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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Oct 17. 2016

사라질 위기, 갈림길에 선
선유담, 천진호-1

백조의 호수여행-고성 선유담 

사라진다는 것은 비단 사람만의 두려움은 아닐 터. 자연도 그렇다. 석호는 자연적으로 생성된 호수여서 언젠가 사라질 운명이라고 앞서 이야기했었다. 여기 육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그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석호들이 있다. 선유담, 천진호를 차례차례 돌아보았다. 

다양한 수생식물이 어우러진 천진호. 수생태계의 보고다.-고종환 제공.

화랑들이 노닐던 선유담의 위기 

신라시대 사선랑인 영랑, 남랑, 술랑, 안상이 바둑과 장기를 두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석호가 있다. 선유담이다. 노송이 많고, 꽃이 만발하고, 호수 가득히 순채가 절경을 이루었다고도 한다. 조선시대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도 이곳에 반해 화폭에 담았다.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리에 있는 선유담.유역면적은 0.71㎢다.-고종환 제공.

지금 선유담은 이곳 담당자가 아니면 찾기도 힘들다. 선유담을 찾아오는 사람이라곤 환경감시대원과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어르신뿐이라고 한다. 선유담으로 향하는 진입로부터 난항이었다. 선유담은 국도가 확장되며 고립된 석호가 되어버렸다. 해안과 단절되면서 기수호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조명환 죽왕면 환경감시반장의 안내를 받으며 선유담 탐방 ing-고종환 제공.

선유담은 육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담수 면적도 매우 적게 남아 있는 상태다. 원주지방환경청에 따르면, 선유담은 호소 면적의 60% 이상이 건육화와 관계있는 식물이 덮고 있어 건육화 상태가 아주 심각한 석호 중 하나라고 한다. 주변 농경지에 의해 유역면적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갈대 습지로 인한 육화 정도가 심한 선유담.-고종환 제공.

이곳엔 가학정이라는 정자가 있었다고 한다. 호수를 전망하던 운치 있는 정자였다. 허나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단원 김홍도의 <금강사군첩-가학정> 에서나 그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이 정자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대시인인 택당 이식 선생이 간성현감으로 왔을 때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현재는 그 터만 쓸쓸히 남아 있다. 

곳곳에 핀 물옥잠.-고종환 제공.

고성군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비지정문화재인 선유담과 가학정을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그 진행 상황은 더디기만 했다. 그러다 2012년 기초조사사업 학술연구가 진행되었다. 2015년 선유담, 가학정터 복원 및 공원화 조성사업이 재추진되었다. 원형복원 방안은 선유담 진입로 정비, 가학정 옛 모습 복원, 연꽃 군락지 조성, 갈대숲 체험 및 호수길 생태탐방로 개설 등이다.      


2015년 10월엔 ‘고성 비지정문화재(선유담, 가학정터) 복원 및 활용방안 학술세미나'를 개최하며 활동이 이어졌다. 하지만 필자가 선유담을 찾았을 땐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었다. 환경감시대원들의 관리 감독과 정화 활동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갈대 습지 사이로 수련잎을 발견했다.-고종환 제공.

선유담은 워낙 규모가 작고, 겨우 형태만 남아있는 석호이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히려 복원 과정에서 현재 생태계를 훼손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선유담은 육화가 진행되며 언젠가 사라지는 것이 예고돼 있다. 큰 변화를 주기보단 있는 그대로를 보존하며 그 속도를 조금 더디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도 모르겠다. 부디 현명하게 선유담을 지켜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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