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자의 소임

작은 지구별 이야기

by 은파

초록 바다가 넘실대는 사이사이로

촛불처럼 넘실대는 보릿대를 올리니

지나가는 바람이 속삭인다


저기 바다 넘어 세상을 아느냐고

아파트 숲 속 복잡한 일상을 아느냐고


그리 말어라 관심 없다

내 소명은 이곳 양지바른 터에서

사색하며 생명을 돌보는 일인 것을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의 소임은

한평생 쌓아 놓은 나의 역사를

잠시 간직했다 넘겨주면 되는 것이라네


원망과 서글픔은

모두 허공으로 날려 보내고

그리움과 소망만 정성껏 모았다가

새로이 날아오는 봄바람 품속에

소중하게 전해주자


살아 있는 자의 소임은

그리 간단한 것이라네

단지 받아들여 전해 주면

되는 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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