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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Jan 24. 2017

조금 특별한 첫 책, 뷰레이크 타임 석호이야기-1편  

1인 출판 제작 후기      

지난해 아버지와 함께 호수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과 글을 모아 책을 만들었습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응모를 하고 싶었지만 타 매체에 연재를 하기도 한 글이어서 응모를 하지 못했습니다.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해볼까 고민도 하였지만 직접 책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고민 끝에 1인 출판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책을 만들어야겠다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아빠 때문이었습니다. 그 당시 아빠께서 허리를 다치셔서 며칠 동안 치료를 받다가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결국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한동안 입원을 하셔야 했습니다. 이럴 땐 프리랜서인 게 참 다행스러웠습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빠께 아무런 힘도 되어드리지 못하는 것이 그저 죄송스러울 뿐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아빠와 그동안 여행한 곳들을 하나하나 다시 사진을 보고 글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만들어야겠다 결심한 건 그때였습니다. 디자인을 전공한 동생이 도와준다고 하여 결심을 굳힐 수 있었습니다. 만약 동생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책은 완성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사실 책을 만들기 전엔 종이 재질이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책을 만들기로 결심은 했지만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때 찾은 곳이 강릉 유일의 독립출판서점인 깨북이었습니다.  그 당시 깨북 안상현 대표님도 가게 오픈 준비를 하던 시기였습니다. 바쁘고 정신없는 와중이어서 귀찮을 법도 한데 대표님께서는 저의 질문들에 찬찬히 답해주셨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걸 가르쳐주신 분이 바로 안 대표님이셨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의 기초적인 질문들에 얼마나 황당하셨을까 싶기도 합니다. 나중에 책이 나온 후 가장 기뻐해 주신 분 중 한 분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책을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이처럼 도와주는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책을 제작하기 위해선 책 제작비용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어떻게 마련할까. 고민 끝에 도전하게 된 것이 바로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입니다. 인지도도 없는 내가 과연 목표액을 달성할 수 있을까. 처음엔 자신이 없었지만 안 해 보고 후회하기보단 해보고 후회하는 쪽이기에 용기를 내 이틀 밤을 꼬박 새우며 프로젝트 페이지를 만들고 텀블벅의 승인을 기다렸습니다. 이틀 후 승인이 났고 12월 5일부터 텀블벅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목표 금액은 300만 원. 목표 마감일은 1월 2일. 마감일까지 금액이 달성되면 성공. 달성되지 못하면 실패. 둘 중 하나였습니다.


인지도가 있었다면 수월 했겠지만 인지도 제로인 저로서는 홍보가 관건이었습니다. 불쾌한 일을 경험한 후 모든 SNS를 탈퇴하였는데, 홍보를 위해선 SNS는 필수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가입을 하였고, SNS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친한 친구들에게 소식을 알리기 시작했고, 선생님과, 선배, 후배들에게 소식을 전하였습니다. 내 일처럼 기뻐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괜스레 부담감을 주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컸습니다.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점점 초조해졌습니다. 그러다 12월 31일.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목표 금액이 100% 달성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해를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텀블벅이 진행되는 동안 동생의 책 디자인 작업이 함께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만약 실패하더라도 곧 다가오는 아빠의 생신 때 책을 선물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재능기부로 작업을 해주는 동생에게 한없이 고마웠습니다.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도 컸습니다. 저도 처음, 동생도 처음이다 보니 서툰 부분이 많았습니다. 처음 나온 샘플북은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이때가 제가 가장 후회스러운 순간인데요. 동생 앞에서 수고 많았다는 말보다 실망한 표정을 먼저 지은 것입니다. 이 일로 동생과 이틀 동안 냉전 상태이기도 했습니다. 동생은 그 사이 다시 마음을 잡고 디자인을 수정했습니다. 책 표지도 거듭 수정을 한 끝에 현재의 책 표지가 만들어졌습니다. 수정 후 다시 만든 샘플북으로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었습니다. 



책 저작권 보호를 위해 ISBN을 등록하고, 이를 위해 출판사 사업자 등록도 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 등록은 생각보다 절차가 까다롭지 않았지만, '대표'라는 과한 직분이 한편으론 마음을 무겁게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선택이 과연 잘한 선택이었는지는 나중에 시간이 흐른 후에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월 2일 텀블벅을 마감하자마자 곧바로 책 인쇄에 돌입했는데요. 그 사이 몇몇 인쇄소를 알아보고, 견적서 비교를 해보면서 최종적으로 한 인쇄소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만드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정말 책을 쓰는 것만큼이나 책을 만드는 게 어렵구나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이 한 권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1월 6일 첫 책이 집에 도착했습니다. 아빠의 생신 다음 날이었는데요. 하루 늦었지만 아빠의 이름과 제 이름 석자가 새겨진 첫 책을 아빠께 선물로 안겨드릴 수 있었습니다. 수고 많았다는 말을 하시고 책을 받은 아빠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책 표지를 한참을 보셨습니다. 서툰 점이 많은 책이지만 책 만들길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제가 할 일은 이 책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책을 전하고 알리는 일이었습니다. 텀블벅 제작 후기, 그리고 책을 입고하는 과정 이야기는 다음 2편에서 계속 전하겠습니다. 책을 만들고자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는데요. 혹시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한 저의 경험을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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