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방향 전환 찹살떡

by 은파

준비 시간 : 몇 달의 고민과 수년의 적응기
난이도 : 익숙한 길을 버리고 미지의 영역으로 뛰어드는 수준
실패 확률 : 기존 정체성에 대한 집착도에 비례


찹쌀떡은 보기보다 까다로운 음식이다. 찹쌀가루의 수분 함량, 반죽의 온도, 찌는 시간과 치대는 손맛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다뤄선 안 된다.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으면 금세 찌그러지고, 너무 오래 쪄도 질척해져 먹음직스럽지 않다. 하지만 알맞은 온도와 시간, 인내라는 양념이 어우러지면 쫀득하고 깊은 맛을 내는 별미가 된다.

'인생 방향 전환 찹쌀떡'이라는 이름의 삶 역시 그렇다. 익숙한 길을 벗어나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삶을 전환하는 과정은, 찹쌀떡을 빚고 찌는 시간만큼이나 까다롭고 정성스러운 과정이다. 그 안에는 혼란도 있고 망설임도 있으며, 마침내 완성되어 가는 새로운 정체성의 맛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느 날 문득,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일까?"라는 질문이 솥뚜껑처럼 마음을 두드린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혹은 불 꺼진 방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 질문이 불쑥 떠오른다. 처음엔 별것 아니라고 넘기지만, 어느새 마음속에서 끓고, 넘치고, 다시 달라붙기 시작한다. 한 번 끓기 시작한 의심은 식을 줄을 모른다.

오랜 세월 다져온 경력, 안정된 수입, 그럴듯한 직함과 명함. 겉으로 보기엔 그럴싸한 삶이다. 그러나 속은 왠지 덜 익은 듯 미적지근하다. 겉은 말끔하게 빚은 찹쌀떡이지만, 한입 베어 물면 중심이 흐물거리는 느낌이랄까. 내면 깊숙한 곳엔 말랑말랑한 불만족이 숨어 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튄다.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 대학 시절 꿈꿨던 진로, 언젠가 놓쳐버린 기회, 혹은 잠깐 움찔했지만, 안정이라는 이유로 외면했던 길들. 이런 기억들이 마치 재료 준비처럼 하나둘씩 다시 머릿속에 펼쳐진다. 삶이라는 주방에서 뒤엉킨 감정들은 이제 본격적인 요리 전 ‘밑반죽’처럼 움직이기 시작한다.

변화는 늘 작고 은근하게 시작된다. 관련 책을 읽고, 온라인 강의를 듣고, 해당 분야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주말이나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 새로운 기술을 맛보듯 배우기도 한다. 이 시기는 본격적인 삶의 방향 전환이 아닌, 말하자면 탐색 단계다. 찹쌀을 불리고, 소를 고르고, 손에 익은 만큼만 치대보는 시기. 익숙하진 않지만, 괜히 설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간 보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짙어진다. 입안 가득 기대감을 머금은 채, 본격적으로 삶의 방향을 틀어야겠다는 결심이 뜨겁게 솟는다. 이건 이제 재료를 섞는 수준이 아니라, 찜기에 넣고 뜨거운 김을 받아야 할 타이밍이라는 뜻이다. 직장을 관두거나, 전혀 다른 분야로 진입하거나, 도시를 벗어나 전혀 새로운 삶을 설계하기 시작한다.


‘삶’이라는 찹쌀떡을 빚기 위해선 쪄야 한다. 김이 무르익는 동안, 외부의 온갖 시선과 내부의 불안이 솥 안의 압력처럼 고조된다. 안정된 삶에 대한 미련, 실패에 대한 두려움, “네가 뭘 안다고.”라는 목소리들이 증기로 피어오른다. 그런데도 결정을 내리는 순간, 인생의 찹쌀떡이 본격적으로 쪄지기 시작한다.

처음 몇 달은 모든 게 신선하고 자극적이다. 낯선 환경, 새로운 사람들, 미지의 도전이 한데 어우러져 삶의 입맛을 다시 돌게 만든다. “왜 진작에 시작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과 함께, 용기를 낸 자신에게 어깨를 토닥이고 싶어진다. 하지만 쫀득한 식감에 도달하기까지는 더 많은 뜸이 필요하다. 금세 현실적인 문제들이 얼굴을 내민다. 재정의 압박, 능력의 부족, 초보자로서의 좌절. 이건 꼭 찹쌀떡이 너무 오래 쪄져 흐물거릴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적기를 놓치면 떡은 질척거리고, 삶은 당황스러워진다.

