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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자까 Apr 19. 2017

임원(任員)할까?

직장비애

임원은 대부분(일부분일수도) 샐러리맨들의 꿈이 아닐까 싶다. 굳이 힘들고 자기 생활도 없이 회사에 목메어 충성하는 그 직위가 뭐가 중요하냐고 하겠지만,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언제나 장(長)이 있고 장에 앉아 보고자 하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적당히 돈 받고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사는데 문제없는 사람이야 임원이라는 직위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직장 생활중에 꽃이라고 하는 임원은 누군가에겐 로망이고 선망의 대상이다.


군에서 별을 다는 것만큼 직장인들 사이에서 임원 위치에 오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낙타가 바늘구멍 지나가는 확률만큼이나 어렵다.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운도 운이지만 지력과 능력, 리더십, 연륜, 때에 따라서는 학벌과 연고 또한 무시 못할 정도로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이 말하는 임원은 이사급의 상무, 전무 이상을 말한다. 사원으로 시작해서 올라갈 수 있는 정점이 부장 정도이고 그걸 넘어서야 임원의 위치에 닿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대기업 기준으로 한 직장에서 2~30년 이상은 버텨내야 하고 50대 이상은 되어야 한다. 예외적으로 특출난 머리와 스펙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3~40대에 오르는 케이스도 있다. 당연 대기업에서 그랬다면 언론의 주목 정도는 받을 거다.


임원을 다는 건 좋은 말로는 별을 달고 신분 상승을 하는 거고, 농담으로는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거라고 한다. 보통 2년 단위로 회사와 재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임원 한 명은 고비용 대상이고 언제든지 정리될 수 있는 파리 목숨 같은 위치이지만 혜택은 꽤 매력적이다. 고비용, 단기 수명이니 화려한 혜택을 주는 게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혜택이라면 억대 단위로의 연봉 상승이다. 부장까지는 억대까지 미치지 못하지만 임원부터는 억대를 뛰어넘는다. 잘 나가는 기업의 임원은 두 자릿수(수십억)까지의 연봉도 받는다. 연봉의 도약뿐만 아니라 중형급 이상의 자가용 및 유지비, 활동비가 주어진다. 필요할 때 기사까지 대동할 수도 있다. 별도의 칸막이나 룸이 있는 임원실이 주어지고 담당 비서까지 배정된다.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의 구성원들에 비서, 기사, 전용 룸까지 할당받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각종 경제적 혜택과 더불어 뭐니 뭐니 해도 어깨를 세워줄 자부심이라는 게 생긴다. 별단 군장성들 한번 지나가면 거수경례가 요란하듯 임원이 되고 나면 주위에서 대하는 태도 또한 달라진다. 이전보다 더 숙여지는 고개 각도와 또렷해진 인사말 소리만 들어도 어깨가 으쓱해지지 않을까.


임원을 바라보는 회사의 시각도 달라진다. 회사가 나서서 챙긴다는 얘기다. 이전까지는 자신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 윗 인사권자에 의해 본인의 성과는 다듬어질 수도 숨겨질 수도 있다. 아무리 잘나도 조직 안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임원으로의 승진은 조직 내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관리할 정도로 다방면에서 능력과 자질을 검증받았고 인정을 받았다는 증거다. 몇몇 의심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내 조직 내에 임원 진급자가 생겼다고 하면 충분히 축하를 해줄 자격이 있는 인물이고 그(녀)만의 리더십을 기대해도 좋다는 말이다.


임원이 되고 나면 연봉과 지위의 상승, 회사 내 입지 확대, 조직관리의 성공, 인맥관리의 승자라고 봐야 한다. 그만큼 한 조직 내에서 몸담고 쌓아온 커리어, 인맥, 업무 추진력, 성과 관리가 어느 정도 결과로 나타났다는 증거다. 직장도 조직 사회 내에서 작은 전쟁터이다. 시시각각 승자와 패자가 발생하고 성공과 실패의 결과가 뚜렷이 나타나는 곳이다. 현대 기업 조직의 가장 큰 목표는 이익창출이고 그 이익창출에는 사람의 몫이 일정 부분 기여한다. 단기던 장기던 실적이 따라다니는 곳에 실적 차이는 눈에 보이는 수치이다. 그 차이의 몫은 인재가 만들어 간다. 이 조직이 저 조직보다 성과가 좋다면 전후 사정을 다 떼고라도 실적이 좋은 수장은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더 좋은 실적을 보여주는 조직의 장은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게 된다. 한 조직을 이끌어가는 인재로서의 임원은 능력의 검증 결과이고 조직 운영 성과의 결과이다.


