명은 정부 기관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강압’하거나 ‘상당히 독려’함으로써 플랫폼으로 하여금 SNS 게시물을 삭제하게 만든 것은 수정헌법 제1조에 위반된다는 소송을, 루이지애나주 서부에 위치한 연방 지방법원에 제기했다. 공화당 소속인 두 주의 법무장관은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한 마스크 착용을 반대하는 운동을 벌였고, 5명의 개인 원고들은 코로나 백신의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거나 의학 전문가들이 효과성을 부정한 약물의 사용을 오히려 권장하는 의견을 개진해 왔다. 원고들이 사건을 접수한 루이지애나 연방법원의 판사 Terry A. Doughty는 2017년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었고, 이 사건을 담당하기 전에 코로나19 백신이 질병의 전염을 예방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미취학 아동에 대한 백신 의무화에 반대하는 판결을 선고하기도 했다.
2023년 7월 4일 도티 판사는 백악관, 질병통제예방센터, 보건복지부, 연방수사국 등 정부 기관이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보호받는 게시물의 제거, 삭제, 억제, 축소를 어떤 방식으로든 촉구, 격려, 압력,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소통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도티 판사는 다만 범죄, 국가 안보를 위협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는 외국의 게시물에 대해 플랫폼에 통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루이지애나와 미주리주 법무장관은 도티 판사의 결정을 ‘역사적’이며 ‘자유 수호를 위한 싸움의 승리’라고 극찬한 반면, 정부와 소셜미디어 플랫폼, 허위 정보 연구자들은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한 증거가 없다며 법원 결정을 비판했다. 금지명령이 내려진 다음 날 법무부는 바로 항소했다.
2023년 7월 14일, 제5순회 연방 항소심 법원은 법원의 추가 명령이 있을 때까지 하급심의 접촉 금지명령을 중단시켰다. 9월 8일 항소심 법원은 행정부의 행위가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연방 지방법원 도티 판사의 금지명령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항소심 법원은 백악관과 보건복지국이 “위협적인 메시지와 위협을 통해 플랫폼이 게시글을 검열하도록 강요”하고 플랫폼의 결정을 ‘상당히 독려’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법원은 “정부가 강요하거나 상당한 수준에서 ‘독려’한 경우 사적인 당사자의 행위라도 국가 행위가 될 수 있다”라고 보았다.5 다만 가처분 명령의 범위를 백악관, 보건복지국, FBI, 질병통제센터로 좁혔다. 항소심을 담당한 Edith B. Clement, Jennifer W. Elrod 판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명하고, Don R. Willett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했다.
2023년 10월 20일, 연방대법원은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이 미디어 플랫폼과 접촉하는 것을 금지한 항소법원 결정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이 사건에 대한 행정부의 심리 요청을 받아들였다. 진보적인 성향의 Sonia Sotomayor, Ketanji Brown Jackson, Elena Kagan 등 세 명의 대법관과 보수적인 재판관으로 분류되는 John G. Roberts, Jr. 대법원장, Brett M. Kavanaugh, Amy Coney Barrett 대법관 등 6인이 찬성했다. 스토마이어, 잭슨, 케이건 대법관과 보수적인 로버츠 대법원장, 카바노, 바렛 대법관이 찬성했다. 보수적인 성향의 Samuel A. Alito Jr., Clarence Thomas, Neil M. Gorsuch 3인의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연방대법원의 결정은 인터넷 시대에 수정헌법 제1조의 역할, 특히 허위 정보의 확산을 방지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검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2024년 3월 18일 연방대법원에서 이 사건에 대한 심리가 진행됐다. 다수의 대법관은 정부가 거짓이나 허위 정보에 대해 플랫폼사업자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카바노, 케이건 대법관은 정부 관료들이 보도에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하는 것은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금지되지 않은 ‘가치 있는 대화의 일부’라고 비유했다. 