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하면 역시 먹방이지!

이야기

by 견뚜기

*우동전문집 '우무기(Umugi)'의 부카게 정식 모습


오사카를 가면 뭘 먹어야 할까? 여행 가기 전에 와이프랑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했다. 오사카 여행책을 보니 먹고 싶은 것이 참 많았다. 그래도 맛집을 좋아하는 와이프의 추천을 따르기로 했다.

루쿠아 몰에 있는 오사카 명물 장어집 '이즈모 루쿠아' 외관(왼쪽), 장어 계란 덮밥(가운데)와 소소기 장어덮밥

첫날 도착해서 찾은 곳은 루쿠아몰의 장어덮밥집 '이즈모 루쿠아'다. 루쿠아 쇼핑몰 지하 식당가에 위치한 이 식당은 푸짐함을 넘어서 살벌한 양의 장어덮밥으로 유명하다. 첫날 초행길이라 구글맵을 켜고 식당을 검색해 무조건 화살표 방향을 따라갔다. 루쿠아 지하 식당가에 들어서니 저 멀리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왠지 그곳일 것 같았다.' 역시나 그곳이 '이즈모 루쿠아'였다. 40분 정도 대기했다. 인기 식당이라 그런지 사람이 가득했다. 그런데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았다. 이즈모 루쿠아의 대표메뉴인 우뚝 솟다! 장어 계란 덮밥과 소고기 장어 덮밥을 시켰다. 그리고 입가심 생맥주 한잔!(나나 와이프가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어서 둘이서 가볍게 맥주 한잔이면 충분하다.)


비주얼이 압도적이었다. 중간사이즈 사발 같은 볼에 밥과 장어구이가 넘치듯이 쌓여 있었다. 양이 어마무시했다. 장어도 살이 토실토실하니 한국에서 보기 힘든 크기의 장어였다. 맛도 장어구이 특유의 달달함과 장어가 계란말이 또는 쇠고기와 잘 어우러졌다. 다만 워낙 장어구이가 느끼하고 양이 많아서인지 느끼함은 있었다. 워낙 양이 많아 대부분의 손님들이 밥을 남겼다. 장어구이만 먹어도 충분히 배가 부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손님이 나갈 때마다 직원들이 식당 입구까지 따라 나와 큰 소리로 고맙다고 인사하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가게를 나설 때도 감사 인사를 받아, '이즈모 루쿠아'에 대한 좋은 기억이 두 배가 됐다.


장어로 과식을 했으니 저녁은 간소하게 우동으로 정했다. 한큐 3번가 지하 식당가에 우동 전문집 '우무기(Umugi)'를 찾았다. 메뉴는 우동과 붓카게 그리고 생맥주 한잔! 나는 붓카케를 처음 먹어봤는데, 면이 살아있다는 의미를 처음 느낄 수 있었다. 면이 탱글 탱글해서 탄성이 있었다. 그리고 면을 붓카케 소스에 찍어서 먹으니 면발이 입안에서 춤을 추는 듯했다.

우동 전문집 '우무기(Umugi)'의 붓카게 정식(왼쪽)과 우동 정식


둘째 날 메뉴는 오코노미야키! 와이프가 오코노미야키를 참 좋아한다.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오코노미야키집 '키지(Kigi)'를 찾았다. 오사카역 역사 주면 상가 식당가에 위치한 식당인데 이곳 역시 4시에 가서 한 시간을 기다리다 들어갔다. 2층으로 올라가니 어두컴컴한 다락방 같은 곳이 식당이었다. 오코노미야키 불판 앞에 바가 있고 옆에는 식탁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다. 넉넉잡아 20~25명 정도 수용이 가능할 것 같았다.


오코노미야키와 야키소바를 주문했다. 그리고 입가심 음료는 이번엔 하이볼 한잔! 생각보다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눈앞에서 오코노미야키를 조리하는 모습을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한국에서 먹어본 오코노미야키, 야키소바랑 비교해 맛이 진했다. 소스의 진한 달달함과 풍성한 재료의 맛이 잘 어우러졌다. 그리고 양도 제법 많았다.

오코노미야키 맛집 '키지' 사장님이 가게 앞에 서있다.(왼쪽) 오코노미야키(가운데)와 야키소바.

'키지'에서 계산하며 용기내서 '오이시(맛있었어)'라고 인사를 건냈더니 표정이 없던 남 직원이 활짝 웃으며 '아리가토 고자이마스(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멀리서 그 모습을 본 와이프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데 그렇게 화기애애하냐며 물었다. 사실 별 얘기 아니었는데, 솔직한 칭찬 한마디의 중요성을 느꼈다. 그 이후 식사하고 나오며 '오이시'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일본 와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스시다. 이번 여행에서는 스시는 피해보고자 했는데, 어김없이 먹었다. 오사카 여행 전 흑백요리사 2를 보면서 우승자인 최강록 요리사가 요리 천국에서 선보인 '무시즈시(찐 초밥)'을 보면서 먹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넷에 무시즈시를 검색했더니 오사카와 교토의 스시집을 찾을 수 있었다. 그중 오사카에 있는 '우메다 요시노 스시'를 찾았다.


