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기반과 관점의 동기화
최근 마케터와 디자이너 간에 생기는 마찰(?) 관련된 글을 읽었다. 그 글의 결론은 디자이너로써 어떤 식으로 일을 해야 지지 않을 수(?) 있는가가 결론이었다. 그래서 나도 "어떻게 일해야 마케터가 이길 수 있는지"가 아니라 그냥 나는 지금까지의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하면서 느낀 점. 그리고 "아 내가 이걸 실수했구나" 그래서 "앞으로는 이렇게 해야지"라는 걸 얘기하려 한다. 새로 들어온 청희님과 협업을 하게 될 때 지난번보다 더 잘해야 하지 않나!
꾹꾹님과는 약 1년 3개월? 함께 일을 했던 것 같다. 첫 스타트업일 뿐만 아니라 첫 직장이고 선임도 없는 상태여서, 돌이켜보면 진짜 꾹꾹 씨 많이 괴롭혔던 것 같다. 꾹꾹님과는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 '스위처 2세대 유저 테스트', '스위처 홈페이지 기획'과 '페이스북 콘텐츠 만들기'등 많은 일을 했다. 그중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사례는 '페이스북 콘텐츠 만들기'.
당시 스위처 2세대를 출시하여서 페이스북에 막 광고를 하기 시작했을 때다. 그러면서 목표를 잡았는데, 많은 고객을 불러오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 중 1,2인 가구 비율을 80% 까지 올리자'. 이러한 목표를 설정하게 된 것은 마케팅과 CS를 담당했던 나로서는 당연했다. 사용자들의 사용 패턴을 보면 가족들과 사는 3인 가구보단 1,2인 가구의 스위처 사용 만족도가 높았다. 그리고 이것의 이유는 '예약' 기능이 있었다.
(* 상상이 아닌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가족들과 사는 유저는 단순히 편리함을 위해 스위처를 사용한다. 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들은 퇴근 후 불 꺼진 집과 어두운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다고 한다. 이때 '예약' 기능은 엄마의 손을 대신해 준다.)
이 때문에 단순히 편리함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예약' 기능을 통한 1,2인 가구가 겪는 문제를 얘기로 스토리텔링을 하고 싶었다. (쉽지 않았고 지금도 그러하다.) 문제는 내가 이러한 내용을 꾹꾹 님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나는 마케팅뿐만 아니라 CS까지 책임지고 있었다. 외국에 살면 자연스레 그 나라 말을 체득하듯, 나 역시 주평균 150건의 고객 문의를 처리하며 자연스레 고객의 목소리가 체득되었다.
하지만 그걸 꾹꾹 님께는 전달하지는 못했다. 사실 그럴 시간이 없었다. 그렇다고 정제되지 않은 모든 데이터를 들여다볼 만큼 꾹꾹 씨도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화를 하지 못하고 서로의 관점만을 가진채 협업을 하였다. 그러고 나는 생각했다. "다음에는 꼭 데이터를 보는 것부터 시작을 하자"고..
ㅅㄹㅅㅎ님과도 한 1년 6개월 정도 함께 일을 했다. ㅅㄹㅅㅎ님을 만나면서 디자이너는 단순히 비주얼만 뽑아내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디자이너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는가?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ㅅㄹㅅㅎ님과도 많은 작업을 했었다. '패키지 테스트', '앱 내 시그널 개선', '카카오 스토리펀딩' 등등.. 이 중 얘기하고자 하는 건 '스토리펀딩'.
(* 스토리펀딩은 '렌털'이었던 스위처 사용 방식에서 '일반 구매'로 전환되는 첫 번째 단계(?)였다. 스토리펀딩을 진행했던 내용은 여기서 볼 수 있지만, 2편을 쓴다고 하면서 쓰지 않았다..)
목표는 단순히 '많이 팔자'가 아닌 '우리가 목표하는 타겟층에게 많이 팔자'. 그리고 슬로건 변화를 위한 '귀차니즘'은 배제하고 1,2인 가구의 삶에 스위처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로만 얘기를 하려고 했다. 평소 우리는 "1,2인 가구를 목표한다.", "귀차니즘'을 탈피해야 한다"를 자연스럽게 얘기하긴 했지만, 현재 왜 이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이유에 대한 설명은 제대로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왜 스토리펀딩을 선택했는지도..) 이를 이해하려면 마케팅 업무를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의 고객 의견을 정리하고 거기서 나온 인사이트. 그리고 그 생각이 나온 과정과 근거를 전달했어야 했다.