심리에서 대법관들은 국가 안보, 개인정보 유출, 청소년 유해 정보 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되는 것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연방대법원의 심리 수용 결정에 반대했던 알리토, 토마스, 고셔 대법관은 이날 심리에서도 정부의 입장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적인 발언을 정부가 검열하는 것은 미국 민주주의 형태와 상치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진행된 심리 내용은 3개월 후 선고된 연방대법원의 법정 의견과 반대의견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미국연방헌법 제3조는 사법권이 관할하는 사건이나 분쟁(cases or controversies)을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근거한 원고적격의 헌법적 요건은 당사자에게 사실상의 손해가 존재하고, 문제가 된 행위와 손해 간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며, 법원의 판결에 의해 구제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고적격의 문제는 당사자가 법원에 당해 소송의 본안 또는 특정한 쟁점의 본안에 대해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이 있는가 여부에 관한 문제로서, 소송을 심리하는 법원의 권한을 결정하는 모든 소송에서의 전제라고 할 수 있다.6
2024년 6월 26일 연방대법원은 6대3의 의견으로 본안 사건이 되지 못한다고 결정했다. 다수의견을 반영해 배럿 대법관이 쓴 법정 의견은, 이 사건에서 개인 원고든 루이지애나나 미주리 등 주 원고든 어느 누구도 미연방헌법 제3조에 따라 피고인 정부에 대해 가처분을 구할 수 있는 당사자적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법정 의견은, 미연방헌법 제3조가 규정한 ‘사건이나 분쟁의 요건’은 사법권이 적절하게 행사되기 위한 ‘기본 전제’라면서, 이를 위해 원고 중의 최소한 누군가 한 사람은 당사자로서 적격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시했다. 즉 원고는 구체적이고 특정화된, 그리고 현실적이거나 곧 들이닥칠 손해를 입었거나 입게 될 것이라는 점, 그러한 손해는 추적 가능하다는 점, 또 법원의 결정으로 구제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원고 중 누구도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법정 의견은 도티 판사의 연방 지방법원과 연방 제5순회법원이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부분에서 치명적인 잘못을 범했다고 지적했다.
법정 의견은 이 소송에서 추구하는 것이 행정부 관리들과 소셜미디어 플랫폼사업자들 간의 접촉을 금지하는 미래지향적 구제임을 감안한다면, 원고들의 반복된 피해는 실질적이고 임박한 것이어야 하는데 원고들은 그러한 위험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판시했다. 또 원고들은 행정부가 ‘직접 검열’을 한다고 주장했으나 플랫폼들이 자율적인 정책에 따라 허위 정보에 대응해 왔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원고들은 이 점에 대해서도 입증하지 못했다고 법정 의견은 판단했다. 원고들이 주장한 ‘청취권’에 대해 다수의견은, 청취권 이론은 소셜미디어의 모든 이용자가 다른 모든 이용자의 게시물에 대해 검열 소송을 무한히 인정하는 꼴이어서 연방대법원으로서는 이를 받아들인 적이 없다고 설시했다. 다만, 정보와 아이디어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을 수정헌법 제1조에 의거해 인정한 경우에도, 다른 사람의 발표와 자신의 손해 사이의 구체성과 특정성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에서 개인 원고든 주 원고든 소셜 미디어상의 누구의, 어떤 메시지에 대한 청취권이 손상되었는가를 구체적이고 특정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보았다.
알리토 대법관이 대표 집필하고 토마스, 고셔 대법관이 동의한 반대의견은, 하급심에서 언명된 대로 이 사건이 연방 고위 공무원들에 의해 수행된 ‘폭넓고 광범위한 검열’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연방대법원이 최근 수년간 취급한 사건 중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규정하면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적 자치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표현의 자유는 의료와 자연과학, 인문과학, 사회과학 분야의 지식과 사상을 발전시키는 핵심이라고 설시했다. 더불어 소비자·인권 단체 이사이며 원고 중 한 사람인 하인즈가 페이스북으로부터 받은 피해를 열거하며, 연방대법원은 원고적격을 인정해 이 사건에서 정부 공무원의 행위와 소셜미디어 플랫폼, 그리고 수정헌법 제1조의 표현의 자유 문제를 당연히 다뤘어야 한다고 설시했다. 하인즈의 경우 실질적 손해, 추적 가능성, 구제 가능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는 것이다.
