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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아임더 Sep 02. 2020

1. 울릉도를 얕본 자의 최후

울릉도-1일차, 울릉도의 숙소

* 이 글은 지난 4월 말, 한국에선 코로나가 종식되는 줄로만 알았던 그 시기의 여행입니다.

* 사회적 거리두기, 개인 방역을 매우 철저히 준수합니다.






사동항에 내린 시간은 딱 12시였다. 약 세시간 정도의 항해를 거쳐 도착한 울릉도는 일단 날이 흐렸다. 여객선 터미널에서 나가며 한번 더 발열체크를 하고, 드디어 터미널을 벗어났다. 사동항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줄을 섰지만 나는 전동 퀵보드를 꺼내들었다.


(전동 퀵보드를 배에 들고 탈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여부는 전화로 문의한 후 현장에서 한번 더 문의 했습니다. 먼저 전화로 물어볼 땐 안된다 했는데 현장에서 안될까요..? 라고 물어보니 실어주셨습니다. 근데 왠지 “늘 실어준다”는 아닌 것 같으니, 어거지로 떼 쓰지는 맙시다)


내가 예약한 숙소는 북면 현포리에 위치한 게스트 하우스였는데 항구에서 숙소까지의 거리는 약 15km거리인데 걸어가면 4시간이 걸린다고 했지만 코웃음을 치고는 퀵보드로 출발했다. 서울에서 15km의 거리는 약 한시간~한시간 반 정도면 충분히 가는 거리였으니까. 걸어가니까 그렇게 오래걸리나보다. 라고 단순히 생각하고 버스 기다리는 사람들을 지나쳐 킥보드를 타고 길을 나섰다.


나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처음엔 매우 좋았었다. 사동항에서 북면으로 향하는 해안도로를 퀵보드를 타고 지나가다 보니 울릉도의 푸르른 바다는 옆에서 철썩거리며 파도 치고 있고, 해안도로 건너편은 깎아놓은 듯 매우 높은 절벽의 산은 계속 내 옆에서 함께했다.


산이 계속 함께 하던 해안도로


서면의 통구미 몽돌 해변을 지날 무렵까지는 행복했었다. 퀵보드를 타고 지나다니며, 간간이 해안도로가 1차선 도로로 합쳐지는 구간에서는 앞뒤로 차가 다니는 심장이 쫄깃해지는 순간을 즐기기도 했고, 바위에 옹기종기 앉은 갈매기를 보며 새들의 고향이란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혼자 퀵보드를 타고 가다보니 아무데서나 마음에 드는 경치가 나오면 그저 앉아 바다를 바라보다, 해안가로 달려와 온몸으로 해안가를 감싸는 푸른 파도를 보니 정말 드넓다. 푸르다. 라는 생각만 그저 들었다. 이런 망망대해에 가만 떠있는 섬 두개라니. 내가 내 나라에서 이런 망망대해를 그저 앉아 구경 할 수 있다니. 울릉도 참 좋다. 하는 감상을 하다 배가 고파져서 다시 출발했다. 빨리 숙소에 가서 짐 풀고 밥 먹으러 가야지 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새 남양에 들어서자 언덕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가 탄 킥보드는 등판력이 꽤나 높은 편이었기에, 서울에서도 높다하는 언덕길을 모두 무리없이 올라갔었기에 이정도 쯤이야! 라는 생각을 하고는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부터가 시작이었다.





남양에서부터 시작된 언덕길은 학포로 넘어가면서부터 끊임없는 언덕길의 연속이었다.

처음엔 뭐 이정도 쯤이야. 라고 생각하고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 옆을 스쳐지나갔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울릉군 공설운동 경기장앞, 그러니까 태하 근처에 오자 더는 못가겠다며 킥보드가 항복 선언을 하고 드러누워버린 것이었다. 속도가 3km도 채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산속에 터널이 있는 곳이 울릉이다-


결국 킥보드를 끌고 언덕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한참을 올라간 것 같은데 끝이 보이질 않았다.



오른쪽 끝의 하얀 건물 까지가 언덕길입니다 ^.^



해는 쨍쨍하지, 날은 덥지, 언덕길은 계속이어지지, 짐은 많지, 배는 고프지. 그 자리에서 모든 걸 다 던져버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나는 킥보드를 탈 것이니 캐리어는 안되겠구나~ 하며 백팩 두개와 킥보드를 들고 울릉도에 들어왔었다. 처음에 킥보드를 탈 때 까지만 해도 그 짐들은 무겁지 않았지만, 언덕길을 걸어 오르며 퀵보드까지 끌고 올라가려니 모든 짐을 그냥 다 던져버리고 그 자리에 눕고 싶었다.


