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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치니 Feb 29. 2024

자꾸 옛날 생각이 난다는 건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다. 



 과거를 추억하며 살지 않겠노라 다짐했었다. 추억놀이는 그저 인생의 한가함을 대변하는 것 뿐이다. 죽을 때까지 바쁘게 사는 게 내 목표니까. 그래서 많은 부분을 잊고 살았다. 게다가 운이 좋게 기억력이 나쁘다. 


 그런데 촌스럽게 자꾸 옛날 생각이 난다. 시간이 열어준 틈을 타 과거의 나를 파고든다. 자꾸 들러붙어 '너 이렇게 살았잖아.'라고 말한다. 앨범 사이에 끼워 놓았던 오래된 성적표를 보는 기분이다. 


 기억에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 그리운 건 그립고 아픈 건 아프다. 공통점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참 힘든 일이라는 것. 좋으면 좋았던 대로 다시 잡히지 않아서, 괴로우면 괴로웠던 대로 마음 깊이 남아서 어지간히 힘든 일이다. 


 마음이 요동친다. 인생을 복기하지 말자. 복기하지 말자. 복기하지 말자.  


 그런데 다시 두드린다. 자꾸 더듬어 본다. 언제 떨어뜨렸는 줄도 모르는 기억의 조약돌을 하나씩 주워가며 더 깊은 곳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안타깝게도 이건 내 '자유 의지'다. 잠시 그곳에 멈춰있고 싶은 것이다.  


 기억은 감정을 부른다. 그 감정이 내 발목을 붙잡고 있나보다. 안에서 나는 허우적대고 있다. 시간의 결과물 앞에 나는 가장 약한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시간이 두렵다. 그러므로 시간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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