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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SO저널 Mar 22. 2023

공정위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1. 문제의 소재


지난 2022년 10월 카카오 서버가 소재한 에스케이(SK)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으로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 복구에 상당 시간이 소요되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이를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라고 지적하고, “시장지배력 평가에 있어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데이터 수집·보유 능력 및 격차, 이용자 수 등 매출액 이외의 점유율 산정 기준을 고려”해서 무료 상품·서비스에도 시장지배력이 성립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심사지침을 만들겠다고 공표했다.1 그러나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 문제는 화재 등 재난 리스크에 대비하여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서버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이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규제법’)상 시장지배력 문제가 아니며, 더욱이 우리 독점규제법상 시장지배력은 유료 상품·서비스에 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2023년 1월부터 시행된「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에서 무료 상품·서비스에 대해서도 시장지배력이 성립될 수 있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2. 온라인 플랫폼 규제론의 배경


주지하다시피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공급하는 상품·서비스의 관련 시장획정 및 그 시장에서 단독 시장지배력 존부 판단과 관련해 많은 논란이 있다. 시장지배력 남용 사건은 물론이고 기업결합 사건에서 관련 시장의 범위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시장지배력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사건 향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한국뿐 아니라 경쟁법 집행 역사가 가장 오래된 미국에서도 관련 시장 획정과 시장지배력 판단 문제는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난해하기로 악명이 높다. 원래 복잡한 시장지배력 문제가 온라인 플랫폼과 관련하여 훨씬 더 복잡하게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시장지배력이란 개념이 경쟁법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비해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음과 같이 복잡다기한 정치·사회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유럽연합(이하 ‘EU’)에서는 역내 토종 플랫폼 대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이른바 GAFA, 즉 ‘구글, 애플, 페이스북(메타), 아마존’을 차별적으로 강하게 규제하려는 움직임과 사회주의 시각에서 GAFA로 상징되는 플랫폼 자본주의 반대론이 있다. 원래 GAFA라는 용어는 미국 문화 제국주의라는 부정적 의미로 2012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서 처음 사용됐고, 그 후 전 세계로 확산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GAFA 해체를 목표로 경쟁법상 합리의 원칙(Rule of reason) 폐기를 주창하는 반독점 혁명론 또는 신브랜다이스 운동(New Brandeis movement)2)과 구글과 페이스북의 대통령 선거 여론 조작 음모론3 등이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
한편 공정위는 위와 같은 해외 동향을 원용하면서 경쟁법 기본 원리에서 벗어난 플랫폼 규제안을 2021년부터 계속 주창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 등 다른 정부 부처와 플랫폼 규제 권한을 두고 갈등이 일어나 규제 권한 밥그릇 싸움이라는 언론 기사까지 나왔다.4 플랫폼 대기업의 경쟁제한행위가 객관적으로 증명되면 당연히 독점규제법으로 제재할 수 있다. 그러나 플랫폼 규제론은 온라인 검색, 온라인 동영상, 온라인 거래 중개 등 무료로 공급되는 각종 플랫폼 서비스로 인한 소비자 후생 증진을 의도적으로 경시하고, 특히 플랫폼 대기업의 경쟁행위를 경쟁제한행위로 프레임을 짜는 과정에서 시장지배력이 성립될 수 없는 무료 상품·서비스에 시장지배력이 성립된다고 하는 등 근거 없는 스토리텔링으로 경쟁법 위반을 만연히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GAFA 반대론 또는 플랫폼 규제론은 힙스터 반독점(Hipster antitrust), 즉 대중 인기주의 운동으로 시장경쟁과 소비자 후생을 오히려 저해한다는 비판이 있는 것이다.5 이러한 비판과 상관없이, EU는 역내 플랫폼 대기업 육성을 위해 미국 GAFA를 억제할 목적으로 시장지배력과 무관하게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대기업을 지정하여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을 제정해, 2023년 5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한국 공정위도 유럽과 미국에서 GAFA 규제 목소리가 크다고 하면서 국내 플랫폼 대기업을 규제해야 한다고 하는데, 국내 시장에서 경쟁 제한성에 관한 객관적 증거도 없이 플랫폼 규제 강화만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6


3. 독점규제법상 무료·상품 서비스에 시장지배력이 성립될 수 없는 이유


헌법 제119조 제2항의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 방지’ 조항과 독점규제법상 시장지배력 관련 조항의 연혁 및 체계적 해석 그리고 포스코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7,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이란 플랫폼 유료 상품과 관련하여 가격 인상 등을 통하여 추가 이윤을 얻을 수 있는 능력으로 이해된다. 상품·서비스 시장에는 유료 시장 외에 무료 시장도 있을 수 있지만, 독점규제법상 시장지배력 남용 규제 차원에서 시장지배력의 대상이 되는 상품·서비스는 온라인 플랫폼이라고 해서 무료 상품·서비스로까지 확장될 수 없다. 이러한 해석은 통상적인 시장지배력 의미를 벗어나거나 시장지배력 남용 금지 목적에 비추어 무리하게 해석하는 것도 아니며 헌법상 시장지배 남용의 의미를 불합리하게 좁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2010년대부터 온라인 플랫폼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는 이유로 헌법과 독점규제법상 시장지배력 대상이 무료 상품·서비스도 포함하는 것으로 확장 해석돼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제공하는 무료 상품·서비스의 경우 유료 상품·서비스와 달리 생산량 감소와 가격 인상 또는 품질 저하에 의한 초과이윤이 불가능하다. 무료 상품·서비스의 품질이 계속 향상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무료 상품·서비스에 대한 시장지배력의 남용이라는 관념은 이론적·실증적 근거가 없는 막연한 상상에 불과하거나 GAFA 제재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수사적 표현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EU 경쟁 당국이 만든 무료 상품·서비스 시장지배력 남용 사건들은 경쟁법 사건의 외관을 가졌을 뿐 유럽 토종 플랫폼 육성을 위해 미국 플랫폼 억제를 겨냥한 차별적 보호주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제9차 경쟁제한방지법(GWB) 개정처럼8 한국 독점규제법을 개정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무료 상품·서비스 시장지배력을 특별히 인정할 필요가 있는지와 관련해서는 입법론상 다양한 찬반론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입법론은 별론, 설령 헌법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독점규제법 개정이 없다면 (무료 시장에서 불공정거래행위 문제는 별론) 무료 상품·서비스에 대한 시장지배력 성립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에서 무료 상품·서비스 시장지배력이 인정된다고 한 것은 자의적 판단일 뿐이다.

※ 이 글은 KISO저널https://journal.kiso.or.kr/ 제50호 <법제동향> 실린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https://journal.kiso.or.kr/?p=12109)을 재인용했습니다.




글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행 KISO저널 제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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