너무 더웠다.



지도가 더 경악이다. 이게 사람이 걸어오를 수 있는 길인가


배도 고픈데 뙤약볕의 언덕길을 터벅터벅 올라가고 있자니 눈앞이 핑글핑글 돌았다. 여기서 다 포기해버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게 들자, 딱 이번 고개까지만 올라가서 주전부리를 까먹자는 스스로에 대한 달램이 마음 한 구석에서 올라왔다. 울릉도에서는 주전부리를 살 기회가 적다는 울릉도 기 경험자 친구의 말을 듣고 단백질바 몇 개를 가져왔는데, 이게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었다.


이날 먹은 랩노쉬 단백질 바 맛이 그리 좋았다


근데 다행히도 그 꼭대기에 올라서자, 이 곳이 마지막 언덕이었는지 그다음부턴 평지와 내리막길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올라온 높이만큼 어마무시하게 길고 높은 내리막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평지니 킥보드를 다시 타 볼까 하고 올라탄 킥보드였는데 내리막길에 다다르자마자 속도가 어마무시하게 꽂히는데다가 브레이크를 힘껫 눌러도 속도가 줄지 않는 것을 보니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안그래도 1차선 도로인데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어떻게 피해야하는가, 제대로된 타이밍에 못 피하면…? 끔찍한 생각이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내 앞에 펼쳐진 울릉도 바다가 정말 기가막히게 예뻤다. 사파이어빛깔의 바다가 눈에 가득 담겼다.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영화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나왔던 보드 타는 장면 같기도 하고, 이제까지 오는 길에 보니 차가 많이 없는 것 같던데 별 일 없지 않을까 하는 특유의 낙천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건너편에서 차 오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심장이 마구 두근거림을 느꼈으나 이상하게 큰소리로 웃음이 났다. 무슨 죽음 앞에서 초연해진 웃음처럼 큰 소리로 웃음이 마구 났다. 누군가가 봤으면 미친놈인가? 했을지도 몰랐다. 근데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지금 내 기분 마치 윌터


다행히 이 글을 쓰고 있는 만큼, 아무 일 없이 숙소 앞에 도착했다. 내리막길이 얼마나 심했던건지 언덕길을 내려와도 한참을 악셀 없이 그냥 쭈우우우우욱 내려오다가 숙소 예약할 때 많이 봤던 벽화를 발견하고 급하게 멈췄다. 숙소였다.


당장 짐을 풀러놓고, 찬물로 몸을 식히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했다.




숙소에 도착해 문을 연 나를 보고 사장님이 얼굴이 왜 그리 빨갛냐며 걱정 해 주신 것이 너무 감사했다. 찬물로 샤워하고 밥 먹으러 갈 생각으로 근방 음식점은 어디있느냐, 없다. 저동항으로 가야한다. 그럼 저동항 가는 버스는 언제오냐, 지금 올 시간 다됐다. 라는 짧은 대화를 마치자마자 사장님이 주신 찬물 한 컵을 손에 쥔 채 함께 버스정류장에 나가 버스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찬물 샤워가 간절했지만 일단 물이라도 마시니 더위가 가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물을 홀짝 거리며 몸의 온도를 가라앉히자 아까 숙소에 들어갈 땐 안보이던 것이 보였다.

와, 숙소 앞 너무 예쁘다.





울릉도에서 숙소 정보 찾는 방법


패키지 여행의 경우엔 패키지에 숙소도 포함 되어 있으니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혼자 가는 경우엔 선택지가 은근 다양한 편인데,

한 가지 명심할 사실은 "절대 시설을 기대하지 말라"는 것 입니다.

최근 괜찮은 숙소가 조금씩 생겨나는 추세이지만 전반적으로 기대하지 않고 가면 더 좋습니다.

예약문의 역시 다른 지역처럼 인터넷으로 예약 및 가능 일자 확인이 어려워

일일히 전화해서 손품 팔아야합니다



제가 정보를 찾은 경로는

1. 초록창에 "울릉도 숙소"를 검색한 후 숙소 정보 확인

>게스트하우스 은근 있습니다.(약 2.5~3.5 사이)

>리조트 정보도 다 나옵니다!


2. 인스타그램에 "울릉도숙소"를 검색한 후 펜션 정보 확인

>펜션 정보 꽤 많이 있습니다!


3. 야놀자 (신기하죠!)의 모텔, 펜션 탭에 있는 펜션 정보 확인

>최근 저동에 오픈한 신축 게스트하우스&호텔 정보도 있고, 펜션도 은근 있는 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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