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기가막힌 트리니다드의 선셋, 그리고 랑고스타

23-10-18 트리니다드

by 역마살아임더




트리니다드의 건물들은 다들 높지가 않다. 단층 건물들이 많은데다가 높아봐야 3층 정도되는 건물들이어서 주변을 구경 할 수 있는 높이의 건물이 없었다. 그래서 이 혁명 박물관이 일몰 명소가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그래서 종탑 입장권을 따로 냈던 기억이 있다.

종탑에 오르다 본 풍경들



종탑은 시설이 좋지 않고 끊임없이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야한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것은 뭐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라 그런지 놀랍지도 않지만, 계단을 정말 끝없이 올라가야했다. 포기 할 수도 없이 뒤에서 밀려드는 관광객에 떠밀려 올라간 트리니다드의 풍경은 예쁘긴 했다.


빨갛던 그들의 지붕과 붉은 노을



종탑 건물 끝까지 올라가도 별 건 없었다. 전망대가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 그렇더라도 트리니다드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은 좋은 기회였다. 올라오는 길에 봤던 몽글몽글한 크림색하늘이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더 붉게 물들고, 그런 하늘의 색 덕분인지 트리니다드 전체가 다 붉게 보였다. 땅으로 내려가 걸어다니면 그렇게 알록달록하던 마을의 지붕이 다들 빨간색이라니, 그들의 개성이 지붕까지는 닿지 않았나보다.


해가 지는 걸 다들 넋놓고 바라봤던 것 같다. 붉게 물든 해가 붉은 지붕의 트리니다드를 빼곡히 채우는 경관은, 역시 일몰에 보러오길 잘했다. 그 계단을 올라도 올 가치가 있었다 싶었다.



일몰과 다 같이 찍은 사진


다만, 일몰이 질 때 어디선가 내려온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가 되자 아무도 우산 없이 나왔기에 빠르게 종탑을 내려갔으나.....우리보다는 비가 더 빨리 내리기 시작했다.

10월까지는 허리케인이라고 하더니, 한번 쏟아내기 시작한 하늘은 쉽게 그치려는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뛰어가기엔 우리 숙소는 트리니다드 저~끝에 위치하였고, 우산없이 갈 수 있는 거리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불이 켜져 있는 몇 안되는 가게를 찾아 일단 달려 들어가 한참을 기다려보았지만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커피와 몇개의 음료를 시킨 후 앉아 비가 내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나랑 같이 여행 하면 비오는 날은 없을거라고 호언장담 했는데, 이렇게 일정 다 끝나고 집에 갈 무렵에 비가 한번 오는거라면 괜찮은건가 안괜찮은건가. 비 냄새는 기가막히게 잘 맡는 나인데도 정말 어떠한 낌새도 느끼지 못했는데. 동남아에서 보던 스콜 같은건가.


그런가 하면 또 허리케인 처럼 비바람이 마구 몰아치는게 아니라 단순히 비만 많이 오는거라면 괜찮기도 하고. 후덥지근한 공기가 비바람에 물러나는게 느껴졌다. 다만, 내일은 트리니다드를 떠나 바라데로로 출발하는 날인데 비가 안왔으면 좋겠다. 트리니다드에선 비가 오더라도 바라데로는 안왔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며 비가 그치길 기다렸으나,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아 집에 갈 수단을 찾기 시작해는데, 바깥에 돌아다니던 인력거? 같은 자전거 마차가 기가막히게 우리가 있던 카페 근처에 있어 잡아 타고 차메로의 집으로 향했다.