이런 화려하고 간지 나는 임원이 되고자 하는 꿈은 샐러리맨이라면 가지는 희망 사항이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 피라미드 밑단에서는 오늘도 죽어라 피라미드 꼭대기로 올라가고자 기를 쓰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 한국사회 직장 내 문제점은 능력보다 연공서열, 학연, 지연 같은 서열화가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고 한다. 그리고 일부에선 임원이 되는 과정에 서열화의 입김이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서열화의 폐단은 때론 인격의 서열화를 요구하는 고압적인 자세로 나타나기도 한다. 자기 잘난 맛에 승진을 하고 나면 자기 아래 위치는 다 아랫사람으로 대하는 경우를 본다.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점점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다. 이전까지 동년배로서 강제성이 없던 업무 관계에서도 자신이 지위 상승을 획득하는 순간 동년배도 아랫사람이고 이전 윗사람도 아랫사람으로 대한다. 직위의 상승이 인격의 위치를 뒤바꿔버리는 걸 보는 건 아주 씁쓸한 경험이다. 임원 한 사람의 지위 상승으로 인한 인격 변화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만큼 불편한 요소로 다가온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위치 변화나 자세 변화도 사실 불편하기 짝이 없다. 임원이라는 아주 한정되고 좁은 자리를 치고 올라갈 때 그에 반대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쓸쓸히 퇴장을 하거나 아랫사람으로 강등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퇴장할 사람은 자리 보존을 명목으로 방치하다시피 한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씁쓸함을 안고 말없이 퇴장했고 한 자리에서 호령하던 사람들이 사라져 갔다. 끌어내려진 사람은 때론 굴욕에 때론 좌절에 시름하며 목숨을 연명해 가는 걸 지켜봤다. 몇 년 남지 않은 사람이라면 묵묵히 참고 있다 나가면 된다. 하지만, 한번 올라갔다 내려오는 젊은 중년 부장급들은 오랜 시간을 기가 죽어 모든 걸 감내하며 생활해 간다.


임원의 자리는 달콤하다. 그에 따른 혜택 또한 다양하다. 자존감도 살고 위신도 선다. 책임감도 생기고 없던 리더십도 생길 것 같다. 하지만, 그 열매는 결코 영원히 달고 지속적이지 않다. 올라갈 땐 내려올 거란 생각을 못한다. 올라가면 세상을 다 얻은 것처렴 호령한다. 영원할 거 같지만 권력의 구조는 영원하지 않다. 새로운 사람은 계속 치고 올라오고 있고 옛사람은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치열하게 버틴다. 하지만 결국 남는 건 내려오는 길 밖에 없다. 올라갈 땐 완급 조절이 가능한 완만한 길이지만 내려올 땐 물러설 곳 없는 낭떠러지다.


한 조직에서 오랜 기간 머물며 권력의 상단까지 올라간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른 일을 하는 데 익숙지 않다. 결국 그 자리에서 내려오면 무능해지고 무기력해진다. 달콤한 뒤에 찾아오는 무한한 씁쓸함이다. 치열함 뒤에 맛보게 되는 허무함의 깊이는 생각보다 깊고 충격의 강도는 크다. 변곡이 큰 인생을 살 것이냐 완만한 인생을 살 것이냐의 문제는 온전히 개인의 선택이다. 큰 도전과 성취 있는 삶이 매력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만한 성취에는 그만한 희생이 늘 따라다닌다. 조직 상단으로 올라갈수록 한 개인으로서의 성취감은 높아가겠지만 그 반대급부의 좌절감은 많은 이들에게 영향력을 미친다. 그게 순리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한때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임원을 한번 해볼까도 생각했었다. 차곡차곡 쌓이는 경력과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조직생활 내에서 입지가 높아갈 때면 자신감과 더불어 자만심도 높아갔다. 하지만, 점점 더 높은 곳으로 올라 갈수록 일에 대한 자신감과 성취감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권력의 속성과 권력의 비정함을 목격하면서 차츰 비애감으로 바뀌어 간다. 왕관을 쓴 바보 인생을 사느니 걸인의 자유로움이 더 가치 있음을 알아감에 임원의 꿈은 서서히 멀리해야 한다는 걸 깨달아 간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욕심을 내는 이가 있으니 양보해 주는 거라며 위안삼아 본다.




*타이틀 이미지 출처 : http://blog.matew.com/2016/01/2-1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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