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정보는 규제기관 스스로 불법정보를 삭제하거나 그 유통을 금지시키는 직접적인 제재방식이 아니라, 불법정보가 유통되고 있는 인터넷 공간을 관리․감독하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 또는 그 이용자 등을 상대로 해당 불법정보 삭제·접속차단 등을 요청하는 간접적인 조치행위만 가능하다. 또한 제한된 인력으로 법률상 부여받은 권한의 범위 안에서 규정된 절차를 준수해야 하고,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불법정보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법적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법률적 문제점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디지털 성범죄 정보 등 불법정보의 신속하고 완벽한 처리에 어려움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성범죄 정보 유통에 따른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를 유발하는 디지털 성범죄 정보를 생산․유통․가공․소지 등의 행위를 한 가해자를 처벌할 필요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입법부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촬영 행위자 및 불법촬영물 소지ㆍ구입ㆍ저장 또는 시청한 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규정(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 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고 한다), 조치의무사업자1 에게 불법촬영물 삭제·접속차단 등 필요한 조치 및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하여 불법촬영물 등의 유통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의무를 부여하는 규정(전기통신사업법2) ), 인터넷서비스 제공자에게 불법촬영물 등에 대한 유통방지 책임자를 지정, 불법촬영물 삭제·접속차단 등 필요한 조치․투명성 보고서 제출의무를 부과 및 역외적용 규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3) ; 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고 한다)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관리․감독 책임을 강화하는 규정들을 마련했다.
< N번방 방지법의 주요내용 및 특징 >
디지털성범죄 정보 유통 방지 및 그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일명 N번방 방지법)은 “불법행위자 규제”, “경제적 이익 규제”, “사업자 책임 강화”로 구분할 수 있으나, 본고에서는 사업자 책임을 강화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 법률, 이용자 책임을 강화하고 있는 성폭력처벌법을 위주로 그 실효성 여부를 살펴보고, 바람직한 규제방안을 제시하기로 한다.
디지털 성범죄 정보(digital sexual crime information)의 법률적 정의는 부재하나 “피해자 의사에 반하여 제작․생성된 정보가 정보통신망에 유통되어 피해자의 인격권․성적자기결정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체의 정보로 간주하기로 한다4 .”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및 성폭력처벌법은 인터넷서비스제공자 및 이용자의 책임을 강화하면서 디지털 성범죄 정보의 유통을 방지하고자 하는 특징이 있다.
조치의무사업자는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돼 유통되는 “불법촬영물 또는 복제물, 허위영상정보, 아동ㆍ청소년 성착취물”을 인지하는 경우, 해당 정보의 삭제ㆍ접속차단 등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이하 “불법촬영물 삭제 등 필요조치”라고 한다) 의무를 부담한다. 또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조치의무사업자(이하 “사전조치의무사업자5) ”라고 한다)는 불법촬영물 등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제1항, 제2항 및 동법 제95조의2, 동법 시행령 제30조의6제1항~제3항)
< 불법촬영물 등의 기술적․관리적 조치 >
사전조치의무사업자는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 책임자를 지정해야 하며, 불법촬영물 삭제 등 필요조치를 이행해야 한다.(정보통신망법 제44의9제1항, 동법 시행령 제35조의2제1항)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 책임자 지정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2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진다.(정보통신망법 제76조제2항제4의4)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촬영을 한 자, 이러한 불법촬영물 등을 소지ㆍ구입ㆍ저장 또는 시청한 자 등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성폭력처벌법 제14조)
디지털 성범죄 정보 등 불법정보 생산․유통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제기관이 간접적인 조치행위만 가능한 점, 인터넷서비스제공자 및 이용자 등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한 점, 해외에서 유입되는 불법정보에 대한 법적 관할권 및 규제 실효성이 확보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실질적인 예방방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및 성폭력처벌법은 인터넷서비스제공자와 인터넷서비스이용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규정만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인터넷은 네트워크들의 결합체로써 누구든지 특정 정보를 생성․복제․유포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성범죄 정보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이용자, 인터넷서비스제공자, 규제기관 등을 대상으로 기능별 대처 가능한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위 N번방 방지법은 인터넷서비스제공자와 인터넷이용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국가의 책임은 상대적으로 약화6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다른 성범죄에 비해 범행 지속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기7 때문에, 범죄자 검거 및 불법촬영물 등 정보 확산 억제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 인터넷서비스이용자 뿐만 아니라 국가의 책임도 함께 강조돼야 한다. 