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향여행자 Sep 15. 2016

옛 모습 그대로를 지키다,
고성 왕곡마을

백조의 호수여행-고성 송지호 2편

*2편입니다. 


송지호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발견하게 되는 마을이 있다. 왕곡마을이다. 처음 온 곳인데 뭔가 낯설지 않다. 알고 보니 영화 <동주> 촬영지다. 북간도 용정마을로 등장한 곳이 바로 왕곡마을이다. 영화 속 장면들이 오버랩된다.   

     

중요민속문화재 제235호인 고성 왕곡마을. -고종환 제공

영화에서도 보았듯이 왕곡마을은 북방식 전통가옥과 초가집 군락이 잘 보존돼 있다. 이는 19세기 전후에 건축되었다. ‘ㄱ’자형 외관이 눈길을 끈다. 이는 안방과 사랑방, 마루와 부엌을 한 건물 안에 나란히 배치한 일자집에 외양간을 덧붙인 것이다. 겨울이 긴 산간지방에서 추위를 견디기 위한 방책이었다. 

     

[가옥의 본채가 ㄱ자형 구조다.-고종환 제공]

   

대문이 없는 개방적인 구조 또한 특징이다. 겨울에 햇볕을 충분히 받고, 눈이 많이 쌓였을 땐 고립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대신 매서운 바람을 막고자 뒷담을 높게 했다. 집마다 항아리 굴뚝도 신기해 보인다. 이는 굴뚝을 통해 나온 불길이 초가에 옮겨붙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 그 열기를 집 내부로 다시 들여보내는 원리가 숨어 있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항아리 굴뚝.(왼쪽) / 영화 <동주>에 나왔던 정미소.(오른쪽) -고종환 제공] 


가옥 형태는 19세기를 전후하지만, 마을의 역사는 14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은 양근 함씨, 강릉 최씨 집성촌이다. 먼저 터를 잡은 건 양근 함씨다. 양근 함씨 함부열은 고려말 마지막 충신인 두문동 72현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이성계의 조선 건국에 반대해 간성으로 낙향하게 되었다. 그의 손자 함영근이 이곳 왕곡마을에 정착하게 되면서 함씨 후손들이 대대로 이곳에서 살게 된 것이다. 강릉 최씨의 마을 정주 기간도 약 500여 년이라고 한다.   


시간도 머물러 가는 듯한 왕곡마을 - 고종환 제공   

왕곡마을은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150여 년에 걸쳐 마을이 다시 형성되었다. 그 후로 수백 년간 전란이 일어나고, 대형 산불이 났지만 이곳은 전혀 화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함희석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효자비.-고종환 제공 

옛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연과 어우러진 풍경은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시간이 멈춰 있는 것에 감사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이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느린 걸음을 허락하는 것 같아서다. 옛 모습을 지켜가는 아름다움에서 무조건적인 변화가 답은 아니라는 것도 일러주는 것 같다.  


여행 꿀팁

1. 송지호 주소 :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동해대로 6021 (오봉리 산 171-1)

2. 왕곡마을 주소 :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오봉리 왕곡마을 

3. 왕곡마을에서 한옥 숙박체험을 할 수 있다. 숙박 요금은 가옥별로 25,000~50,000원이다. 집의 원형 보존을 위해 화장실, 샤워시설 등이 본채와 구별되어 있어 다소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자세한 예약 안내는 홈페이지를 확인할 것.

http://www.wanggok.kr/ 

4. 왕곡마을로 떠나는 생생시간여행 프로그램이 10월까지 진행된다. 전통문화체험, 별자리 관측, 먹을거리 체험 등 다양하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확인할 것. 

5. 송지호 둘레길의 또 다른 여행법 ‘자전거 타고 호수 한 바퀴!’. 송지호 관망타워에서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신분증 지참할 것.         

가을을 알리는 밤나무.-고종환 제공  

석호 여덟 번째 이야기고성 송지호 뷰레이크 타임을 마무리하며 

송지호 탐방은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시간이었다. 혹시 명절 증후군을 달래줄 곳을 찾는다면 두말하지 않고 이곳 송지호를 추천하고 싶다. 당신의 지친 몸과 마음도 이곳에서 쉬어가면 좋겠다. 


*<뷰레이크 타임>은 동아사이언스에서 연재 중이기도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송지호만 같아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