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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끼 Aug 30. 2020

용기가 필요한 순간

동네 친구 만들기 프로젝트

 지난번 모임의 이혼 고백 사태의 여파로 독서 모임에 가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독서 모임에 가는 것이  좀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되고는 싶지만 그렇다고 그런 내밀한 이야기까지는 알고 싶지 않다는 이중적인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학교 다닐 때와는 다르게 직장에 다니기 시작한 뒤로는 아무에게나 쉽게 마음을 쏟지 않게 되었다. 내 마음의 용량이 한정되어 있고 때로는 마음이 고갈되어 버리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어디서 동네 친구를 찾아야 하지, 다시 고민이다. 동네 서점에 동네 독서 모임이 있는 경우도 있다는데 동네 서점을 한 바퀴 돌아볼까 싶기도 했다.


그러다가 평소 자주 가는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동네 친구를 구한다는 글을 발견했다. 내가 사는 동네는 아니지만 나와 비슷한 나이 때에 여자분이 동네에서 가볍게 만나서 밥도 먹을 친구를 구한다는 글이었다. 그 글에는 참여하고 싶다는 댓글이 꽤 달려있었다. 직장인이 돼서 친구를 만들기도 쉽지 않다는 공감과 참여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보자마자 나도 우리 동네에서 친구를 찾는다는 글을 올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딱 바라는 모임의 모습이 바로 저건대, 싶었다. 문제라면 나는 평소에 눈팅만 하는 라이트 유저라는 점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댓글도 잘 안 달았었는데, 글을 쓰려니 막막했다. 무어라고 시작해야 하지, 아무도 연락이 안 오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나보다 먼저 글을 올린 사람이 있어 분위기를 탈 수 있는 지금 글을 올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문구를 써야 할지 심사숙고하며 우선 초고를 먼저 썼다.


"안녕하세요, 동네 친구를 만나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아래도 비슷한 글이 올라왔는데요, @@, ## 부근에 사시는 분들 있으면 연락 주세요.

퇴근하고 간단히 같이 식사하거나 공원에서 운동 같이 해요! "


이런 식으로 간단히 작성하고 글을 올렸다. 별거 아닌데도 두근두근 했다. 쿨하게 내일 쪽지를 확인해야지, 하고는 10분 간격으로 새로 고침 하며 연락을 기다렸다. 글을 올린 시간은 일요일 저녁 8시쯤이었고 잠들기 전까지 8명이 연락을 주었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준 분도 있었다. 받은 연락처를 정리하고 내일 오후에 카카오톡으로 채팅방을 만들어서 링크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8명이면 딱 적당했다. 첫 시도였는데 큰 수확이 있었다. 기분 좋은 설렘으로 두근두근했다.


달리다가 본 밤의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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