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0-18 트리니다드에서 바라데로
다음날 아침, 마지막 아침 식사를 마치고 짐을 꾸린 우리 숙소 앞에 택시기사가 나타나야했으나….기사는 차메로 아저씨네 집으로 향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택시를 예약할 당시 나는 우리 숙소의 정확한 주소를 모르기에 숙소 주소를 어떻게 말하지 하며 고민하는 나에게 기사는 차메로? 라고 물었을 때 응 맞아! 라고 답했던 나에게는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우리는 전날 밤 서로 불편한 대화를 나눈 사이였는데.
그걸 알 턱이 없는 택시 기사는 차메로의 집 앞에서 클락션을 울렸다. 그 소리에 부리나케 달려나간 나는 차메로 아저씨를 딱 마주하고 말았고, 그는 굳은 표정으로 기사에게 뭐라 말하였다. 불안한 마음을 무시하며 그들의 대화를 엿들으려 애를 쓰자 (되도 않는 스페인어로!) 다행히도 택시 기사는 우리 숙소 앞으로 차를 옮겼다. 그리고는 잠시 정비가 필요하니 30분 후에 떠난다고 말 하였다.
불안했던 마음을 가라앉히며 일행들과 마지막으로 트리니다드 곳곳을 사진으로 남겨보았다.
트리니다드는 약 이틀동안 꽉 차게 돌아봤다고 생각했는데 골목길에 접어들 때마다 다른 골목길의 모습과 그 마지막의 순간에도 마주하게 된 그들의 모습이 이상하게 또 매력적이어서 떠나는게 그렇게 아쉬웠다. 아바나를 떠날 때에는 트리니다드는 어떤 곳일까? 하며 미지의 세게로 떠나는 느낌에 너무 설렜었는데 바라데로에서의 시간이 지나면 한국으로 떠나야하는게 느껴져서였을까 그렇게 떠나는 길이 아쉽더라.
말이 따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살면서 처음 보는 신기한 방법으로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문에 철창을 치고 사는 사람들. 처음엔 보기 무서웠으나 이제는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으로 보여서 처음 볼 때처럼 무섭게만은 보이지 않는 것도 어느새 내 눈에 익숙해졌다는 뜻이겠거니 싶으면서 떠나기 까지 30분 밖에 안남았다는 게 못내 아쉬웠다.
30분이 지나 트리니다드와의 인사를 마치고 나자 마침 차 수리가 완료된 택시기사가 우리를 불렀고, 다시 기나긴 길을 올드카와 함께 떠나게 되었다. 다행이라면 우리가 아바나에서 타고온 차보다는 훨씬 상태가 괜찮았다는 점?
트리니다드에서 바라데로까지는 대략 세시간~세시간 반 정도.
쿠바의 끝에서 또다시 끝으로 이동하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트리니다드에 올 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시간이 걸리지만 저번엔 뒷자석에 앉았지만 이번엔 앞자리에 앉아 길을 보고 가자니, 개인적으로 트리니다드에 갈 때보다는 훨씬 재밌게 온 것 같다.
트리니다드로 올 때는 그래도 도시가 근처에 있어서 그런지 도로라고 하긴 아쉬운 수준인, 차선 구분도 없이 아스팔트만 깔려있는 수준이었지만 도로가 넓게 깔려있어 자연이나 주변 풍경을 보기에는 어려웠었다. 하지만 트리니다드에서 바라데로의 길은 산길 같은 곳에 길을 내어 놓은 듯 한 길이 많아 자연과 주변 환경을 구경할 기회가 더 많았다. 전날 비가 한바탕 쏟아지고 난 후라서 그런지 하늘은 더할나위없이 푸른 빛이었고, 전날 못다 뿌린 비가 아쉬웠는지 구름이 뭉개뭉개 곳곳에 있었지만 푸른 하늘과 어우러지니 그 마저도 풍류였다.
그리고 옆에 앉아 연신 사진을 찍는 나를 보며 택시기사가 간간이 말을 걸었고, 그에 대해 짧은 스페인어로 답 해주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가는 느낌이었다. 한달 반동안 짧게 배운 스페인어 였지만 이렇게 써먹고 있자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더라. 그리고 기사가 이곳은 벼를 기르는 밭이다, 저건 스페인어로 어떻게 발음한다 등을 알려주다 보니 그저 초록빛으로 빛나는 길이 아닌 쿠바의 도로 풍경도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옥수수 밭, 밀 밭 등이 그렇게 나를 스쳐 지나갔다.
트리니다드에서 바라데로의 길은 포장 되어있지만 울퉁불퉁하고 굴곡진 길이 많아서인지 약간 로드무비를 찍는 느낌이 풍겼다. 정신없이 흔들리고, 오르락 내리락을 몇번이나 하고. 트리니다드에 오는 길 보다는 확실히 다니는 차도 더 적어서 가끔씩 차가 보이면 자연히 눈길이 가게 되더라. 그러다 보니 마차가 고속도로를 함께 달리는 것도 보고. 트리니다드에서 자주 봤던 풍경이지만 볼때마다 신기했다. 고속도로에 마차가 어떻게 달려요. 지역간 이동이 많지 않아서 가능한걸까.
그렇게 마치 로드무비 한 편을, 특히나 미국 서부 영화에서 보던 직선 도로에 언덕이 여러 개가 있는 길을 끊임없이 밟는 로드무비를 찍으며 한참 달리다 보니 아무것도 없이 자연만 가득하던 길에서 어느새 바라데로가 있는 마탄사스 지역으로 들어왔다는 표지판이 보였다.
그렇게 로드무비를 한 편 찍으며, 바라데로에 도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