반대의견은, 코로나19 펜데믹과 관련한 상당수 게시물이 가치가 없고, 사실이 아니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었고 또 상당히 위험하기조차 했지만, 그러한 게시물을 삭제하고 차단하는 과정에서 ‘가치 있는 표현’들이 억압을 당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는 나라의 중요한 정책적 사안에 대한 반대의견도 허용돼야 한다고 설시했다. 반대의견은, 최소한 하인즈의 경우 원고 적격성을 갖추었고, 소셜미디어가 언론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연방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언론의 자유 문제를 다룰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연방대법원이 그 의무를 회피하고, 오히려 정부 관료들에게 ‘성공적인 강압 캠페인’을 허용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미디어 플랫폼에 강압적인 검열 캠페인을 펼치더라도, 그 행위가 아주 정교하게 수행된다면 허용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로 법정 다수의견이 읽히게 될 것이라며 연방대법원은 결코 그와 같은 메시지를 제시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3. 마무리
연방대법원은 이 사건의 원고 적격성이 충족되지 않아 본안 판단에 이르지 못한다고 결정했다. 소송의 당사자로서 필요한 요건을 입증하는데 원고들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이 이 문턱 앞에서 걸음을 멈춘 바람에 인터넷 시대, 특히 모바일과 SNS를 통해 개인의 의사 표현과 뉴스 정보 유통이 이뤄지는 미디어 환경에서 민간 미디어 플랫폼과 정부 관료 간의 의사소통이 수정헌법 제1조 차원에서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그 거리와 강도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단은 제시되지 못했다. 그런데도 언론은 2024년 6월 26일 선고된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실질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미 3월 18일 진행된 이 사건의 심리에서, 진보와 보수성향을 막론하고 다수의 대법관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허위 정보, 위험정보, 혐오 정보, 어린이·청소년 유해 정보, 자살 유인 정보 등에 대해 정부 관료들이 적극적으로 플랫폼과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정부 관료들의 의견 표현과 의사소통은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금지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백악관을 비롯한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과 플랫폼 간의 의사소통을 계속되고 있다. 미디어 플랫폼이 개별적으로 내부의 강한 자율정책 강령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고, 전문성을 가진 정부가 허위성과 위험성이 구체적이고 명백한 SNS상의 게시물에 대한 플랫폼사업자의 시급한 대응을 합리적 수준에서 요청한다면 허위 정보와 위험정보를 예방, 삭제, 완화하는 공동의 협력 필요성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국가나 시민의 안전,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플랫폼과 정부 기관의 긴밀한 협력, 코로나19와 관련한 명백한 허위 조작정보의 완화, 위험하고 불법적인 화학 물질 정보에 대한 대응, 폭력의 선전·선동을 부추기는 혐오 정보의 완화 등과 같은 부문이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경고한 것처럼,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자칫 정부 관료들에게 잘못된 신호로 읽힐 가능성은 충분히 크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사업자가 정부 관료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법 제도적, 현실적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허위성을 이유로 SNS상의 게시물의 삭제나 차단을 정부가 요구할 때, 그것이 ‘강압’이나 강요가 아닌 그야말로 협력을 바라는 단순한 ‘의견 제시’에 지나지 않은 것이냐를 판단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해당 게시물이 시민의 신체, 생명, 안전과 관련이 있느냐 아니면 특정한 관점의 정부 이익에 지나지 않은 것인지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 허위성의 판단 여부도 복잡한 셈법이 작용할 수 있다. 이 점은 정보통신망법을 비롯한 제반 법률에서 사업자에게 다양하고 강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한국적 미디어 상황에서 더욱 시사한 바가 크다.
