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쿠바에서 제일 예쁜 드라이브, 말해 뭐해 최고지

21-10-18 아바나운나나

by 역마살아임더



아바나 올드카투어는 말그대로 올드카를 타고 약 한시간 정도를 투어하는 코스로, 혁명 광장, 올드아바나를 한바퀴 돌아 말레꼰을 달리는 것으로 일정은 끝이 나는 투어로, 인원에 상관없이 한 대에 40쿡 정도였다.
아까 호아끼나 까사에서 대충 본 정보북에서 올드카 투어는 35~40쿡 정도가 적당하다 써있었는데, 그에 맞는 가격이었다고 생각한다.


쿠바의 길거리 마주하기


개인적으로 아바나에서 했던 것 중 이 올드카 투어가 가장 만족스러웠는데, 쿠바인 답게 노래도 틀어놓은 상태에서 달리는 차로 인해 시원한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아바나의 골목을 달리는데, 어찌 짜릿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올드카를 달리며 기록한 쿠바의 색 들


올드카를 타고 달리니 잠시 물을 사러, 혹은 음식점에 가려 나왔을 때와는 또 다른 더 짙은 쿠바의 색을 느낄 수 있었다.


쿠바에 온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가장 크게 느껴지는 다른 점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옷 중 그 어느것 하나도 같은 것이 없었다. 당장 서울에서, 강남 한복판에 서 있으면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적게는 수십, 많으면 수백까지도 나를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올드카를 타고 지나가며 마주한 올드아바나에는, 쿠바에서 마주한 사람들은 그 누구도 같은 옷을 입지 않았다. 색감도 다채로웠으며, 이는 그들이 칠한 벽과 닮아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어느곳에서나 몸의 행동에, 동작에 리듬이 넘쳤다. 우리의 올드카를 운전해 주는 운전사도 노래를 틀어놓고 연신 박자에 맞추어 운전대를 두드렸고, 지나가다 본 사람들의 몸가짐과 움직이는 모습에도 리듬감이 넘쳐 보였으며, 가끔씩 마주하는 골목에선 춤추는 사람들도 보였다. 쿠바 사람들은, 권태로울 만큼, 박자를 즐기는 이들이었다.



크림색 구름과 어울리는 하늘의 색감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정말 보이는 곳 마다 색감이 다채로웠다. 하늘은 새파란 색, 건물은 알록달록.
눈에 닿는 모든 곳이 다 색깔이 살아숨쉬고 있으며 서로 호흡하며 어우러지고 있었다. 이게 쿠바가 가진 그들의 색감이 아닐까. 색채가 잘 어우러지듯 화려하지만 거슬리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길거리.
아바나 길거리를 달리며 나는 그들의 색감에 빠져들고 있었다.






택시기사의 설명을 들으며 처음 도착한 곳은 혁명 광장. 혁명탑과 호세마르티와 체게바라 얼굴이 그려진 광장이 있으며, 탑에 들어가면 쿠바 혁명의 역사 등을 알 수 있다곤 하지만, 스페인어도 짧은데다가 여기에 온 목적은 올드카 투어이니 한번 둘러보는 것으로 족하기로 했지만 혁명 탑 꼭대기에 을씨년스럽게 까마귀 여러마리가 까악 까악 거리며 날아다니는 것은 기억에 남았다. 당시 우리가 도착할 때가 저녁 여섯시라서 해가 질 무렵이라 그런가, 일몰과 까마귀,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탑. 왠지 혁명 탑이라고 명명은 했지만 혁명에 실패한 이들을 전시해놓은 것 같기도 하고, 혁명은 이렇게 외로운 것이다 라는 것 같기도 하고


쓸쓸해보이는 혁명탑 사진


혁명 광장에서는 평소엔 뭔가 행사가 많을 것 같이 생겼지만 우리가 갔을땐 너무 해질 무렵이기도 하고 해서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매우 깔끔한 체게바라와 호세마르티 얼굴을 감상할 수 있었다. 짧게나마 배운 쿠바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둘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사랑은 상당한 것이라고 생각되어지는데, 이렇게 건물 그리고 쿠바 곳곳에 있는 벽보며 건물에 그들의 얼굴이 하나씩은 박혀 있는 것에서 짐작 되어지리라 생각한다.

쿠바의 상징, 체게바라와 그의 친구 호세마르티



혁명광장을 지난 후 말레꼰으로 향하는 길에 기사는 여러가지를 설명 해 주었다. 한 골목을 지나가며 여기가 아바나에서 가장 집 값이 비싼 곳이다. 대사관이 다 있기 때문이다- 라거나,





어느 대사관이 있냐면- 하며 언급한 대사관엔 신기하게도 북한 대사관이 있었다. 그래서 북한이요? 라고 하니 응, 북한은 있는데 너네 남한은 없어! 라고 말 하였고 잠시 왜죠? 라고 했다가 깨달았다. 사상의 차이인가. 그러고 보니 쿠바에서 여행 하다가 어떤 일이 생기면 멕시코에 있는 대사관으로 연락해야한다고 했던 것 같았다. (2018년 기준) 여권을 잃어버린다던지, 혹은 시비가 붙는 일은 절대 없게 해야겠다. 고 다짐을 한번 더 했다. 괜시리 더 비장해지는 순간 이었던 것 같다.

비싸다는 (?) 대사관 앞 길거리


기사 아저씨와 대사관이 늘어져있는 골목을 지나더니 갑자기 우리를 돌아보며 그런다. 이제부터 눈 크게 뜨라고, 쿠바에서 가장 예쁜 길을 드라이브 할 거라고 하기에 오, 어딘데요? 라고 묻자 그는 말레꼰! 이라며 차를 몰았다.



쿠바의 가장 예쁜 드라이브 코스


쿠바에서 가장 예쁜 드라이브 코스, 말레꼰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시간을 너무 잘 잡았다 생각이 든게, 노을이 지는 석양과 함께 말레꼰을 달리고 있자니, 쿠바에 오길 정말 잘했다. 이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니. 라는 감격스러운 감정 (?) 까지 들기 시작했더랬다.


쿠바 뽕이 가득차던 말레꼰 앞길


너무 예쁜 길이어서 한참 눈으로 담다가 말레꼰에서 다시 까삐똘리오 방면으로 꺾어지기 바로 직전, 사진을 찍어야한다는게 불현듯 생각나서 혹시 차를 조금만 돌려서 사진 찍게 해 줄 수 있냐고 부탁 했더니 잠시 고민하던 그는 뭐 그래! 라며 차를 돌려주었다. 다만 오래는 못 세우니 얼른 오라는 그에게 연신 그라씨아 그라씨아를 외치며 차에서 내려 말레꼰으로 냅다 달려갔다.

여기까지 왔으니 사진은 남겨야죠



약 10분 정도밖에 있진 않았지만, 첫날 내리자마자 본 말레꼰, 그리고 석양이지는 말레꼰이라니.
저 멀리 지평선과 함께 해가 지는 모습을 잠시나마 멍때리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말레꼰 근처에는 구걸을 위한 거리의 악사가 상당히 많은 편 이었는데, 그들의 노래가 저 멀리서 들려오고, 당장 내 눈앞에는 해가 지는 말레꼰. 그리고 시원하면서 후덥지근한 10월의 쿠바의 저녁 공기.

그 모든것이 완벽한 순간 이었다.


그렇게 올드카 투어가 끝이났다. 이제까지, 그리고 아바나의 다른 곳들에서 본 것 보다 말레꼰을 바라본 그 순간이 또 나에게는 한가지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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