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의 고뇌

by 은파
실존은 끊임없이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첫 직장 선택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서, 나는 깊은 고뇌의 늪에 빠져들고 말았다. 대학 시절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에 깊이 심취했던 터라,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본질을 창조한다'라는 그의 핵심 사상이 내 마음 깊숙이 단단하게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당시부터 이 사상은 쉴 새 없이 나를 괴롭혔다. "나의 진정한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까?" 이런 근본적인 질문들이 끊임없이 내 영혼을 두드렸지만, 그 명확한 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 답을 진지하게 찾으려는 노력조차 게을리했다고 고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불편한 결정을 미루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훨씬 더 편안했기 때문이리라.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본질 없이 이 광활한 세상에 홀연히 던져진 존재다. 그렇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창조해 나가야만 한다. 실존주의 철학은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초월하려는 존재이며, 실존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이 '자기 초월'에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나는 내 진정한 정체성과 내면의 열망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깊은 혼란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졸업을 1년 앞두고 갑자기 사르트르가 내게 직접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늦을 수 있다. 그리고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너의 진정한 실존을 찾아 나서라."

졸업을 목전에 두고 있었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확신은 여전히 없었다. 대기업 입사가 사회적 성공의 절대적 척도처럼 여겨지던 시기였지만, 그것이 과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길인지에 대한 깊은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 길을 선택함으로써 나의 본질을 진정으로 창조해 낼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전문 자격증 취득도 진지하게 고려해 보았지만, 그 또한 진정한 길이 아닌 듯했다. 어쩌면 내면의 자신감 부족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나는 홀로 캠퍼스를 무작정 걸어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의 애정 어린 기대와 내면의 욕구 사이에서 깊이 갈등하다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세간의 선호도가 높은 대기업 대신, 오랜 숙고 끝에 공직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대학 전공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분야였고, 불확실하고 험난한 길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게 앞섰다. 그러나 공적 봉사를 통해 진정한 자아와 자유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굳게 다짐했다. "반드시 해낼 수 있다. 잠시 비틀거리고 흔들릴지언정 반드시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공직 입문 과정에서 수많은 좌절과 쓰라린 실패를 겪어야 했다. 온 열정을 쏟은 일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때마다 깊은 실존적 고뇌가 밀려왔다. '내가 선택한 이 고된 길에서 정말 나의 진정한 본질을 구현해 낼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시간이 차츰 흐르면서 이 모든 힘겨운 과정이 곧 나의 실존 그 자체임을 깨닫게 되었다. 매 순간의 선택을 통해 나는 끊임없이 나 자신을 새롭게 창조해 나갔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섰고, 장애물을 만나면 더욱 강하게 부딪쳤다.

사르트르는 인간이란 끊임없이 자신의 미래를 창조해 나가는 역동적인 존재라고 말했다. 또한 실존의 참된 의미는 바로 이러한 자기 초월에 있다고 강조했다. 나의 힘겨웠던 직업 선택 과정은 이러한 실존의 깊은 의미를 뼈저리게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많은 고뇌 끝에 공직자의 길을 선택한 일은 단순히 일시적 변덕이 아닌, 나의 진정한 실존의 본질을 찾아가는 의미 있는 여정이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직도 내 삶의 완전한 본질을 제대로 파악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그 길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는 굳건한 믿음만은 변함이 없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어떠한 본질도 부여받지 않았기에, 오직 자신의 주체적인 선택과 행동을 통해 본질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제 나는 막연한 두려움 대신 매 순간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해 나가는 특별한 즐거움을 느낀다. 나의 실존은 깊은 고뇌와 함께 꾸준히 성장하며, 이 과정에서 나는 나 자신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사르트르가 강조했던 인간의 본질 창조는 바로 이런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도전의 과정에서 이루어짐을 깨달았다. 그가 말했듯이, 인간은 결국 자신이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것 이외에 다른 무엇도 될 수 없다. 나는 오늘도 아직 미완성인 나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더 나은 내일의 나를 향해 한 걸음 더 힘차게 나아간다. 그리고 이 끝없는 여정 속에서 나는 조금씩 진정한 나의 모습을 발견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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