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 1일차, 울릉도에 들어가는 법
* 이 글은 지난 4월 말, 한국에선 코로나가 종식되는 줄로만 알았던 그 시기의 여행입니다.
* 사회적 거리두기, 개인 방역을 매우 철저히 준수합니다.
학교를 다니며 내일로를 두 번, 그 외에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 여행을 다녔다. 해외가 여의치 않으면 가까운 동해바다, 혹은 부산, 통영까지도.
뚜벅이인데다가 원래 도시를 좋아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애지간한 곳은 다 여행 해 봤다고 생각했기에 국내 여행에는 무심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없어지길 간절히 바라마지않는 그 존재가 지난 1월부터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를 덮치고 나니 해외는 고사하고 한국 여행도 여의치 않게 됐었다. 이후 숱한 집단 감염을 사회적 거리두기로 극복하고 드디어 4월 말, 끝이 보이는가 했다. 그리고 5월의 황금연휴가, 우리가 마주한 평범한 우리들이었으면 행복하게 즐겼을 그 5월의 휴가가 바로 코 앞이었다.
떠나고싶은데 국내에서 왠만한 궁금한 곳은 다 가서 흥미가 안생기는데 어딘간 떠나고싶다며 고민하는 내게 평소 친하게 지내던 회사 동료가 나는 울릉도 가보고싶은데 용기가 안난다 라며 말을 꺼냈다. 아 그렇구나... 라고 말은 했지만 자리에 돌아오자마자 울릉도 가는 방법을 찾아보고, 며칠 정도 가는 방법을 찾아본 후 숙소와 배편을 예매한 후 선 예매 후 통보로 회사에 알리고 여행을 떠났다.
울릉도 자체도 들어가기 힘들다고 한다. 티켓을 구하기 힘든건 둘째치고, 울릉도까지 들어가는 뱃길이 험하여 멀미약이 필수라고. 그렇게 들어가서 대한민국 동쪽 땅끝 독도는 “삼대가 덕을 쌓아야지만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 필수로 따라붙었다.
섬 이름은 외로울 독, 홀로 독을 쓰고 있으면서 덕을 쌓아야지만 허락해 준다는 도도함이 빛나는 독도. 해가 사랑하는 여행자의 면모를 보여주려면 독도 정도는 클리어 해야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며 독도 티켓도 함께 예매했다.
그런 이상한 근자감 (?) 으로 무장하고 묵호항을 떠나는 나에게는 이상한 자신감과 긴장감이 있었다. 시베리아도 훌쩍 건너고, 발트해도 건너보고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 카리브해도 다녀온 나지만 이상하게 내 나라, 섬을 가는 건 긴장이 됐다.
왜였을까. 유독 다른 나라에 갈 때보다 더 “울릉도 여자 혼자”, “울릉도 혼자”, “울릉도 치안” 에 대해 검색했던 것 같다. 갇힌 공간에서 며칠동안 완벽한 타인들과 지내야했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면서도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누구에게나 생길 일이다.’ 라는 이상한 논리로 무장하고 떠난 전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무래도 나를 잘 믿었던 존재가 배신하는게 가장 속쓰린 일이라서, 그리고 나에게 쏟아질 관심이 미리 싫었던 것 같다. 여행하며 늘 느끼는 점이지만 한국은 특히 혼자 여행하는 여자에 대해 너무나도 관심들이 많았다. 뭐가 그리 궁금한지, 왜 혼자 오는 것 인지. 무섭진 않은지. 어떤 이유로 여행하는지. 정말 싫을 정도로 관심이 많았고, 묻지 않은 호의를 베풀겠다며 누가 봐도 속내가 훤히 보이는 수작을 부려댔었다. 그게 축적되어서일까 내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낯설음과 긴장감이 느껴져 걱정했었지만 막상 묵호항을 떠나자, 너무 졸렸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배 편을 맞추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탓에 졸려 죽겠는데다가 원샷한 멀미약의 약효 때문인지 긴장감은 어디가고 잠이 미친듯이 쏟아졌다.
졸고 있다가 문득 눈이 떠졌다. 쓸데없이 잠귀가 밝아서인지 어딘가의 소음이 에어팟을 뚫고 들려오자 누군가가 깨운 듯 반짝 잠이 깨버렸다. 아직 한시간 정도 남았는데 왜 깬거지 하며 바깥으로 눈을 둘러보니 망망대해라는게 이런건가 싶게 아무것도 없는 창밖만 나를 기다렸다.
한국의 동해바다는 다른 바다에 비해 섬이 많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동해에서 배타고 들어가는 섬은 아마 울릉도와 독도뿐이지 않나? 그리고 이 울릉도를 들어가기 위해 가는 길은 정말 망망대해였는데 이것도 평소 내가 알고 지내던 한국의 모습이 아니라 어색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 이렇게 망망대해가 보이는 곳도 있구나.
바깥을 요리조리 뜯어봐도 바다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창 밖의 단조로움과, 작년에 탔던 크루즈 이후로 오랜만에 타는 배인데, 그때와 경치는 비슷하나 다른 환경에 놓여져 있는 것이 매우 생경한 기분이기도 하고…. 배에 탄 이후로 잠에 푹 절여져 있다보니 온갖 생각이 머리 이쪽 저쪽으로 오가고 있어 조금 어지러웠다. 많은 생각이 나를 스쳐지나가는 중이었다. 잡아서 곱씹어볼 틈도 없이 빠르게 나를 스쳐지나가는 생각들 사이에서 정신 차리고 잠을 깰까 하여 눈을 깜빡이는데 조금 떨어진 좌석쪽에서 하는 대화가 들렸다.
“아빠 나 토할것 같....우웨에엑”
“아빠도 토할 것 같아…우웨에에에엑”
아이가 토하기 시작하자 그걸 닦아주던 아빠가 같이 토했다. 그들의 자리에서부터 시작된 토사물의 향이 살그머니 내 코에 닿았다. 썩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자리를 피할 길도 없는데 어쩌겠는가. 이래서 멀미약을 먹으라는건가. 먼저 약을 먹어서인지 나는 너무나도 멀쩡했다. 그들의 소란을 피하기 위해 다시 눈을 감았더니 신기하게도 잠에 들었다.
(나중에 듣자니 멀미가 나면 멀미약 때문에 자게 된다고 한다. 나도 더럽게 멀미를 했던 것이다.)
눈을 감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 시간이 지난 후, 곧 배에서 내린다는 방송이 들려 눈을 반짝 떴다. 잠들기 전에는 아무것도 없던 망망대해이더니, 저 멀리서 섬이 보였다.
울릉도, 드디어 울릉도였다.
보통 개인이 가거나, 여행사를 끼고 여행.
개인이 여행 시 배는 “가보고싶은섬” 페이지 혹은 어플에서 구매 가능.
울릉도에 들어가는 배는 크게 강릉, 포항, 묵호 세 군데에서 출발.
묵호와 강릉에서 출발하는 배는 각각 아침 8시 50분, 8시 20분에 주로 운항
가격은 편도 6만원~6만2천원 (강릉, 묵호항 기준)
*포항은 약 6만 8천원 정도.
독도 티켓은 약 5만6천원 선
휴일이 아닌 평일이라면 조금 더 싸지는 것 같음 (3만7천원)
패키지의 경우 각 패키지 별 요금이 다르기에 개인이 비교하고 선택해야함
보통 2박 3일 기준으로 울릉도까지의 배, 식사, 숙소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추가 옵션으로 독도 투어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