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향여행자 Feb 02. 2017

조금 특별한 첫 책, 뷰레이크 타임 석호이야기-2편

1인 출판 제작 후기

지난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텀블벅 목표 달성 후 제작 후기, 그리고 책을 입고하는 과정을 풀어볼까 합니다.


텀블벅 목표를 달성한 후 책 제작과 리워드 제작 비용이 마련되면서 본격적으로 책 인쇄가 진행되었는데요. 견적 비교 후 최종적으로 선택한 인쇄소는 승우문화사였습니다. 직접 갈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전화와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발행 부수와 제작 일정을 조율하였습니다. 책 표지 용지는 랑데뷰 240g, 내지 용지는 120g 백색 모조로 하였고,  사이즈는 A5(149 * 210 mm)로 하였습니다. 무선 날개 제본을 하였고,  책의 은은한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무광코팅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용어들을 하나하나 배우는 것도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얻은 재산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예전엔 책을 고를 때 책 내용부터 먼저 봤었는데 요즘엔 책을 볼 때 책 표지랑 내지가 무슨 재질인지부터 보게 되더라고요.

인쇄 감리는 책 디자인을 담당했던 동생 은정이가 직접 감리를 보러 갔습니다. 친한 언니도 함께 동행해주었습니다. 감리는 책이 최종적으로 완성되기 전 검수 단계로, 페이지마다 이상이 있지는 않은지 꼼꼼히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저의 책은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잘못된 페이지를 설명할 때 몇 페이지인지를 바로 알 수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일부러 페이지를 넣지 않은 것인데 이런 불편함을 경험하고 나니 다음엔 꼭 페이지를 작게라도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한 꼼꼼하는 언니와 동생 덕분에 부분적으로 수정을 하고 무사히 첫 감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책은 총 300권을 제작하였습니다. 초판은 보통 3,000권을 기본으로 찍는다고 하지만 사실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독립출판으로 진행이 되는 것이고, 300권과 500권을 고민하다가 300권으로 최종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두 권수 모두 견적서를 받았었는데요. 사실 크게 가격 차이는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먼저 300권을 제작하고 나서 책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2쇄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책은 3일 후 도착하였습니다. 혹여나 늦어지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납기일을 딱 맞춰주셨습니다. 박스에 가득 든 책을 보니 그제야 책이 나왔음을 실감했습니다. 이제는 이 책이 누군가에게 전해질 차례. 이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이 책은 텀블벅 후원을 통해 제작이 된 책입니다. 그래서 텀블벅을 통해 후원해 준 분들에게 우선적으로 배송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였습니다. 책이 오는 3일 사이 저는 틈틈이 책과 함께 보내드릴 리워드를 준비했습니다.



책과 리워드를 일일이 포장할 차례. 이때는 대학생 막내 동생이 가장 수고를 많이 해주었는데요. 포장박스를 개수에 맞춰 구매하고, 스티커를 붙이고, 포장하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혹시나 잘못된 건 없는지, 제대로 구성이 맞는지 몇 번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였습니다. 며칠 동안 가족 모두가 고생한 끝에 박스가 차곡차곡 쌓이고, 후원자 분들께 갈 준비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택배 기사님이 오셔서 박스를 수거해 갔습니다. 사실 택배비도 부담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후원금액에 택배비를 포함시켰지만, 리워드를 준비하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좀 더 오버되는 금액이 발생하여 조금이라도 아낄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게가 적게 나가는 박스의 경우는 편의점 택배를 이용하였습니다. 편의점 택배는 미리 온라인으로 예약을 하면 1일 1회에 한해 마일리지 200포인트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무게가 적게 나가면 일반 택배보다 몇 백 원이라도 절약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송을 한 다음 날. 책을 잘 받았다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책을 읽은 소감은 어떨까. 긴장이 많이 되더라고요. 고생했다, 수고 많았다는 말 한마디에 울컥해지기도 하고, 분명 서툰 점이 많고 부족한 점이 많은데도 너무 좋은 얘기들만 해주셔서 한편으론 좀 냉혹한 리뷰를 해주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혹여 내가 상처받지는 않을까 싶어 혹평을 하기란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평가를 받으려면 저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읽어야 책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겠구나 싶었습니다.  (혹시 저를 모르는 분이 이 책을 읽으셨다면 객관적인 리뷰 부탁드립니다...^^)

1인 출판으로 제작된 책이다 보니 유통도 저의 몫이었습니다. 이제 독립서점에 입고를 해야 할 차례. 어떻게 입고를 시켜야 할까. 서점마다 입고 절차가 조금씩 달랐습니다. 우선 먼저 고향 강릉에 있는 유일한 독립출판서점인 깨북에 첫 입고를 하였습니다. 이곳은 책을 만들기로 결심했을 때 가장 처음 찾아간 곳이기도 했습니다. 안상현 대표님과의 인연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종이 재질도 모르는 제게 차근차근 설명해주셨고, 기본적인 사항들을 알려주셨습니다. 그 당시 대표님도 오픈 준비로 정신이 없으셨는데 찾아갈 때마다 따뜻하게 맞아주셨습니다. 책이 입고되던 날 대표님의 아내 분도 뵈었는데 대표님 못지않게 마음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예쁘게 책을 진열해주셔서 더 감동이었습니다. 서점에 갈 때마다 '자기 책이 진열된 것을 보는 작가님들의 마음은 어떨까?' '나도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올까?'  생각했었는데 진열된 책을 마주하면서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비록 대형 서점에 진열된 책은 아니지만, 서툰 점이 많은 책이지만 그럼에도 참 소중합니다. 아마 혼자서 만든 책이라면 지금만큼의 소중함을 느끼진 못했을 것입니다.  아빠와, 동생이 함께 만든 책이어서 귀하고, 책이 나올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준 것이어서 더 값진 책입니다. 출판사에 투고할 용기는 없었으면서, 직접 책을 제작할 용기는 어디서 나왔을까 싶지만 그 사이 경험한 많은 것들이 성장의 키를 한 뼘 더 키워주었고, 제 자신을 한층 더 단단하게 해주었습니다.


나도 책 한 권 만들고 싶은데 주저하고 있다면 저의 부족함 많은 글에 용기를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실행에 옮기셔서 꿈을 이루셨으면 합니다. 그 과정에서 힘든 점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제가 아는 한 성심껏 답변을 드리고 도와드리겠습니다.  더불어 브런치에 새롭게 연재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은 더 부지런히 글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머물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세요. 조만간 새로운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궁금한 사항은 댓글 남겨주시거나 또는 메일 보내주세요.

메일 주소는 kiun1018@naver.com 입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조금 특별한 첫 책, 뷰레이크 타임 석호이야기-1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