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의 시작
'변명'이라는 단어가 와 닿을 때 그 사람은 이미 PM이 아닐까. 정확히 말하자면 난 이미 몇 주째 변명을 꽤 많이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PM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황이 그러하다 해서 번외 편을 쓰는 것은 아니다. 내가 PM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번외 편을 쓰는 것이다. PM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PM이라 생각한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나는 언제 잘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글은 번외 편이 될 것이다.
정말 우연히도 PM이 아닐 때 읽었던 책이 'PM의 변'이라는 것이다. 불만이 참 많은 PM이 쓴 글이구나 생각했고 나 피엠이라는 사람이 너무나 궁금해서 찾아보았던.. 그런 기억이 있는 책이다. 내가 정말로 무례하게도 이 책에 영감을 받아 번외 편을 써보고자 한다. 물론 번외 편이라서 금방 끝날 수도 있다. 그래야 나는 변명이 아주 많은 PM이 된다. 그런 면에서 시작은 좋다.
프로젝트 시작.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 사전 협의를 통해 범위를 확실히 하고 고객에게 요구할 사항은 정확히 한다. 내부에서는 그것을 바탕으로 수행계획 보고를 해야 프로젝트는 진행이 된다. 물론 PM의 몸은 이미 움직인다..
위와 같은 글을 쓰려고는 하지 않았다. 쓰려는 글은 프로젝트의 진짜 시작이 아니다. 난 이미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있는 단계이다. 다시 말해 검수를 받고 있는 단계이다. 프로젝트의 끝이라고 하는 '검수'부분에서 나는 '영업'이라는 다른 시작 부분으로 거슬로 올라가려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프로젝트의 진정한 시작을 찾을까 한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것일까. 고객은 왜 검수를 안 해주는 것일까. 어쩌면 프로젝트의 진정한 시작. 즉 영업의 시작에서 어긋난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영업 직원을 탓할 수 는 없다. 영업에 내가 참여하지 않았고 이미 어긋난 부분을 붙일 시간은 충분했으니깐 말이다. PM의 변명은 검수에 와서야 시작된다. 제품의 지원 범위를 벗어난 부분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애초에 프로젝트 시작 시 범위를 정확히 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지원에 대한 부분도 정확히 하지 못했다. 교육은 횟수가 아닐 수 도 있다. 고객이 만족하지 않는다면 횟수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그들의 만족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무한한 만족감을 무작정 채워줄 수는 없는 것이지 않은가. PM의 변명은 고객의 만족감을 다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만족감을 내가 정의한다면 채우는 일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유지보수 업무와는 다르다고 항상 들어왔다. 프로젝트는 기간이라는 것이 있고 그 안에 모든 것을 할 수 없다고 알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할 수 없다고 알고 있을 뿐 마음은 다 채워주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있다고 생각했으나 어쩌면 시작은 없고 경계만 있을 뿐이지 않을까. 영업과 프로젝트의 경계에는 시작이라는 경계가 있을 뿐이다. PM의 변명은 애매한 경계에서 나의 시작이 아닌 영업의 시작이 잘못되었다 라고 하는 것이다.
마지막 변명을 할까 한다.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은 보고 하고 회사 차원에서 조치를 받는다. 그리고 나는 그 조치를 따른다. 나의 마지막 변명이다. 최소한의 역할만을 고수하는 태도이다. 그런데 이 변명이 언제까지 먹힐지는 모르겠다. 중요한 건 이 프로젝트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나의 변명으로 회사는 손해를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