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올드카가 괜히 올드카인건 아니다.

22-10-18 아바나에서 트리니다드

by 역마살아임더



호아끼나 까사 앞




다음날 아침, 호스트에게 체크아웃을 한 후 호아끼나 까사로 다들 짐을 챙겨 출발했다. 트리니다드로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네시간 반 정도로, 꽤나 긴 거리를 가야하기에 가서 뭐라도 한가지 보려면 좀 더 일찍 출발하자는 생각에서였다.

우리가 탔던 쉐보레(?)



어제 한번 타 봤던 올드카는, 꽤나 차체가 넓은 편이었다. 그리고 충격적인 상태를 자랑하고 있었는데 그도 그럴만 한게, 미국과 수교를 끊기 전, 미국의 부호들이 쿠바까지 자기들이 타고 다니던 차를 끌고 내려왔었다.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때 버리고 간 차들이 있었는데 그 차를 쿠바인들이 고쳐서 아직까지 타고 다니는게 올드카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계기판이 움직이지 않는 차도 많고, 뒷문은 앞에서 열어줘야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리고, 우리가 트리니다드에 타고 갈 차도 만만치 않은 컨디션을 자랑했다.

굴러...가요...?


트렁크가 너무 낡아 있어 과연 차가 굴러갈것인가 싶었고, 우리가 다 탈수 있을까 싶었지만, 몰랐다. 올드카들은 전부 6인승이라는걸.

그래서 한 차에 모두가 탄 후 차는 출발했다.

쇠 냄새 가득해보이는 차 내부


수도인 아바나에서 처음 마주한 길거리의 상태가 매우 충격적이어서 그런지, 트리니다드까지 가는 길에 아스팔트가 고루 깔려있는게 더 충격이었다. 그리고 내심 궁금해졌다. 트리니다드까지 이렇게 길을 뚫어놓은 사람은 누구며, 이 길은 또 어떻게 깔았을까.

의외로 아스팔트가 깔린 길, 그리고 열심히 운전하는 아저씨


올드카를 타고 오랜 시간을 가다 보니 이네들의 삶의 순간에 대해 깨닫게 되는 것들이 여럿 있었다. 우선 차에 대한 컨디션을 논하자면, 좌석이 매우 불편했다. 오래된 차라 그런지 쿠션은 전혀 없다고 생각하면 됐고, 에어컨 시설이 되지 않아 어떻게 한 것인지 찬바람이 나오는 호스를 뒷쪽에 뚫어놓았는데 그다지 시원하진 않았다. 그리고 밖에선 연신 매연이 차 안으로 들어와 멀미를 유발했다.




지금 글을 쓰는 와중에야 웃으며 쓰지만, 당시엔 심각했다. 처음 겪는 차, 처음 겪는 승차감이었기 때문.
이런것도...여행의 일환일까...? ^^ 라며 별 생각을 다 하는 와중에 차는 휴게소에 잠시 멈췄고 매연에서 잠시나마 해방 되었다.


햄, 치즈, 그리고 뻑뻑한 빵인데 오지게 맛있던 쿠바샌드위치


이 휴게소에서 잠시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발한 길은, 여전히 멀고 따분했다. 보통 한국에서 이렇게 먼 길을 가야할 때엔 핸드폰이나 책을 봤겠지만 나는 이렇게 긴 차량 이동을 예상하질 못했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쿠바 길거리 구경을 시작했는데 덕분에 시간은 잘 보낸 것 같다.



한가지 더 이들의 삶에 대해 깨닫게 된 것은 히치하이킹이었다. 트리니다드까지 가는 길이 꽤 길다보니 여러 길을 지나갔는데 그 중 여러곳에서 히치하이킹 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처음 히치하이킹 하는 사람들을 봤을땐 차를 털러 온 강도인 줄 알고 쫄았으나, 차가 이미 만석인 것을 본 사람들은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연신 자기들의 목적지를 써놓은 팻말을 들고 흔들었다. 상당히 놀라웠다. 영화도 아니고, 히치하이킹을 통해 목적지를 이동하는 사람들이라니. 이 또한 쿠바의 한가지 모습인건가.




가끔씩 마차도 고속도로를 달려 다들 말은 경마장 혹은 동물원에서만 보던 사람들인지라 한참 마차가 차에 치이면 보상은 어떻게 하냐 등등의 토론을 하다가, 단조로운 바깥의 푸른 풍경을 생각없이 바라보다가 하다보니 까무룩 잠에 들었고, 일어나니 어느새 트리니다드였다.



이미 수리 중이던 다른 차



처음 맞이한 트리니다드는 처음엔 실망이었다. 트리니다드는 유네스코에 도시전체가 지정될 정도로 알록달록한 색감을 자랑한다고 하던데 전혀 그런 색감은 안보여서 (추후 그 생각은 당장 접어 치웠다)


트리니다드에서는 숙소를 예약 하지 못하고 트리니다드에서 한국인들이 많이들 도움을 청한다는 차메로 아저씨네 집으로 향했다. 설령 자기네 집에 방이 없다 하더라도 방을 연결해 준다는 말에. 우리가 갔던 날도 차메로 아저씨네 집에는 방이 없었고, 아저씨가 만들어준 칸찬차라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으니 바로 맞은편 건물인 숙소로 연결 해 주었다.


근데 이 칸찬차라도 하바나클럽이 베이스...


숙소에 짐을 풀기 위해 맞은편 건물로 짐을 옮기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딸랑딸랑 거리는 소리가 나기에 돌아본 그곳엔........



갑작스러운 말이 보였다.
올드카 드라이브에 히치하이커, 그리고 말까지. 진짜 무슨 21세기에 아직도 말을 타고 다니고 히치하이킹을 하고 다닐까. 히치하이킹이 나쁘단 말은 아니지만 낭만을 즐기는 여행자들이 아닌 이들의 일상에 맞닿아 있는 히치하이킹은 강렬한 기억이었다. 게다가 말까지. 왜 이것뿐이냐고 하기보다는 가진것을 최대한 사용하려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방에 들어와 짐을 푼 후 점심을 먹을 겸 다들 트리니다드 한바퀴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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