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18 트리니다드
한숨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일행들이 외친 것은 점심. 아침을 먹자마자 잠에 들었지만 어찌나 단잠을 잤는지 배가 다 꺼졌다고 밥을 먹고싶다고 다들 난리였다. 전날 봤던대로 직감에 맡겨 음식점을 찾지만, 어제완 다르게 좀 더 느낌이 오는 곳을 찾아 들어가기로 하고, 다시 마요르 광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전날 마요르 광장을 향해 가자! 고 말 했지만 실제론 거의 그 앞만 찍고 돌아온 것이나 마찬가지이기에
트리니다드에 있은지 이제 24시간이 되어간다고 트리니다드가 익숙해졌기에 이제는 트리니다드 고유의 색깔과 우리가 가진 색을 조합하고, 지나가는 쿠바노들의 삶의 순간과 함께 사진 찍는게 하나의 기록 남기기가 되었다.
다채로움을 보여주는 이들이었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았던 것도 한몫하긴 했다.
마요르 광장에 도착해 보니, 모든 길은 마요르로 통한다는 말에 기대를 했지만 기대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처음엔 그런 말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곳인가? 엄청 넓은가? 했는데 실제로는 잘꾸며놓은 정원에 가까웠기 때문. 그렇지만 그냥 단순히 넓어서 광장이라 한 것이 아닌 잘꾸며진 정원은 구경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아플 정도로 내리꽂는 햇빛만 아니라면!
광장 근처를 스캔하던 우리에게 한 음식점이 들어왔고, 선택되어 들어간 집은 트리니다드에서 먹었던 음식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것이 아닌가 싶다.
샐러드가 있어서였는지, 기름지고 짰던 이제까지 쿠바에서 먹었던 음식들과 달리 나름 깔끔한 편이었고, 간도 그럭저럭 이정도면 먹을만하다 싶었다. 가격도 23쿡이면 양호하다고 생각될 정도?
식사를 한 후 마요르 광장을 지나 트리니다드 북쪽으로 조금 더 향해 걸어갔다. 전날은 마요르광장까지만 올라갔으니, 이번엔 아예 처음 가보는 길로 가보자 해서 길을 걷다보니 시장들이 나타났다. 아까 내가 오전에 구경했던것 들과는 다른것을 파는 노점상이 나타나자 노점상을 처음 보는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정신없이 구경을 시작했다.
흰 천에 대한 유래를 설명 해 주자 다들 흰천을 기념품으로 고르고, 디자이너들의 안목에 기대어 엄마 선물을 찾으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자니 흰 천이 바람에 너울거렸다. 아까 오전에 돌아다닐때는 바람 한 점 없이 햇볕만 내리쬐었기에 흰천이 바람에 반짝거리는 것만 보았지만, 오후엔 바람도 간간이 불어 흰천이 너울거리는 것을 보고있자니, 장관은 장관이었다. 그들의 과거는 슬프지만, 현재 이렇게 구경하는 나에게는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기분탓인지, 다른 수공예품들은 가격 협상의 여지가 있었으나, 흰 천은 그들의 자부심인지 가격 협상의 여지가 없었었다. 예를 들어 마그넷은 몇개에 얼마였으나, 여러명이 함께 사면 가격을 더 흥정 해 주었다. 하지만 흰 천은 절대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 자신들의 프라이드가 묻어있기 때문이었을까. 그렇기에 이해가 가서 그저 제값을 주었다.
실제로 이 트리니다드에서 사온 엄마의 선물이 여행하며 내가 사온 기념품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고 하시더라.
디자이너들의 안목도 있겠지만 그들의 품질이 정말 좋다고 하셨었다.
그래서, 다시 트리니다드에 가면 흰 천을 활용한 것을 사오고싶다.
다시 흰천이 늘어져있던 수공예 거리를 지나, 트리니다드를 돌아다니는데 오전부터 나와 돌아다닌 일행, 그리고 밤새 놀다가 네시간 정도 자고 일어난 나머지들로 이루어진 우리에게 트리니다드 오후의 해는 너무 강렬했고, 더웠다. 한국이었으면 카페에 들어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이 곳의 카페에는 아이스커피도 없으니, 더위를 어디서 피하지 싶어 주변을 열심히 둘러보던 우리 눈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들어왔다.
아이스크림 가게임에도 불구하고 에어컨이 없어서 당황스러웠지만, 가게 안쪽에 자그마한 정원 처럼 만들어진 곳이 있는데 그늘인데다가 바람도 잘 불었다. 그 공간에 둘러 앉아 자리를 잡은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급하게 먹었다. 날이 너무 더워 아이스크림이 금새 녹기 시작했기 때문.
처음엔 아이스크림가게에 에어컨이 없어서 어떡하냐 싶었지만 의외로 그늘에 앉아있고, 건물 구조 때문인지 바람이 끊임없이 들어오자 아이스크림 한스쿱에도 몸이 차가워졌다. 한국에서도 예전 선조들이 건물 구조를 활용하여 여름을 시원하게 나지 않았던가. 쿠바에서도 그걸 활용하여 건물 구조를 지은건지 바람이 계속 들어오자 그럭저럭 시원했다. 입에는 아이스크림이 들어있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남미의 알록달록한 도시에서의 휴식.
에어컨 바람이 없어도 시원했다.
한참을 앉아서 쉬고 있자니, 아까 가게에 들어올 때보다는 해가 견딜 수 있을 정도가 된 것 같아보였다. 그럭저럭 걸어다닐 수 있을 것 같아 가게를 나와 트리니다드를 더 구경하기로 했다. 오늘 저녁은 여덟시에 열리는 차메로 아저씨네서 즐기는 랑고스타 파티를 예약했기에, 다시 숙소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기 전에 마지막으로 트리니다드의 유일한 높은 건물인 혁명 박물관을 갔다 숙소로 돌아가자고 합의 하고 가게를 나왔다.
혁명 박물관을 가는 길에 공원이 보였고, 쿠바에서는 넓은 광장은 주로 와이파이 스팟인게 생각나 지도를 찾아보니 와이파이 스팟이 맞다고 하더라. 혁명 박물관에서는 일몰을 보고싶었고, 시간은 아직 조금 남았기에 다들 광장여기저기에 자리를 잡았다.
쿠바에서는 왜 넓은 광장을 주로 와이파이 스팟으로 했을까.
공원이 탁 트인 공간이라 와이파이 신호가 막힘없이 닿을 수 있어서일까 아니면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기 때문일까. 후자라면 와이파이를 쓰기 위해 공원에 왔다가 다시 친목을 할 수 있는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초에 와이파이 없이, 인터넷의 존재가 그다지 크지 않은 이들에게 와이파이 존에 대한 의미는 무엇일까 싶어 괜시리 궁금해졌다.
인터넷의 존재가 크지 않은 이들이라 생각 하기엔, 와이파이 존에는 늘상 사람들이 넘쳤고 우리 나이 또래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도 많았기에.
한국처럼 특정 장소에서 와이파이가 가능하게 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며 공원에 앉아 이들의 삶을 구경하고 인터넷을 하다보니 어느새 해가 더욱 늘어지기 시작했고, 다들 혁명 박물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혁명박물관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바라본 쿠바노들의 일몰 환경은 더 여유로워보였다. 따스한 크림색 구름이 가득한 하늘, 공터에서 야구하는 아이들, 저녁 노을이 트리니다드 곳곳을 따스로이 어루만지는 노을지는 무렵의 트리니다드.
별거 없는 풍경이지만 보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 어디 한구석이 풍만해지는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