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 프라미스 디저트

by 은파

준비 시간 : 과장된 약속을 하는 짧은 순간
난이도 : 현실을 무시한 채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수준
실패 확률 : 약속과 실제 능력 간의 차이에 반비례


디저트는 대개 식사의 끝을 장식하는 달콤한 유혹이다. 한 끼를 마무리하는 작은 기쁨이자, 마지막까지 기분 좋은 인상을 남기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오버 프라미스 디저트’는 그 기대를 배신한다. 메뉴판 속 사진은 화려하고 완벽해 보이지만, 막상 테이블 위에 놓인 실제 디저트는 맛도, 크기도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겉보기엔 근사하지만, 막상 한 입 넣는 순간 퍼지는 건 감탄이 아니라 실망이다. 그 격차가 클수록 당혹감은 깊어지고, 입안에는 단맛보다 허탈함이 오래 남는다.

“물론이죠, 그 일정 안에 완벽하게 해내겠습니다.”


직장에서 이보다 더 위험한 약속은 드물다. 클라이언트의 만족스러운 미소, 상사의 고마운 눈빛, 동료들의 감탄이 쏟아질 때, 그 순간의 반응은 마치 꿀물처럼 달콤하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오버 프라미스 디저트'의 조리가 시작된다.

중요한 프로젝트가 막 배정되었다. 클라이언트는 현실적으로 벅찬 마감일을 요구하고, 상사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가능할까요?”


그때 머릿속에서는 두 개의 목소리가 싸운다. 현실주의자는 “최소한 2주는 더 필요해.”라고 속삭이지만, 더 큰 목소리가 외친다. “보여줘야지. 넌 할 수 있어.” 결국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정해져 있다.


“네, 가능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바로 여기에 오버 프라미스의 본질이 숨어 있다. 자원도 부족하고, 시간도 빠듯하며, 여유조차 없는 상황에서 실제 역량을 뛰어넘는 결과를 선뜻 약속해 버리는 일. 그것은 마치 준비된 재료도 변변치 않고, 조리할 시간도 넉넉지 않은 상태에서 미슐랭 별, 세 개짜리 디저트를 내놓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말은 근사하지만, 막상 시작해 보면 그 약속이 얼마나 무모했는지를 뒤늦게 실감하게 된다.

처음엔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밤을 새우면 되지.’, ‘주말엔 몰아서 하면 돼.’, ‘다른 일은 잠시 미뤄도 괜찮아.’ 이런 자기 위안이 이 디저트의 첫 번째 레시피가 된다. 그러나 현실은 곧 차가운 온도로 다가온다. 필요한 자료는 늦게 도착하고, 기술적 문제는 예상보다 크며, 팀원들의 지원은 기대만큼 원활하지 않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마감일은 속절없이 다가온다. 밤샘 작업이 일상이 되고, 주말의 여유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마감일을 사흘 앞둔 어느 날, 냉정한 현실과 마주한다. 약속한 결과물의 절반도 채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지연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할 것인가, 아니면 불완전한 결과물을 제출하고 “곧 보완하겠다.”라는 또 다른 약속으로 상황을 넘길 것인가.

많은 경우, 후자가 선택된다. “일단 제출하고 피드백을 받은 뒤 수정하자.” 그러나 이 결정은 오버 프라미스의 악순환을 반복하는 길이다. 미완성된 결과물은 더 많은 수정 요청을 낳고, 그것은 다시 새로운 약속으로 이어진다. 마치 반쯤 구워진 디저트를 내놓으며 “곧 완벽해질 거예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프로젝트가 ‘완료’되었을 때, 정작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다. 클라이언트는 기대에 못 미친 결과에 실망하고, 상사는 추진 능력을 의심하며, 팀원들은 지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건 자신이다. 신뢰는 흔들리고, 자신감은 꺾이며, 다음 프로젝트에 대한 두려움이 마음을 짓누른다.

‘오버 프라미스 디저트’가 더 위험한 이유는, 처음에는 성공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다. “저 사람은 항상 긍정적이야.”, “무엇이든 맡길 수 있어.” 이런 말이 처음에는 칭찬처럼 들린다. 하지만 기대와 현실 사이의 틈이 반복되면 신뢰는 점차 무너지고, 평판도 금세 금이 간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과도한 낙관주의 편향’과 ‘즉각적 만족 추구 성향’으로 설명한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역량을 과대평가하고, 당장의 칭찬과 인정을 얻기 위해 장기적인 결과를 희생한다. 여기에 ‘계획 오류’라는 인지적 착각까지 작용한다. 미래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체계적으로 과소평가하는 경향이다.