또 하나. 이 사건의 하급심 소송은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정부정책과 견해를 달리하며 의학적 전문성과 거리가 먼 주장을 펼치는 일반 원고들, 혹은 공화당 소속의 법무장관인 원고들이 트럼프나 부시에 의해 임명된 판사들이 재판하는 법원을 찾아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전개되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에서는, 대법관의 이념적 성향과 관계없이, 또 임명권자가 누구였던가를 불문하고 사건의 쟁점에 주목해 법적인 판단이 이뤄졌다고 본다. 이 점은 한국의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 사법부 종사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각주]
1. MOODY, ATTORNEY GENERAL OF FLORIDA, ET AL. v. NETCHOICE, LLC, DBA NETCHOICE, ET AL. CERTIORARI TO THE UNITED STATES COURT OF APPEALS FOR THE ELEVENTH CIRCUIT No. 22–277. Argued February 26, 2024—Decided July 1, 2024 [본문으로]
2. MURTHY, SURGEON GENERAL, ET AL. v. MISSOURI ET AL. CERTIORARI TO THE UNITED STATES COURT OF APPEALS FOR THE FIFTH CIRCUIT No. 23–411. Argued March 18, 2024—Decided June 26, 2024; [본문으로]
3. Supreme Court Poised to Reconsider Key Tenets of Online Speech(Jan. 19, 2023); Free Speech vs. Disinformation Comes to a Head(Feb. 9, 2023); Federal Judge Limits Biden Officials’ Contacts With Social Media Sites(July 4, 2023); Ruling Puts Social Media at Crossroads of Disinformation and Free Speech(July 5, 2023); Social Media Restrictions on Biden Officials Are Paused in Appeal(July 14, 2023); Appeals Court Rules White House Overstepped 1st Amendment on Social Media(Sept. 8, 2023); Supreme Court to Hear Challenges to State Laws on Social Media(Sept. 29, 2023); Supreme Court Lifts Limits for Now on Biden Officials’ Contacts With Tech Platforms(Oct. 20, 2023); Supreme Court Wary of States’ Bid to Limit Federal Contact With Social Media Companies(March 18, 2024); Supreme Court Rejects Challenge to Biden Administration’s Contacts With Social Media Companies(June 26, 2024). [본문으로]
4. “소셜미디어의 편집권 하급심으로..”표현의 자유 논의 부족””(조선일보, 2024.7.2.); “”소셜미디어 허위 정보 안 막는게 문제”… 표현의 자유 선그은 美대법원”(조선일보, 2024.3.20.); “미 법원, 연방정부에 소셜미디어 접촉 금지…바이든 또 타격”(한겨레, 2023.7.5.). [본문으로]
5. 2024년 6월 26일 연방대법원은 제5순회법원의 이 판단에 대해, 사건이 본안에 이르지 못했으므로 이 판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본문으로]
6. “원고적격의 핵심이 되는 사실상의 손해라는 요소는 본안 전 심사가 이루어질 때까지 원고에 의해 입증되어야”하고 “사실상의 침해를 판단함에 있어서 침해는 현실적이거나 급박한 것, 구체적이고 특정된 것”이어야 한다(석인선(2020), “미국의 환경 관련 소송에 관한 연구: 환경 행정소송에서 미연방대법원의 원고적격 법리의 전개를 중심으로,” 이화여대 법학연구소 <법학논집>, 제25권 제2호, 455-485). [본문으로]
※ 이 글은 KISO저널https://journal.kiso.or.kr/ 제56호 <법제동향>에 실린 이승선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글(https://journal.kiso.or.kr/?p=12895)을 재인용했습니다.
글 이승선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발행 KISO저널 제5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