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0-18 아바나운나나
올드카에서 내린 후 일행들의 컨디션을 물으니 좋지 않다고 하여 우선 숙소에 다시 들어가 다들 눕혔다. 눕혀놓고 난 후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해야하나 하는데, 이렇게 누워만 있긴 싫다며 다시 배가 고프다 했다. 아까 먹은 랑고스타는 이미 토한것 같다고. 그 말에 깔깔 거리며 다들 다시 밖으로 나섰다. 갈 곳이야 얼마든지 있지,
바로 라 플로리타로.
라 플로리타는 쿠바인이 사랑한 첫 미국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골 바로, 그가 잘 앉던 자리는 아예 비워놓았다고 하더라. 물론 라 플로리타 외에도 다른 가게도 있다곤 하는데 더 유명하다는 라 플로리타로 향했다.
이곳은 관광 명소라서 그런지, 가격대도 세고, 우리가 들어가 앉자마자 단체 관광객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그 단체 관광객 때문에 개인 여행자들이 못 들어오는 것을 보며 우리의 타이밍이 감탄스러웠다. 그래서 시킨 음식은 쿠바 샌드위치와 다이끼리. 이 다이끼리가 헤밍웨이가 가장 좋아하던 술이라는 말에, 헤밍웨이가 라 플로리타에서 무엇을 느꼈을지 생각 해 보기로 하였는데....
쿠바인의 칵테일 베이스가 되는 럼은 전부 하바나 클럽이다. 전날 하바나 클럽과 소주를 먹고 숙취에 시달리던 일행들은 다이끼리를 한 입 마시자 마자 다들 다시 뱉어냈다. 결국, 다이끼리를 즐겁게 마신 것은 나 뿐이었다.
다이끼리를 마시며 쿠바의 첫 날이 어땠는지, 올드카를 타고 어딜 가봤는지 (서로 약간씩 다른 곳을 갔더라) 얘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음악 세션이 꾸려지더니 갑자기 공연이 펼쳐졌다. 그 시끄러운 소리에 대화를 하던 우리는 자연스레 음악세션에 귀를 기울였고, 음악을 듣다 가게 내부를 둘러보다 발견한 사실이 매우 놀라웠다.
그들이 음향 장비는 전혀 없이 공연을 하고 있었기에.
영상에서 잘 보일진 모르지만, 라플로리타는 꽤나 넓은 바였다. 그리고 우리는 이 넓은 바 끄트머리에 위치한 다인용 테이블에 앉아있는데도 우리에게도 노래가 똑똑히 들릴 정도였다. 이정도 공간을 전부 채울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성량이라니, 아낌없이 박수가 절로 나왔다.
어느새 쿠바 샌드위치와 다이끼리를 다 마신 후 시간이 늦어 슬슬 숙소로 돌아갈까 하며 몸을 일으켰는데 막상 밖에 나오니 바로 숙소에 들어가기는 조금 아쉽더라. 게다가 마침 라플로리타의 앞은 (여행자들 말로) 아바나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오비스포 거리 앞이었다. 내가 오비스포를 알아보고 여기는 안전한 길이라던데, 구경할래? 라고 묻자 다들 내심 바로 숙소에 들어가기엔 아쉬웠던 마음이었던지라 오비스포 거리까지만 걸어본 후 숙소에 들어가기로 했다.
아바나의 오비스포 거리는 여행자들이 찾는 모든 것이 다 있는 거리라고 불려진다. 기념품 판매하는 가게들도 많고, 음식점들도 많고, 환전소도 이 근방에 있다곤 하지만 너무 늦은시간이라 그런지 관광객은 보이지 않고 가게들은 전부 문을 닫고 쿠바인들이 오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그냥 민낯의 오비스포 거리이지만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마치 관광객 빠진 명동 거리 걷는 느낌이랄까. 그 마저도 분위기 있는건 늦은 밤 명동을 걸어본 사람만 공감 할 수 있겠지만, 평소엔 관광객으로 상인들로 북적북적 시끄러운 거리가 곳곳에서 춤추는 쿠바노들의 음악으로, 그들의 속삭임으로 조용하지만 활기차게 채워진 것을 구경하는 것은 쿠바의 다른 색을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조용한 오비스포를 걷다보니 골목골목에 노래를 틀어놓고 춤 추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다들 일행인가? 싶은 생각이 들 만큼 노래를 틀어놓고 듣다 갑자기 일어나서 춤을 추고, 서로에게 춤을 권하는 사람들. 그게 쿠바 사람들이었다. 끼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은 있었으나, 저들이 추는 살사는 전혀 알 리가 없기에 멀찍이서 구경만 하고 지나보니 어느새 오비스포 거리 끝이었다. 근데 그 길거리 끝이 의외로 항구와 맞닿아있길래 아까 말레꼰을 지나가며만 봤던 다른 올드카 일행들이 바로 바다로 달려갔고, 바다 특유의 짠내가 풍겨오지 않는 바다가 신기했다. 왜였을까. 카리브해는 바다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 이유는 왜였을까.
바닷가 앞에 있는 교회와, 이 바닷가 근방의 거리를 한바퀴 둘러본 후, 다시 걸어서 숙소까지 가기엔 무리라 생각하여 택시를 타고는 숙소에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일찍 트리니다드로 출발 해야했기에.
하지만 하루동안 쿠바가, 아바나가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은 살뜰히 본 것 같아 벅참이 끓어오르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