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0-18, 트리니다드
아바나에서 이미 쿠바인의 생활 단면이 익숙해 져 있다고 생각 했는데, 확실히 쿠바에 온지 하루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또 당황하고 말았다.
아바나와 비슷한듯 다른 트리니다드의 모습에.
다른 여행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치는 차치하더라도 우선 건물을 놓고 보면 아바나의 건물은 단층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었으나, 트리니다드는 단층 건물이 대부분이더라. 그리고 길의 상황을 보자면 그래도 아바나는 뭔가 도로 포장이라도 하려는 시도를 보였으나, 트리니다드에는 전혀 그런 시도 조차 보이지 않았다. 샌들과 슬리퍼만 신고왔던 일행들은 적잖이 당황 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맵스미 어플이 가리키고 트리니다드의 모든 길은 마요르 광장으로 통한다는 말도 있듯, 가장 먼저 마요르 광장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며 트리니다드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도시 전체가 지정될 정도라면 이정도는 되어야 하는구나, 하는 말이 일행들에게서 한두마디씩 나왔다. 길이 너무 알록달록하고 예뻤기 때문에. 아바나는 아무래도 수도다 보니 매연 등에 의해 쿠바의 화려한 색감이 조금씩 바랜 느낌을 주었었다. 하지만 트리니다드의 도로는, 그네들의 집은 전부 화려한 색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보통 여러 요소로 인해 화려하여 망작이 된 것에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며 위안 삼는다. “따로 놓고 보면 예쁜데, 그게 이렇게 조합이 되네” 그만큼 따로 놓고 보면 작품인데, 모아놓고 보면 괴랄한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을 우리는 흔히들 그렇게 얘기했었다. 색감도 마찬가지였다. 옷을 입을 때에도 따로 놓고 보면 예쁜 아이템들도 한꺼번에 우겨넣으면 이상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던가.
모든 것에는 예외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나에게는 이 트리니다드가 그랬다.
한가지로 통일 된 색감을 가진 것이 아닌,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 옷이 같은 것이 하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같은 색으로 칠한 집이 한개도 없었다. 게다가 쿠바 사람들의 색감 능력은 기가막혀서 한국에서 으레 보던 무채색의 건물 색이 아닌 쿠바의 햇살과 부딪히니 눈이 부실 만큼 생생한 색감을 활용 했다.
그런데도 이렇게까지 잘 어울릴 일인가.
트리니다드에서 느낀 점은 그것이었다. 모든것엔 예외가 있다. 화려한 색감을 이렇게 기가막히게 조합 해 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20세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마차를 장식, 기념 등 특별한 행사에 사용하는게 아닌 실생활에 타고 다니는 모습을 트리니다드에선 볼 수 있구나. 신박한 경험이었다. 한국에서는 보통 경마장, 동물원 등이 아닌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경우는 어떠한 행사에서 가끔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말을 타고 다각다각 다니는 사람들을 보자니, 다들 연신 신기해 했다.
덕분에, 말이 걷는 소리가 다각다각, 다그닥 다그닥 이라는 의성어가 기가 막힌 표현이었구나, 한글의 위대함을 다시 깨닫게됐다
아침도 제대로 못먹고, 휴게소에서 애매하게 점심을 먹은 우리는 당장 아무거나 먹고싶었다. 맵스미에 맛있는 집이라고 소개 되어있는 곳이 딱히 없고 (카페 하나 뿐) 21세기에 말을 실생활에 쓰고 있는 도시에 왔으니, 문명에 기대어 음식점을 찾지 말고 아날로그하게, 직감에 몸을 맡겨보자는 생각이었는지 마요르 광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보인 음식점에 들어갔다.
전에도 말했듯 쿠바에는 쿠바에서만 먹을 수 있는 전통음식은 딱히 없고, 스페인의 식민지로 오래 살아왔기에 스페인음식을 쿠바의 식재료로 표현한 것이 대부분이라더니, 어딜 가나 스페인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 야채 하나 없는 식탁에 적잖이 당황했으나. 모두 시장이 반찬이라고, 맛이 이상한게 아닌 이상 정신없이 음식을 먹었더랬다.
