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2학년 2학기가 거의 끝나가는 1980년 겨울이었다. 파란 하늘이 보이던 맑고 추운날, 나는 엄마와 차를 타고 한강강변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차창밖으로 어느 큰 공장의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엄청나게 많이 나오고 있는 걸 봤다. 나는 엄마한테 저 공장이 바로 하늘의 구름을 만드는 공장이냐고 물었다. 엄마는 웃으면서 저 공장은 전기를 만드는 당인리 발전소라는 곳이라고 가르쳐줬다.
나는 내 일기장에 당인리 발전소가 구름을 만드는 공장인줄 알았다고 썼고, 담임선생님은 내 일기가 재밌다고 하시면서 반 친구들한테 읽어주셨다. 선생님이 내 일기를 반전체 친구들에게 읽어주실때 내 가슴이 두근두근하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그리고 선생님은 빨간 색연필로 내 일기에 장문의 칭찬을 써주셨고, 선생님의 칭찬글을 읽은 엄마도 나를 칭찬해줬다. 선생님도, 내 반친구들도, 그리고 엄마도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나는 왜 그 일기를 거의 40년이 지나도 계속 기억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선생님이 내 일기에 ‘관심’을 가져주셨기 때문이다. 나는 그 시절에 분명히 선생님의 관심을 받고 싶어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남에게서 관심을 받으려고 하는 행위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설쳐댄다.’, ‘어그로를 끈다.’, ‘관심병 종자’와 같은 관심을 받으려는 행위에 대한 네거티브한 표현들이 있다.
사실 나는 그동안 관심을 받으려는 행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적은 없으면서 그저 안좋다고만 생각을 해왔다. 그러다 우연히 최서윤 작가라는 분이 경향신문에 기고한 ‘착한 관종이 되자’라는 글을 읽게 됐다. 그 기고문은 나로 하여금 관심을 받으려는 욕구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하는 기회를 만들어 줬다. 그래서 최서윤 작가의 기고문에서 내가 참신하다고 느꼈던 내용들과 내가 첨언하고 싶은 내용들을 다음과 같이 적어보려 한다. 아울러 최서윤작가의 기고문도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드린다.
우리 모두 남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리고 이 욕구는 우리가 창작활동을 하는데, 과학연구활동을 하는데,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데 있어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내가 만들어낸 성과물이 남들의 관심을 받았음을 확인했을때 오는 쾌감때문에 우리는 그 성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수고로움을 거뜬히 참아낸다. 게다가 SNS를 통해서 남들에게서 받는 관심의 양은 이제 돈으로 환산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즉 관심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만이 아니라 경제적인 이득도 취할 수 있다.
관심은 많은 일들의 시작점이다. 박사과정 학생과 포닥을 포함해서 수십명이 일하는 대학원 실험실에서 내가 박사학위를 하던 시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지도교수님이 내가 하고 있는 리서치에 대해서 관심을 갖도록 하는 일이었다. 지도교수님이 나에게 관심을 가져줘야 논문도 쓸 수 있고 졸업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연애도, 취업도, 영업도, 승진도 다 관심을 가져줘야 비로소 일이 시작된다.
관심은 유한한 자원이다. 내가 남들의 관심을 받게 되면 다른 사람들은 그 관심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경쟁을 해야 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자신의 콘텐츠를 더 유익하고 창의적이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노력을 하는 이른바 건전하게 관심을 받으려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쉽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꼼수를 부리는 사람들도 있다. 꼼수를 부리는 사람들의 문제는 그들이 만들어 내는 대부분의 콘텐츠가 세상에 해롭다는 점이다. 나는 그동안 이 전혀 다른 두 부류의 사람들을 구분하려는 노력을 해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저 관심을 받으려는 행위자체를 안좋게 생각했다. 관심을 받기 위해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조차 나는 칭찬이 박했던 것은 아닐까.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더 온라인을 통해서 분배되고 유통이 되게 되면서 세상은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이 유입되는 플랫폼을 극소수의 스타들이 독차지 하는 곳이 아니게 되었다. 이제는 다양한 종류의 SNS를 통해 우리들 누구나 자신의 콘텐츠에 관심을 가져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키워갈 수 있게 됐다. 이와같은 변화는 기존에 우리들이 하던 경쟁과 다른 방식의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 가령 앞으로는 잘 번성된 자신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리더로서 일해볼 기회가 먼저 주어지도록 세상이 변해가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이런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기존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가는 자칫 도태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일례로서 훌륭한 창업자를 찾아서 투자를 해야 하는 VC(Venture Capitalist)들은 페이스북을 통해서 그들이 관심을 갖는 스타트업과 그 회사의 창업자들을 지켜본다. 따라서 VC들에게서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페이스북을 통해서 자기자신과 그 회사를 매일 조금씩 VC들에게 알려가며 긴밀하게 소통하는것이 그들과 한두시간 만나서 사업계획을 프레젠테이션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오프라인에서 잘 안풀리고 있는, 능력과 인기가 없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절대 아니다. 오프라인을 통해서만 비즈니스를 만들어보려고 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이미 많은 것을 놓치면서 세상과 경쟁을 하고 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07032043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