본고에서는 다음과 같이 디지털 성범죄정보 유통 방지를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조치의무사업자 및 사전조치의무사업자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자에게 ‘검색결과 송출제한 조치’, ‘비교식별 조치’ 등 불법촬영물 등에 대한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기술로 해당 불법촬영물에 대한 조치가 가능한 지 여부를 살펴보고, 그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선제적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 정보 등 불법정보의 경우에는 원(原) 정보를 그대로 유통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수사 및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해외 서버를 이용하거나 원(原)정보의 변형을 가하는 등 수정된 형태의 정보를 은밀하게 유통시키는 경우가 많다. 즉, 형사처벌 등이 수반된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완벽한 기술적 환경이 담보돼야 디지털 성범죄 정보 유통 방지 또는 그로 인한 피해자 보호 등의 법률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 정보와 같은 불법정보는 비정상적이고 은밀한 방법으로 접근 가능한 인터넷서비스를 통하여 유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년도 매출액 10억 이상 또는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 간 하루 평균 이용자 수 10만 명 이상” 등 형식적 요건을 기준으로 디지털 성범죄 정보 유통방지 등을 위한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한 지 살펴봐야 한다. 즉, 디지털 성범죄 정보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규모와 상관없이 유통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형식적 요건으로 대상 사업자를 제한한 이유가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의무 이행에 소요되는 경제적 부담 등이라면 영세 인터넷서비스제공자들도 그러한 의무 이행이 가능하도록 국가가 경제적 지원 및 인프라 제공 등을 부담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디지털 성범죄 정보 등으로 인한 피해자를 효과적으로 구제하고 불법정보 유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 불법정보 심의․의결 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피해자 지원 기구,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이용자 및 관련 대표 단체 등으로 분산된 기구를 통합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기관 등의 단순한 업무협조 차원이 아닌, 민관 협력기구를 상설화하고 디지털성범죄 정보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예방이 필요한 불법정보 등을 대상으로 시의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법정기구 설치가 필요하다. 즉, 피해자의 입장에서 국가의 모든 행정력을 손쉽고 유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구제 절차가 신속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법정기구 조직․직무․예산․인력 등에 대한 명시적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이러한 신설조직 마련이 어렵다면 디지털 성범죄 정보 유통 예방 및 피해자 구제 등의 직무를 수행하는 각 기관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상설 협의체 설치 및 운영을 차선책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셋째, 국내에 유통되는 불법정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유입되는 불법정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상 불법정보 규제와 관련된 각 국의 상이한 법제도 간극의 최소화 및 국제적 공감대 형성이 전제된 국제공조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상 디지털 성범죄 정보 등 불법정보 유통을 궁극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 및 이용자 등의 자율적인 정화작용이 이뤄져야 한다. 즉, 인터넷 공간에서 불법정보를 유통함으로써 향유하는 이익을 넘어서는 형사적․경제적 불이익이 뒤따른다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도록 유도행정과 함께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오히려 죄의식을 느끼거나 세상과 단절되는 생활을 하지 않도록, 그 가해자의 불법성에 초점을 맞추어 피해상담 및 권리구제 절차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연결된 인터넷 공간에 유통되는 불법정보를 어느 한 국가에서 강하게 규제하는 경우, 그 풍선효과로 해당 불법정보는 다른 나라의 인터넷 인프라를 통해 유통될 것이다. 또한 성문법 국가에서 디지털 성범죄 정보 등 불법정보 규제를 강화할지라도 빠르게 변화되는 인터넷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결국 디지털 성범죄 정보 유통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 및 이용자 등의 자정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자정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강한 인터넷 규제를 지양하고 성숙한 인터넷 이용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정활동에 취약한 부분을 조력해 주는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겠다.
※ 이 글은 KISO저널https://journal.kiso.or.kr/ 제50호 <기획동향>에 실린 최종선 한양대학교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의 글(https://journal.kiso.or.kr/?p=12062)을 재인용했습니다.
글 최종선
한양대학교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
발행 KISO저널 제5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