이 시기를 어떻게 버티느냐가 결국 방향 전환의 성패를 결정짓는다. 때로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유혹이 몰려온다. 과거는 괜히 더 반짝거려 보이고, 현재는 지나치게 버겁다. 하지만 정작 그 과거 속에는 말랑말랑한 공허함이 있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마음을 졸이고, 삶의 반죽을 조금 더 치댄다. 땀과 인내가 고루 섞인 찹쌀떡이 익어가듯, 나도 그렇게 서서히 제 자리를 찾아간다.

시간이 흐르면, 변화는 점점 자리를 잡아간다. 처음엔 ‘전직 ○○’이라는 꼬리표가 뒤따르지만, 점차 새롭게 택한 길의 언어와 문법이 익숙해지고, 주변 사람들과의 연결도 생긴다. 하나둘 작은 성취들이 쌓이고, 어느새 삶은 쫀득쫀득한 탄력을 갖춘다. 찹쌀떡이 더는 흐트러지지 않고, 온전히 제 모습을 갖춘 듯한 느낌은 고소하면서도 깊은, 그런 자기다움의 맛이다.

물론 이 여정은 절대로 반듯하지 않다. 기쁨과 후회, 성공과 실패, 확신과 의심이 소용돌이치며 얽히고설킨다. 때로는 떡이 아예 터져버린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재정 위기, 예상 밖의 실패, 주변의 차가운 시선은 마음의 김을 꺼트리는 찬물과 같다. 그러나 이 과정은 단순한 성공과 실패를 넘어서 있다. 인생 찹쌀떡의 진짜 가치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아니라, 삶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주체적인 경험, 두려움 속에서 내디딘 용기, 그리고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에 있다.

나중에 이 시기를 돌아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비록 계획했던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 선택은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그 여정에서 배운 것, 성장한 것, 견딘 시간이 만들어준 감각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삶의 레시피가 되었기 때문이다. 찹쌀떡이 꼭 예쁜 모양을 갖추지 않아도 맛있는 것처럼, 인생 역시 반듯할 필요는 없다.

결국 우리는 깨닫게 된다. 인생이란 한 번의 선택으로 완성되는 단일 요리가 아니라, 끊임없는 실험과 조절, 선택과 적응이 반복되는 레시피라는 것을. 방향 전환은 실패가 아니라 더 진실한 나를 찾아가는 도전이다.

다음에 또 다른 갈림길 앞에 설 때가 온다면, 한 번쯤 이 찹쌀떡의 맛을 떠올려보자. 완벽한 타이밍은 늘 존재하지 않는다. 두려움은 도망칠 감정이 아니라 찔러봐야 할 감정이다. 그리고 종종 가장 어려운 선택이, 우리 인생에 가장 깊은 맛을 선사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 실패를 소화하는 팁

1. 점진적 전환을 고려하라 : 가능하다면, 급작스러운 변화보다 점진적인 전환을 시도해 보라. 부업으로 시작하거나, 파트타임으로 경험을 쌓거나, 필요한 교육을 받으며 준비하는 과정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찹쌀떡도 갑자기 고온으로 찌면 겉만 익고 속은 날 것일 수 있다.


2. 현실적인 기대치를 설정하라 : 새로운 시작은 대개 처음 상상했던 것보다 더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첫 1~2년은 학습과 적응의 시간으로 보고, 성급한 성공 판단을 미루는 것이 중요하다. 새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는 데는 보통 10,000시간 이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하라.


3. 지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라 : 방향 전환의 여정에서 정서적, 실질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과 연결된 것이 중요하다. 같은 변화를 경험한 멘토, 비슷한 목표를 가진 동료, 그리고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주는 가족이나 친구들의 네트워크가 어려운 시기를 견디는 데 큰 힘이 된다.


4.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보라 : 방향 전환 과정에서의 실패나 좌절은 패배가 아니라 값진 피드백이다. 무엇이 작동하지 않는지, 어떻게 접근법을 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학습 기회로 받아들이라.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빠르게 실패하고, 배우고, 조정하는 사이클을 만들어라.


5. 자기 자신에게 인내심을 가져라 : 새로운 기술을 마스터하고 새 분야에 적응하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 초보자의 마음가짐을 유지하고, 완벽을 기대하기보다 꾸준한 발전에 초점을 맞추라. 자신에게 말해주자. "나는 아직 배우는 중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용기의 표현이다.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 미지의 영역으로 모험을 떠나는 이들만이 자신의 진정한 가능성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여정 자체가, 도착지보다 더 값진 선물임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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