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호수여행-고성 천진호
수생식물 박물관, 천진호의 위기
천진호에 도착했다. 수련잎들이 수면 위를 가득 채웠다. 꽃이 필 시기가 다소 지났는데도 군데군데 하얀 수련이 피어 있었다. 천진호 역시 선유담 못지않게 갈대가 무성했다. 원주지방환경청에 따르면, 천진호는 동해안 18개 석호 중에서 침수식물과 부엽식물이 가장 넓게 발달한 석호라고 한다. 천진호 유입천 부위에는 아까시나무군락, 갈대군락, 줄군락이 넓게 분포하고 있다. 그 주변으로는 가래군락이 분포한다. 멸종위기식물들도 자생하고 있다. 수생식물의 박물관이라고 할 만하다.
천진호는 수면으로부터 침수식물, 부엽식물, 정수식물이 어우러진 동심원적 구조를 잘 보여주는 석호라고 한다. 그래서 보전 가치가 매우 높은 석호다. 하지만 그만큼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석호를 관리 감독하며 정화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에 와서다.
천진호도 다른 석호들처럼 시련이 많았다. 호수 주변에 대학교가 설립되고, 병원이 입지하면서 호수가 훼손되었다. 옹벽공사로 완충지대가 훼손되기도 했다. 주변 공장과 농경지 등에서 오염물질이 유입되어 수질이 악화되기도 했다.
천진호도 선유담처럼 해수 유입이 차단되면서 기수호의 특성이 사라져 버렸다. 육화가 가속화되었다. 지금도 진행 중이다. 원주지방환경청 자료에 따르면, 천진호는 2010년 호소 면적 0.025㎢, 2012년 0.024㎢, 2013년 0.022㎢로 3년간 88%의 면적만이 남았다. 천진호의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는 건 생물들이 살아갈 서식처가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때다.
천진호는 지난 편 봉포호처럼 생태계 교란종인 블루길, 황소개구리 때문에 몸살을 앓기도 했다. 이들의 천적인 가물치를 방류하고,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통발과 어망을 이용해 이들을 포획하는 등 생태계 퇴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이로 인해 붕어, 잉어 개체수가 전보다 많아졌다고 한다. 생태계 교란종 포획, 퇴치 활동은 오는 10월 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석호 열한 번째 이야기, 고성 선유담, 천진호 뷰레이크 타임을 마무리하며
고성 선유담과 천진호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육화가 진행되는 것이 석호의 자연적인 하나의 과정임에도 지나친 개발로 그 시기를 앞당긴 꼴이라서 안타깝기만 하다. 언젠가 사라질 운명이어도 살아가는 동안만큼은 건강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더는 석호가 훼손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