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계단에서 노래듣고 동굴에서 춤을 춘다

22-10-18 트리니다드

by 역마살아임더



트리니다드의 명물, 까사 데 라 무지카의 뜻은 짧게 배운 스페인어로 직역한다면 “음악의 집”이다.
클럽하우스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마요르 광장 한켠에 있는 넓은 계단....음, 우리나라 학교들의 스탠드같은 구조의 계단 중턱에서 이뤄지는 살사 + 알콜 파티이다.


가는길에 올려다 본 하늘


그리고 그 근방 (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에는 동굴클럽이 있다는 말이 한참 놀 20대 중반의 아이들에게 설렘을 주었음은 말해 뭐할까. 다들 설레는 마음으로 숙소를 나와 마요르 광장을 향해 걸어갔다.


한국에서라면 놀러갈 때 지하철을 타던, 택시를 타던 했겠지만 이렇게 돌바닥 길을, 흙바닥 길을 차박 차박 걸어가고 있자니 이렇게 머나먼 길을 걸어걸어 음악을 들으러 가야하나 하는 생각에 잠시 현타가 왔다. 왜냐면 나는 한국에서도 클럽등의 음주가무를 즐기는 편이 아니었기에. 음주는 즐기지만 가무는 잘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을 왔고, 유명하다 하면 한번쯤은 즐겨봐야하는거 아니겠는가!

그냥 계단에 앉아도 음악 즐기기 쌉가능.



입구에서부터 음악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어차피 외부에 있는 클럽하우스라서 입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음악을 즐길 수 있어서인지 입구 근처, 계단 밑 근방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게 보였었다. 확실히 음악이, 리듬이 삶의 한 켠을 차지해서 그런지 크게 들리는 음악이 거슬리지 않았다.



뭐든지 그렇다. 나의 취향과 맞지 않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고, 심하면 피해라고까지 느낄 정도가 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큰 소리로 울리는 음악이 취향에 맞지 않는다. 음악의 장르에 상관없이. 그래서인지 입구에서부터 음악소리가 크게 들리는 까사 데 라 무지카에 들어가면서 걱정이 되었었지만, 실제로 입장료를 내고 자리에 들어가 앉고 난 다음에 내 걱정이 그저 취향에서 온 걱정이었음을 깨달았다.

까사데라무지카의 공연


이들에게 음악은 살아가는데 있어 하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들이 자신의 삶을 풀어내는 방식이다 보니 큰 소리라 하여도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지금 이곳에서 내가 경험할 수 있는게 취향이 아닌 삶이라서 그런걸까. 내가 쿠바노들에 대해 나쁜 감정이 없어서였을까, 그들이 삶을 풀어내는 방식이 나에게는 거슬리지 않았다. 물론 큰 소리에 귀는 먹먹해졌지만.

쿠바리브레와 한잔



입장료 외에 음료 등의 별도 수단은 전부 따로 결제를 해야했다. 그 가격들이 대략 1쿡씩들 정도밖에 하지않아 부담이 없었다. 물론 음료의 용량은 실망이었지만. 하지만 이렇게 좋은 음악에 더불어 시원한 바람. 낮에 불던 후끈한 바람이 아닌 다소 습하지만 시원함이 더 큰 바람이 부니 이것이 풍류아니겠는가 싶었다.

이 사람들이 서로와 얽혀 춤추는 것을 보다보니 우리도 같이 춤을 추고 싶어졌다. 그런데 클럽에서도 유행하는 춤이 있듯이 이들의 춤도 나름의 형식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춤사위 (?) 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한잔씩들 마시며 한곡 정도 노래를 들었을 무렵, 술에 의한 취기는 올라오고 노래로 마음은 덥혀졌을 때. 누군가가 말했다. 동굴 클럽 갈래?

음주가무를 즐기지 않는 내 마음도 동했다. 저 분위기에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동굴 클럽은 실제로 정말 산 초입부분에 있는 한 동굴에 있는 클럽이다. 한치의 거짓도 없이, 정말로.
맵스미를 켜고, 까사데라무지카 근방의, 산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커서를 당기니 동굴클럽이라고 적힌 장소가 떴다. 그 맵스미의 안내를 따라 산길을 올라가는데, 또 무섭더라.
클럽에 오는 사람들을 위한 편의인지 뜨문뜨문 가로등은 있었지만, 한국에서처럼 밝은 가로등도 아니었고, 산길로 올라가던 그 시간이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길에 사람도 없었다. 실제로 클럽은 없는거고 이 지도대로 따라갔다가 험한 일 당하는거 아냐? 라는 걱정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사람일은 모르는거잖아, 정말로.

저 동굴이 정말 동굴이다




이런 나의 걱정이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릴까 말까 고민하는 찰나, 드디어 클럽 간판이 나타났다.
다들 신나는 마음으로 내려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는데....



정말 동굴이었다.
정말로.

일행들과 와 진짜 동굴이야 컨셉 아냐? 어 물떨어진다, 헐 대박 등의 감탄사를 내뱉으며 동굴 곳곳에서 떨어진 물로 인해 미끄러운 바닥에 유의하며 메인을 향해 접근했더니, 나름 클럽이라고 구색을 맞춘 것이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뭔가 B급 정서가 진심이면 웃음이 나면서 인정하게 되는 그런 마음이라고나 할까.

언젠간 저기서 디제잉도 할 것 같았다



한참을 거기서 놀았지만, 음주가무, 흥의 나라 한국에서 온 우리의 기준에는 못미친다 생각 되었고, 쿠바인의 음악이 신명났기에 클럽 음악도 신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클럽에서 나오는 노래는 살사 등의 쿠바인의 음악이 아닌 미국 등의 글로벌 음악이라 그런지, 그리고 미국의 음악을 듣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다소 생각 이하의 노래여서 그런지 신은 났지만, 까사데라무지카 만큼의 신남은 아니었다 고 생각한다.

그래도 쿠바의 음악을 들으며 즐겼던 까사데라무지카와, 우리의 방식대로 즐길 수 있었던 동굴클럽이면 매우 만족한 트리니다드에서의 음악 나들이라고 생각한다.


오는길에 마주친 십자가. 왠지 경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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