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0-18 아바나운나나
일행들을 깨워 Maps Me를 켜 가장 근처에 있는 음식점을 찾으니 “저렴한 랍스타(랑고스타) 집”이라고 나오는 집으로 가기로 하고, 드디어 쿠바의 길거리로 나왔다.
물 사러 나왔을 때에는 내가 이런 곳에 서 있다고?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무래도 인원이 적어서 나만의 감정을 보다 오롯이 느낄 수 있어서였을까. 매우 긴장했던 감각이 생생했는데, 일행들과 같이 나오니 이상하게 든든했다.
평소, 여행을 자주 하는 나에게 왕년에 만만찮게 여행을 떠나셨던, 등산을 너무나도 좋아했던 엄마는 나에게 말했었다. 여자애들이 다섯명 이상이면 어딜 가더라도 아무도 건들 수 없다고.
마침 우리는 두명의 기획자와 세명의 디자이너, 여자애들 다섯이었다.
여자애들 다섯이상이면 어딜 가도 아무도 건들 수 없다는 엄마의 말이 생각나며 쿠바의 길을 걸으면서도 이상하게 든든했다.
저렴한 랍스타 집에 도착해서, 숙취가 없던 나와 술을 마시지 않는 한 명 빼고는 모두 뭔가 시원함을 원했다.
그도그럴게, 쿠바가 매우 더워 다들 나시에 반팔을 입었음에도 땀이 줄줄 흘렀기 때문이리라.
보통 9-10월의 쿠바는 토네이도, 허리케인이 한바탕 휩쓸고 가는 때라고 알려져있다고 한다. 그 이후인 11월부터가 여행하기에 딱 좋은 성수기라고 하는데, 이 정보를 알고 처음엔 11월을 예약하려 했으나, 나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수가 그 때 결혼하여 신혼여행을 간다고 하였다. 내가 결혼 한 것이 아니라 처음엔 신혼 여행 일정 바꾸시면 안될까요? 라고 했다가 3초 후 “제가 일정 조정할께요” 라고 했던건 하나의 해프닝.
비 오는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일행들에게 “나는 이름에 sun이 들어가서 나랑 여행 하면 비가 절대 오지 않을 것이다. 나를 믿어달라.” 라고 설득했고, 별 다른 선택지가 없던 우리는 10월 말에 오게 된 것이었는데,
나의 설득이 단순한 호언장담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쿠바의 태양은 늦은 오후가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찢어놓을 듯이 내리쬐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음식을 잔뜩 주문했다. 첫 끼니, 그리고 한국과 비교해 쿠바에서 먹을 때 가장 만족감이 높다는 랑고스타 (랍스터)를 주문했다. 평소 스스로를 갑각류 여신이라고 부를 정도로 갑각류를 좋아하는 나에게 랍스터를 저렴히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쿠바에 가야하는 이유중에 하나가 될 수 있었음을 부정하진 않겠다.
앞서 말했듯, 나는 갑각류만 보면 눈이 돌아버린다.
그러므로 이후 생략하도록 한다.
다만, 쿠바에서 먹었던 랍스타가 인생에서 가장 맛있었던 랍스타라는 것에는 확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먹는 랍스타는 살코기를 맛 보려 할 때 쯔음이면 이미 먹을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없어져 있으나, 쿠바에서 먹은 랍스타는 살코기가 매우 풍부하였다. 한번 포크질을 하여 입에 밀어넣을 때 마다 감탄 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안봐도 유튜브 급이었다.
같이 온 일행 중 해산물을 전혀 못 먹는 사람이 있어 이후 생각만큼 랍스터를 마구 먹진 못했다. 아쉽지만 나 혼자 여행을 온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왔고, 해산물을 전혀 못 먹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배려 하는 것이 먼저일터니, 아쉽다면 다음에 한번 더 쿠바를 오는 것으로 다짐하고 랍스터에게 안녕을 고했다.
쿠바의 특산품은 랑고스타임.
아무튼 랑고스타임.
중간중간 숙취가 올라온 일행들이 잠시 화장실로 사라졌다 온 것 외에는 만족스러운 식사 후 올드 아바나 뒷길을 다같이 걸으며 다음날 트리니다드로 떠나기 위해 택시를 예약하러 근처 까사에 들렀다.
아바나에는 삼대 까사라고 불리우는 유명한 까사가 있는데 (호아끼나, 요반나, 시오마라) 마침 근처에 요반나 까사가 있기에 그 쪽에 가서 택시를 예약하기로 하고 걸음을 옮겼다.
걸어가면서 마주한 쿠바는 매 순간이 놀라웠다.
하늘이 어쩜 저렇게 파란 색일 수 있지?
(거리는 이렇게 푸릇지 않은데!)
건물마다 색감을 이렇게 다양하게 알록달록하게 쓴 이유는 뭘까,
건물 색감이 화려한 것이 사람들에게도 물들었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원색의 화려한 색감의 옷을 많이 입은 것 까지. 모든 순간이 놀라움 뿐이었다.
마치 사람이 살지 않을 것만 같은 폐허 같으면서도 알록달록한 색감에 세트장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인 아이러니를 매력으로 가진 아바나. 그것이 두번째로 내가 느낀 아바나의 매력, 쿠바의 매력이었다.
사람들이 삼대 까사를 이용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쿠바가 정보를 얻기 어려운데, 삼대 까사에는 사람들이 여행하며 직접 얻은 경험에 근거한 정보를 공유 한 “정보북”이 놓여있기 때문. 이 삼대 까사에는 한국인이 많이 이용하여 정보북이 한글로 쓰여있어 상당히 쏠쏠한 편이라고 하는 것 외에도 까사에서는 택시기사를 연결 해 주는 등의 특혜가 있었고, 택시 비용은 인당 35쿡으로 총 175쿡.
정보북에 담긴 내용이 상당히 궁금했으나, 다음날 아침 트리니다드로 떠나야하는 우리에게는 다음번 기회를 기약하며 호아끼나 까사를 나와 골목을 도니 바로 까삐똘리오와 아바나 대극장이 보였다.
까삐똘리오는 “정부”라는 뜻으로 2010년부터 대략 10년간 공사중이었는데, 내가 갔을 때에는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과연, 지금은 다 끝냈을지 궁금하긴 하다. 아마 내가 다시 쿠바에 갈 때까지는 완공되지 않을 듯 했다.
매우 큰 까삐똘리오의 여러 공간에서 아바나의 젊은이들이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연습하고, 다같이 모여서 무언가를 의논하고 있었다. 여러 사람이 모이고, 그들이 젊음을 공유하며 향유하는 공간이라면, 이 까삐똘리오의 목적은 그것으로 다 한것 아닐까. 그리고 그냥 까삐똘리오에서 취미로 춤을 추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유분방하면서 상당히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을 보며 아, 내가 쿠바에 있긴 하구나 라는 감상이 들었었다.
까삐똘리오 앞에서 다들 기념사진을 한장씩 찍은 후, 우리의 목적 달성을 위해 정문으로 향했다.
이 까삐똘리오에 왔던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올드카 투어”를 위해서였다.
까삐똘리오 근방에는 형형색색의 많은 올드카들이 줄 지어 서있다. 물론 쿠바는 올드카를 타고 다니기에 그게 뭐가 대수냐 싶겠지만, 이 올드카를 타고 아바나를 한바퀴 돌아 볼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멋진 일이 아닐까? 게다가 오픈카 (!)
다들 각자가 마음에 들어하는 올드카를 고르고 난 후 일행을 나누어 올드카 투어를 시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