나 역시 스토리펀딩을 급작스럽게 진행하다 보니 이런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평소 ㅅㄹㅅㅎ님이 고객 문의를 보셨기에 나 스스로 안심을 했던 것 같다. "같은 데이터를 보니깐 내가 하는 말을 다 이해할 수 있겠지?" 하지만, 이는 UI/UX적으로 개선할 부분을 이해하기 위함이지 마케팅적인 목적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마찰이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서로 다른 관점으로 업무를 바라보면 이해가 될까? 적어도 마케팅 관련된 업무라면 현 상황과 그 상황이 어떻게 이뤄졌고, 또 그 상황에 대한 마케팅적인 해석이 녹아든 정제된 내용을 공유해줬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데이터는 보지만 ㅅㄹㅅㅎ님의 머릿속엔 의문만 가득했을 것이다. '왜 반드시 이런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 그리고 나아가 왜 나는 스토리펀딩 콘텐츠를 위한 아이디에이션을 못하는가? (이건 지금 글 쓰는 것과 별개로 내가 잘못한 부분이다. 이때부터 디자이너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ㅅㄹㅅㅎ님과의 대화를 시작했지만, 스토리펀딩이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아쉬움이 컸다.
내가 먼저 스토리펀딩의 목적과 현재 마케팅 파트의 상황이 어떤지를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었다. 결과물도 더 좋았을 것이고 함께 일하는 ㅅㄹㅅㅎ님도 훨씬 수월했을 것 같다. 스토리펀딩을 진행하기 전 ㅅㄹㅅㅎ님과 앱 내 시그널 개선을 함께 진행한 적이 있다. 고객 문의도 함께 보면서 얘기하고 방문 인터뷰를 통해 서로의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나의 기억이 왜곡되지 않았다면 이 당시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 R&R 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둘 다 공통된 시점으로 고객 데이터를 바라보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인사이트나 그 생각의 과정을 명확하게 했던 것이 이유인 것 같다.
나는 이제 3번째 디자이너와 함께 협업을 시작했다. 'BM2.0' 스위처 홈페이지에서 렌털뿐만 아니라 일반구매와 리스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내부 사정으로 인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을 하고 있지 못하지만, 지난날을 통해 얻어진 방식으로 청희님과 일을 하려고 한다.
- 최근 난 다시 고객 문의를 담당하고 있다. 고객들이 물어보는 내용을 정리해서 알려줄 뿐만 아니라 BM2.0을 위한 고객 인터뷰를 함께 하려고 한다. 하나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5~10명 정도 고객 인터뷰를 한다. 이때, 꼭 1명이라도 함께 인터뷰를 해서 현장감(?)을 느끼게 해줘야지. 그리고 실제로 시켰다.
- 나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청희님은 어떤가요? (이 글을 읽는 청희님에게 하는 질문이다.)
- 전체적인 의식의 흐름을 알려줘야 하는 것 같다. 결론만 얘기해도 안된다. 왜 이런 결론이 나왔는지, 마케팅적인 혹은 CS적인 관점을 얘기해서 서로 간에 생길 수 있는 오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청희님이 내 업무 관찰을 할 때였다. 청희님 왈 "협업하면서 실행과 아이디에이션 단계가 맞지 않을 때, 자세히 설명을 해줘야 한다."라고 했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미시적, 거시적 그리고 관점의 이유를 잘 얘기해줘야지..
- 이건 고객 데이터에 대한 내용은 아니지만, 디자이너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높아져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청희님에 대해서도. 대학교 4년 + 졸업 후 @연간 일을 하면 디자이너로써 갖는 당연한 생각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한 얘기는 사실 많이 하지 못했었다. 상대를 알아야 더 잘 맞춰갈 수 있으니 앞으로는 커피 한 잔 하면서 디자이너의 생각을 많이 들어봐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