어느 정도 배가 찬 후 어딜 가야하냐, 트리니다드에 오면 동굴클럽이 유명하다더라, 까사데라무지카가 분위기가 좋다더라 등등의 일정을 얘기하는 중에 누군가가 나타나서 우리가 남긴 음식을 주면 안되겠냐며 울타리 너머에서 손을 내밀었다. 그에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비명을 지르기 전 다들 기가막히게 비명을 혀로 끊고 못들은척 하고 가게를 나왔다. 음식을 주었다가 어떻게 나올지도 몰랐고, 전날 아바나 숙소에서 몇몇 사람들은 불쾌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아바나에서 처음 눈을 뜬 후 다들 창밖을 보며 이게 쿠바야? 라며 창가에 옹기종기 모여서 떠들었었다. 쿠바에서 겪은 대부분의 숙소엔 창문 보다는 나가서 걸어다닐 수 있을 테라스를 방마다 가지고 있고, 문을 닫으면 바깥과 완벽히 차단 되었다. 더운 날씨와 매서운 허리케인을 위한 대비인가 싶었었다.
그래서 테라스에서 우리가 왔다갔다하는것을 본 인근 쿠바노들이 밤중에 우리 창문 아래에서 연신 우리를 불렀다고 한다. 그것도 “china (치나 / 중국여성을 부르는 말 / 인종차별 단어)”라고 부르며. 그 중에 몇몇은 우리 숙소 현관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현관에서 가장 먼 방에서 잤던 나는 아무런 소리를 듣지 못했으나, 현관과 제일 가까운 방에서 잤던 사람들은 그 소리에 말그대로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핸드폰도 안터지는 나라에서 그런 일을 겪는다면, 누구든 무섭다 생각 하지 않을까. 그 얘기를 공유하며 절대 쿠바에서 우리가 먼저 말 거는 사람 외엔 대꾸 하지 않기로 다같이 약속했었기에, 음식을 달라 구걸 하는 이를 무시하고 가게에서 나와 저 멀리 걸어갔다.
피자집에서 바로 직행하면 마요르 광장이었지만, 구걸하는 이를 피할 겸, 직진만 하지 말고 방향을 틀자 했는데 그곳에 공원이 나타났고 어김없이 노래 부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서울 홍대에서도 길거리에서 버스킹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쿠바 트리니다드에서 버스킹 (?) 하는 사람들은 뭔가 더 사람을 움직이는게 있었다. 일단 광장에서 쌩 목으로 노래를 부르는데도 사람들의 귀를 잡아 끌 수 있는 매력이 있고, 자연 환경에서 노래를 부르다 보니 자연과 이상하게 잘 어울려보이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잠시 멈춰서 노래를 듣다 주변을 둘러보니 공원 끄트머리에 차메로 아저씨가 추천한다고 했던 카페가 보였고 카페에 가서 잠시 쉬기로 했다.
의외로 여행 하다가 알게 되는 신기한 사실들이 있는데, 바로 우리나라에선 흔한 아이스아메리카노가 해외에선 그다지 흔하지 않단 것이다. 같은 아시안 계열 쪽으로 여행가면 몰라도 이렇게 좀 먼거리 (?) 를 여행 오게 되면 찾기 어려워진다고 하는데 쿠바도 역시 그랬다. 아이스커피는 없고 전부 뜨거운 커피 뿐.
이렇게 더운 날씨에 어떻게 아이스 커피를 안마실 수 있다는거지? 신기해 하며 친구가 시킨 커피를 마시는데 쿠바의 커피가 유명하다더니 확실히 맛있긴 했다. 하지만 카페인을 못마시니 한 모금만 마셔보고는 다시 돌려주었다. 다들 이 날씨에 어떻게 아이스 음료를 안마시냐 하는데 얼음도 좀 보기 힘들다고 인터넷에 누군가가 쓴 글을 봤다고 친구가 말했다.
우리가 도착했던 트리니다드의 오후는 찌는듯이 더웠었다. 이런 날씨에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라니. 과연 해외 사람들은 더위를 잘 참는걸까 아니면 아이스 커피를 시도하지않는걸까.
우리가 가던 카페는 새 소리가 어디선가 계속 났었다. 진짜 새가 있는건지, 아니면 새 소리가 나는 무언가가 있는건지 궁금해 하며 다들 하늘을 쳐다보는데 한 친구의 옷에 뭔가가 떨어졌다.
그렇다, 새똥이었다.
이 더럽게 친환경인 카페를 보았나......
새 소리가 나는 음원을 틀어둔 줄 알았더니 진짜 새라니.
깊은 빡침을 표정으로 보여준 친구 옷을 물티슈로 닦아주곤 더이상 카페에 있지 말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자고 했다. 그러자 다시 밝은 표정으로 친구는 일어났다.
다음 목적지는 까사데라무지카와 동굴클럽이었기 때문이다.
옷을 갈아입고 가기로 했기에 다시 차메로 아저씨네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