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진담
"기은아 넌 너무 급하게 찍어."
빛을 읽고 타이밍을 잘 보라고
말씀하곤 하는 아빠.
좀 더 신중해져야겠지_
신중하지 못해 가끔
의도치 않은 상황을 만나고
인연을 이어가지 못할 때가 있다.
그 사람을 1년 여만에 다시 만났다.
늘 사람과의 관계에선 시작보다 끝이 중요하다 했었다. 끝에서의 뒷모습이 그 사람으로 남는 거니까.
나의 뒷모습도 그 사람의 뒷모습도 아름답지 못했다. 그래서 다신 볼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처음엔 다신 보기 싫었고 언젠가부턴 보고싶지만 닿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연락이 왔고 아무렇지 않은듯 일상적인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다시 마주했다. 서먹함이 흐르면 어쩌지. 괜한 걱정이었고 그때처럼 편했다. 성급한 성격으로 마음이 먼저 앞서가서 괜히 불편해졌던 사람. 시간은 그 성급함을 잔잔하게 재워주는 시간이었고 다시 만났을때 웃으며 안녕할 수 있게 했다.
취중진담 노래가 나오던 타이밍에
취중진담으로 서로의 오해가 풀렸다.
신중하지 못했던 말들, 행동들, 그리고 마음.
미안했으며 용기를 낸것이 고마웠다.
이제야 비로소 나는 너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놓아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미련스레 붙잡고 있던 마음을. 혹시나 했던 마음을. 괜한 기대감을. 휘둘렸던 마음을.
이제 좀 홀가분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