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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Oct 17. 2016

나와 호수를 지키는 시간,
뷰레이크 타임

석호 탐방, 뷰레이크 타임 마지막 이야기 

석호 탐방을 시작한 지 어느덧 석 달 여의 시간이 흘렀다. 11편의 연재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석호 이야기를 전했다. 오늘은 그 마지막 편이다. 못다 한 석호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번 편은 뷰레이크 타임의 마지막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챙기느라 정작 나를 챙기지 못한 당신에게 거는 뷰레이크 타임.-고기은 제공.

석호 탐방못다 한 이야기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 했다. 어느덧 석호 탐방의 마지막 이야기를 전하는 시간이 되었다. 호수 여행을 하면서 18개의 자연호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를 석호라고 부른다. 이는 강원도 동해안에만 있다. 강릉에 4곳, 양양에 5곳, 속초에 2곳, 고성에 7곳이 있다. 가까이 살면서도 몰랐다. 무관심했던 것을 반성하며 석호 탐방은 시작되었다.      

석호의 생성과정. 석호는 파도나 해류의 작용으로 해안선에 생기는 사주, 사취로 입구가 막혀서 생성된다. -원주지방환경청 제공.
강원도 동해안에 112km에 걸쳐 분포하고 있는 18개의 석호.-원주지방환경청 제공.

   

석호는 지각변동과 모래톱 등에 의해 약 8천여 년 전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담수와 해수의 중간 성격을 갖는 기수호다. 그래서 담수생물, 해양생물, 기수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자연환경 생태계다. 각시수련, 제비붓꽃, 가시연, 순채, 조름나물, 가시고기 등의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서식지이며 백로, 왜가리 번식지로 보전 가치가 매우 높은 생태자원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과 그에 따른 오염물질 유입, 농경지 개간, 생태계 교란종 등으로 석호는 건강을 잃었다. 그러면서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져 가고 있었다.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중광정리에 자리한 군개호. 갈대를 보고 과거 석호가 있었던 자리를 알 수 있는 상태다.-고종환 제공.

석호 탐방의 첫 편인 강릉 풍호. 동해안 석호 중 최남단에 있는 석호였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면적이 약 30만 평에 이르는 호수였지만 석탄재 매립장으로 사용되면서 육지화가 되고 말았다. 육지화된 곳에 골프장이 조성되면서 호수는 영영 볼 수 없게 되었다. 석호 탐방을 하면서 양양 군개호 역시 육지화가 되어 그곳 담당자가 아니면 알아볼 수 없었다. 양양 염개호와 고성 봉포습지도 거의 형태가 남아있지 않았다. 되살리기엔 너무 늦어버린 석호들이었다. 더 이상 훼손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이제 남아있는 석호만이라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때는 붕어 낚시를 하러 사람들이 찾았던 염개호. 지금은 발길이 뚝 끊긴 지 오래다. 육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종환 제공.

강릉 향호, 고성 봉포호, 광포호, 천진호, 선유담, 양양 쌍호, 가평리습지는 갈림길에 선  석호들이다. 육지화가 진행 중이다.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머지않아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동식물들이 살 곳을 잃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그것이 멸종위기종이라면 더욱 그 서식지를 잘 지켜야만 한다. 생태복원이 절실한 이유다.        

수심, 수온, 일조량. 그 어느 것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피지 않는 매우 예민한 식물인 가시연.-고종환 제공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식물인 각시수련과 조름나물 등이 서식하는 석호. 건강하게 지켜야 하는 이유다.-원주지방환경청 제공.]


강릉 경포호와 속초 영랑호에서는 석호의 희망을 보기도 했다. 강릉 경포호는 생태습지복원을 통해 50년 만에 가시연이 자연 발아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속초 영랑호는 지난해 습지 생태공원이 조성되었다. 담수성 어류와 철새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서식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하는 단계다. 자생하는 식물이 늘어나는 것에서 점차 건강을 되찾고 있음을 느낀다. 강릉 순포호, 양양 매호, 고성 화진포호는 현재 생태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건강한 석호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영랑호 습지 생태공원. 왜가리와 오리가 횟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종환 제공.

3개월 간의 석호 탐방이 끝났다. 이 글을 통해 몰랐던 석호에 대해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석호를 지키는 첫걸음은 바로 석호에 대한 관심이기 때문이다. 꾸준히 동행해 준 독자들에게 감사하다. 오늘도 석호를 묵묵히 지키는 분들께도 감사하다. 끝으로 석호 탐방 내내 든든한 힘이 되어준 아버지께도 깊이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뷰레이크 타임을 마치며


늘 내어주기만 하는 호수는
늘 누군가를 챙기는 사람과 닮아 있었다. 

필자가 힘들 때 찾는 곳 역시 집 가까이에 있는 호수였다. 호수를 돌아보는 시간만큼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뷰레이크 타임은 시작되었다. 내 안에 고여있는 질문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조금씩 나를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바라본 해남 고천암호의 일몰은 호수여행 중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이다. -고종환 제공.

나를 돌아보는 호수여행은 다시 호수를 들여다보는 여행이 되었다. 같은 호수를 다시 찾아갔을 땐 느끼는 바가 달랐다. 점차 사라져 가는 석호라는 걸 알았을 땐 그곳이 더 귀하게 느껴졌다.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다는 걸 가르쳐준다. 사라지는 게 비단 석호뿐이겠는가. 우리도 언젠가 사라진다. 우리가 나 자신을, 그리고 서로를 귀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다. 헌데 그 의미를 잃고 살아가고 있다. 석호 여행은 필자에게 그 의미를 다시 찾아주는 시간이었다. 부디 당신도 그 의미를 찾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 뷰레이크 타임 연재는 끝나지만, 이제부턴 당신만의 뷰레이크 타임을 가졌으면 좋겠다.  


*<뷰레이크 타임>은 동아사이언스에서 지난 2월 19일부터 10월 13일까지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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