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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위날다 Aug 26. 2024

비 오는 날의 운동

저랑 익히기 한번 하실래요?

익히기는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기술 익히기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명은 기술을 또 다른 한 명은 기술을 받아 주는 역할을 하면서 몸으로 익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시간은 상대방과 가까운 거리에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체온도 느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체취도 맡을 수 있습니다. 지난주 아이들 장염으로 인하여, 수련하러 출석을 못했습니다. 이번주는 향기 나는 유도복을 입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석 도장을 찍었습니다. 익히기가 한 참 진행 중일 때, 검정띠를 맨 선배와의 순서가 다가옵니다. 나이와는 상관없습니다. 띠와 해진 정도에 따라 내 나름대로 선배를 결정합니다. 그 선배에게 밭다리라는 기술을 연습하기 위해, 선배의 뒷깃을 야무지게 잡았습니다. 놀랬습니다. 너무도 축축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바깥 유리창을 쳐다보았습니다. 비가 오는 줄 알았습니다. 비에 흠뻑 젖은 상태로, 한참 밖에 있으면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합니다. 체온을 올리기 위해 몸에서 일을 하는 겁니다. 그 체온 조정 하는 과정에서 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땀과 비가 뒤섞여 나는 체취가 그 선배에게서 느꼈습니다. 그 선배는 한 차례 운동을 하고 두 번째 운동을 시작했던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운동하면 땀으로 유도복이 젖을 수 있을까 의아해합니다. 심지어 유도복 안에 운동복을 따로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흠뻑 젖은 선배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나는 내 인생을 살면서 언제 저렇게 땀을 흘렸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나는 100% 전력질주를 안 했습니다. 누가 시킨 건 아니지만, 100% 전력 질주 하다 실패하면 극복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80%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패하면 스스로 위안을 했습니다. 20% 더 힘을 냈으면, 나는 성공했을 거라고. 그러니 다음엔 100% 달려 보자 하고 다독이며 살았습니다. 고백한 건데, 새로운 도전은 많이 있었지만, 단 한 번도 100% 인적은 없었습니다. 그러한 관성 때문일까요 나는 80%만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 가짐이 스스로 잠재 능력을 저하시키는 꼴이 되었습니다.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땀 흘린 양으로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유도를 배우면서, 단 한 번도 고수가 되겠다 마음먹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선배의 축축한 뒷깃을 나의 손끝 촉감과 코끝을 강렬하게 자극하였습니다. 비 오듯 땀 흘리면서 운동하자. 수련에 임하자. 비록 나보다 15살 이상 어린 친구들과 운동하지만, 요령 피우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나의 땀으로 유도복이 흠뻑 젖게 되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합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나는 한 번도 뜨거웠던 적이 있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도 뜨겁고 싶습니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세월의 노화가 진행되기 전에 더 뜨겁게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밤새워 메신저로 친구와 잡담을 나누던 어린 시절. 이어폰을 귀에서 빼지 않고 음악을 듣던 시절. 고음 연습을 위해 집 떠나가라 괴성을 소리치던 시절처럼 뜨거워지고 싶습니다. 그 뜨거움으로 내 삶을 더 사랑하고 내 주변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내 삶이 더욱 은혜롭고, 의미롭고 싶습니다. 유도장의 이 작은 경험이, 나의 삶과 열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곳은 많은 즐거움이 있고,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더 많은 매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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