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위날다 Aug 26. 2024

프롤로그

시작하며

첫 시작은 항상 어렵다. 머릿속에 수많은 단어와 문장이 떠 올랐지만 결국엔 솔직하게 시작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30대 후반에 시작한, 유도라는 운동에 대해서 글을 쓰려고 한다. 먼저 확실히 밝히고 싶은 건, 나는 유도 전문가가 아니다. 그리고 유도에 수많은 열정을 쏟는 생활 체육인이라기엔 수련 기간도 턱 없이 부족하다. 유도는 매력적인 운동이다. 평생 운동이라곤 담을 쌓고 있던 내가 유도 운동을 시작한 이유. 유도를 하면서 느꼈던 솔직한 내 감정에 대해서 에세이 형식으로 담담하게 써 내려가려고 한다. 이 소재에 에세이 형식을 선택한 이유는, 유도와 에세이는 많이 닮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유능제강 유함이 강함을 제압하듯 에세이 형식의 특유의 부드러운 표현으로 독자들에게 내가 몸소 체험한 유도운동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어릴 적 나의 영웅은, 태극권 이연걸이었다. 이연걸과 성룡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희대의 질문에서도 나는 고민 없이 이연걸이라 주장했다. 이연걸은 다른 무도인과는 다르게 무술이 화려하지 않다. 절제된 동작으로 강한 기에 의한 타격으로 상대방의 외상과 내상을 입히는 절대 무술을 구사한다. 이연걸의 존재는 매일 발차기를 연습을 하도록 시킨,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잠재되어 있던 무도인에 대한 로망이, 왜 갑자기 30대 후반에 다시 찾아왔을까? 대한민국 30대 후반의 가장이라면, 책임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는 시기이기 때문일 거다. 아직 어린 자녀와 점점 아프기 시작하는 부모세대 사이에 중심을 잡고 버텨야 하는 중요하고 힘든 시기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계절로 따지만 우기가 지나 건기 시작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현명하게 지나가야 하는 시기이다. 이런 환경에 선 나는 과거 어린 시절 나의 우상이었던 이연걸이 생각이 났다. 수련을 통해, 몸과 마음을 갈고닦아 내공을 쌓은 사람을 무도인이라 한다. 무도인에게 더 많이 챙겨야 하는 부분이 많이 있을 거다. 예도, 도덕, 충효 그 수많은 정도의 길을 우직히 가는 사람은 외부의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본인의 삶을 묵묵히 지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소위 내공이 강하다고 한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었다. 몸과 마음이 점점 지켜 갈 때, 나를 일으켜 세우는 운동이 필요했다. 그중에서도 유도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하나는 유능제강이고 둘째는  예시예종이다. 나의 왜소한 체격과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강하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아니 믿고 싶었다. 두 번째 예시예종. 예로 시작하여 예로 끝나는 운동인 유도의 정신에 홀딱 반해버렸다. 타격보다는 메치는 것이, 꺾고 비트는 것보다는 누르기가 내 성향에 더 부합이 될 것 같았다. 시작은 참 거창하였으나, 운동 시작하고 수많은 고민을 했다. 일주일 주 3회 운동 나가는 시간이 다가오면, 내 머릿속에 100가지 이상의 핑곗거리가 떠 올랐다. 직장 생활하면서 배운 못된 버릇이 나왔다. 효과적인 자기 합리화 방법을 강구하였지만, 결국 이것은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다. 3개월 한 번에 결제를 했던 나 자신에게 많은 후회를 하였다. 3개월만 겪었던 에피소드 중 가장 힘들었던 건 도복을 입는 것, 그리고 도장에서 들어서는 일이었다. 내가 출석한 시간이 성인부 운동시간이지만, 대부분이 중학생과 고등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젊은 친구들과 삼촌 뻘 나는 내가 함께 도장에 서 있노라면, 수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환불하고 집에 갈까?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