차메로 아저씨네 집은 저녁이면 랑고스타 파티가 열린다. 물론 랑고스타 수량에 제한이 있기에 미리 말 해야하고, 참가비는 10쿡 정도로 좀 센가? 싶지만 랑고스타와 다른 것도 먹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술! 차메로 아저씨가 만들어주는 깐찬차라가 무제한 제공이기에 그다지 비싼건 아닌것 같은 금액으로, 우리가 차메로의 집에 들어가자 이미 한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랍스터 꼬리찜, 랍스터, 돼지고기 볶음 등등 없는게 없었고, 술도 무제한 제공이라 너무 행복했다. 물론 예상 가능하듯 하바나 클럽이 베이스라서 나 외의 일행들은 먹질 못했지만. 갑각류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너무 행복한 저녁식사였다. 어디서 보기로 차메로 아저씨가 상당히 요리를 잘한다 하더니, 어디서 자꾸 음식이 튀어나오고, 그 음식들이 상당히 맛있는 것을 보면, 단연 트리니다드 최고 였던 것은 확실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전에도 말했듯 우리 일행 중에는 해산물을 못먹는 사람이 있었고, 다행히 그를 위한 돼지고기 등의 요리가 준비 되어 있었으나 향신료 맛이 강하여 먹지 못하였다. 차메로 아저씨는 자신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히 강한 사람이어서 우리가 먹는것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려 하였지만, 나만 봤으면 서로 행복했을 것을, 해산물을 못먹는 일행을 보고는 왜 못먹냐고 물어보았다. 해산물 알러지가 있다고 설명한 내 말을 이해를 못한 것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음식을 먹어야지 예의라고 생각한 것인지, 그에 대해 불만인 듯한 표정을 나타내었고, 조금은 불편해졌다. 알러지가 있는걸 어떻게 하라는거지?





한국에서 트리니다드를 여행하기 위해 숙소를 알아보는 이들의 대부분은 차메로 아저씨의 숙소를 찾는다. 이 숙소를 찾으면 설령 자리가 없더라도 주변 숙소를 추천해 주고, 택시도 예약해 주시고, 밥도 주시고, 찾아가면 술도 주시고, 정보북도 있고.


하지만 다른 이들의 여행기를 보다보니 잠시 의문이 생겼다. 이렇게 유명한 이가 있어 믿을 구석이 있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혹여나 그러한 점을 강점으로 내세워서 이익을 취하려는 자는 아닐까. 하는 의심병이 도졌었다.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 인터넷도 안되어 정보도 바로 확인 할 수 없는 곳으로 여행하니 돌다리가 부서질때까지 두드려 보려는 나의 의심이었다.


그리고 그 의심은 어느정도는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바라데로로 떠나지? 택시는 구했니? 라는 말에 응! 너한테 물어봤을 때 그 날 가는 택시가 있을지 모르겠다 라고 했기에 우리가 지나가다 택시 운전사를 구했다! 라고 답하자 그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그는 나에게 우리는 너의 택시를 구했는데? 라고 말하였고, 당황한 내가 그때 없다고 하셨잖아요..? 하자 찾아본다는 뜻이었다고 딱딱하게 답했다.


이에 분위기가 삭막해진 것을 느끼자 눈치빠르게 일어나자고 하여 우리 숙소로 향했고, 당장 하루 하고도 반나절 하고 떠나는데, 있을지 모르겠다는 그의 말에 우리 나름대로 대안을 찾은게 문제였나? 의사소통이 어디서 문제가 생긴것인지에 대해 되짚어보는 나의 등을 일행들은 걱정말라며 두드려주었다. 어차피 내일 아침이면 안볼 사람이잖아.





그런 울적한 내 기분을 바꿔준 것은 우리 숙소의 귀여운 아들래미였다. 숙소 주인 가족들이 아이가 우리에게 다가와 장난치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았고 (혹여나 숙박객의 기분을 언짢게 할까봐) 얼른 후다닥 데려가버렸기에 이름은 못물어보았지만, 약 4살 정도 되는 이 통통한 꼬맹이는 우리가 신기했는지 계속 이 방, 저 방을 오가며 장난감을 보여주었다. 그래, 내 기우가 맞았으면 뭐 어때. 그만큼 내 촉이 좋은거고, 일행들 말마따나 내일이면 안볼 사람인걸.


어느새 비가 그친 트리니다드의 밤엔 축축함과 약간은 불쾌하지만 괜찮을꺼야 라는 생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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