그러나 이 쓰디쓴 경험은 결국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우리는 현실적인 약속의 무게를 배우게 된다. “작게 약속하고, 크게 이행하라(Under promise, over deliver)”라는 말이 단지 좋은 전략이 아니라 신뢰를 지키는 핵심 원칙이라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회복의 시간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더 나은 조리법을 익히는 배움의 과정이다. 우리는 계획을 세울 때, 예전보다 한 걸음 물러서서 '계획 오류'라는 착시를 고려하게 되고, 일정에는 반드시 숨 쉴 여유를 반영하려 노력하게 된다. 모호한 요청 앞에서는 성급히 수락하기보다, 정확한 기준과 조건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생긴다. 중간 점검은 더 이상 번거로운 절차가 아니라, 흐트러지기 쉬운 요리의 맛을 조율하는 중요한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지금은 정확한 답변이 어렵습니다. 검토 후 일정을 다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진짜 용기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말의 당당함은 근거에서 나오고, 약속의 무게는 현실 감각 위에서 비로소 지켜진다는 것을, 우리는 그렇게 배우게 된다.

놀랍게도, 정직한 약속은 오히려 더 큰 신뢰를 만든다. 일관된 결과와 현실적인 일정은 점점 더 많은 존중을 불러오고, 약속한 것보다 조금 더 나은 결과는 진정한 전문가의 평판을 쌓아 올린다.

시간이 흐른 뒤, 한때 오버 프라미스를 반복하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탁월한 프로젝트 리더로 성장한다. 실패의 경험을 되새긴 그들은 팀원에게는 현실적인 기대치를 제시하고,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에서는 정직함을 우선하며, 성과보다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문화를 이끌어간다.

이 디저트가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은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진짜 좋은 약속은 화려한 말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신뢰 위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진정한 전문가는 눈앞의 박수보다, 조용히 쌓아 올린 약속의 이행으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 경험을 통해 조금씩 배워가게 된다.

다음에 또 무리한 약속의 유혹이 찾아올 때, 우리는 한 번쯤 이 디저트의 씁쓸한 맛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였지만, 막상 한입 넣었을 때 느껴졌던 실망과 아쉬움은 분명히 기억에 남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화려한 포장이 아니라, 실제로 입안에 남는 맛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아직은 어렵습니다.”라고 정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바로 그 용기야말로, 신뢰를 지켜내는 가장 현실적이고 단단한 출발점이 된다.

√ 실패를 소화하는 팁

1. 현실적인 약속의 기술을 익혀라 : 일정을 산정할 때 항상 예상 시간에 버퍼를 추가하라. 50/90 법칙을 기억하자. 작업이 완료될 확률이 50%인 시간에서 90%인 시간으로 산정 기준을 바꾸면 더 현실적인 약속이 가능하다.


2. 약속하기 전에 숙고하라 : "즉시 대답해야 한다."라는 압박감을 이겨내고, "검토 후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라. 5분의 숙고가 5주의 고통을 막을 수 있다.


3.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라 :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숨기거나 미루지 말고, 조기에 솔직하게 공유하라.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는 늦은 단계의 놀라운 문제보다 조기에 알린 작은 문제에 더 이해심을 보인다.


4. ‘NO’의 전략적 가치를 이해하라 : 모든 요청에 ‘YES’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게 만든다. ‘NO’라고 말하는 것은 이미 한 약속에 집중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다.


5. 작은 성공의 누적 가치를 인식하라 : 단 한 번의 화려한 성과보다, 일관되게 약속을 지키는 작은 성공의 누적이 장기적으로 더 강력한 평판을 구축한다. 눈부신 별보다 꾸준히 빛나는 등대가 더 신뢰받는 법이다.

☞ 약속은 은행 대출과 같다. 무분별하게 많이 받을수록 갚아야 할 이자가 늘어나고, 결국 부도날 위험이 커진다. 약속할 때는 인색하고, 성과를 낼 때는 관대해지는 습관이 당신의 커리어를 더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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