우선 8피스짜리 세트를 먹었다. 새우, 장어, 겐사키 오징어, 방어, 연어알, 새조개, 참치, 도미 등 8개 세트를 시켰다. 생선살이 참 부드러웠다. 새우는 살이 참 실했다. 왠지 아쉬워서 추천 메뉴는 검은 참치와 도미 메네기를 추가 주문했다. 검은 참치는 참치살이 너무 부드러워 입에 들어가자마자 사르르 녹았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듯한 식감이 좀처럼 맛보기 힘든 식감이었다.


백미는 '도미 메네기'였다. 사실 처음 보는 형태의 스시라 시켜봤다. 입에 들어가는 순간 참기름 양념장 같은 참기름의 고소함과 소금을 짭조름함이 입안에 퍼지면서 채소의 아삭함이 식감을 더했다. 먹는 순간 '이 맛은 대체 뭐지?'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흑백요리사 2에서 백종원 씨가 종종 취하던 포즈다. (흑백요리사 2를 너무 열심히 봤나 보다.) 챗GPT에 사진을 보여주고 물었더니, 생선의 부드러움과 채소의 아삭함을 더해 산뜻함을 가미한 채소말이 스타일의 스시라는 설명이다. 전통 스시집에서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우메사 요시노 스시' 외관(왼쪽)과 스시세트(가운데), 도미 미네기(사진 왼쪽)


사실 일본에서 생선구이를 먹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최근 생선구이를 좋아하게 되면서, 일본 생선구이는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2년 전 삿포로를 갔을 때 생선구이를 처음 도전했다. 맛이 괜찮았다.


도착 첫날 우동을 먹으러 '우무기(Umugi)'를 찾아 한큐 3번가 지하식당가를 갔다가 우연히 생선구이가 진열되어 있는 식당을 발견했다. '생선구이정식과 가마솥밥 우메다 식당' 간판이 붙어있었다. 사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생선구이는 옵션에 없었다. 생선구이집을 발견하고 생선구이를 즉석에서 추가했다. 생선종류는 고등어, 연어, 임연수, 볼락, 꽁치구이 등이 있었다. 그리고 구이 스타일로는 소금구이와 된장구이(사이코야키) 정식이 있었다. 된장구이는 교토의 옛 이름인 사이쿄에서 따론 것으로 교토 스타일 된장구이다. 흰 된장에 생선을 재워두었다 굽는다.


무난하게 고등어 소금구이 정식과 붉은 생선 사이코야키 정식을 주문했다. 고등어는 적당히 짭짤했고 살이 실했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가마솥 밥 한 숟갈에 고등어 한 점을 올려 먹으니 밥의 고소함과 은은하게 짭짤함이 벤 통통한 고등어살이 어우러져 식욕을 돋웠다. 말 그대로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붉은 생선(Red Rockfish: 볼락) 사이쿄야키 구이는 비주얼부터 달랐다. 넓게 양옆으로 퍼진 생선살에 된장에 윤기가 흘렀다. 어떤 맛일지 궁금해 살을 한점 떼먹었다. 붉은 생선살의 꽉 찬 느낌과 된장의 달달함이 잘 어우러졌다. 가시가 많은 것이 흠이었지만, 이 역시 밥과 함께 먹으니 한 그릇이 순삭이었다. 마치 맛에 홀린 듯 말도 없이 허겁지겁 먹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깨끗하게 빈 그릇과 생선 뼈만 남아 있었다.

'생선구이정식과 가마솥밥 우메다 식당' 모습(왼쪽), 붉은 생선 사이쿄야키 구이(가운데), 고등어 소금구이

생선구이는 관광객보다는 현지인 손님에게 더 인기가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니 줄 서서 대기하는 손님의 줄이 길어졌다. 대부분 근처 직장인 같았다.


오사카역 인근 상가를 오다가다보면 길게 늘어선 줄을 종종 볼 수 있다. 범인은 타코야키 맛집인 '하나다코'다. 줄은 긴데 하나다코 가게 앞서서 먹을 수 있는 좌석은 많지 않았다. 다행히 타코야키 먹는 속도가 빨라 회전이 빨랐지만, 우리는 테이크아웃을 해서 호텔방에서 먹기로 했다. 가게에서 먹는 손님은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테이크 아웃 손님은 줄에 상관없이 우선적으로 주문을 받아 음식을 주기 때문에, 쉴 겸 해서 호텔에서 먹기로 했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타코센과 대파마요 타코야키 6개다. 타코야키는 달달한 소스, 마요네즈 그리고 대파의 매운맛이 어우러져 맛있었다. 역시 줄 서서 먹을만한 맛이었다.

타코야끼 맛집 '하나다코' 모습(왼쪽), 타코센(가운데), 타코야끼.


우리의 마지막 식사는 스파게티! 사실 일본 하면 먹는 메뉴가 너무 뻔했다. 스시, 라면, 우동, 모밀, 돈까스 등 우리에게 익숙한 맛이다. 그런데 문뜩 일본 경양식이 궁금해졌다.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일본 사람들이 경양식을 즐겨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오사카에 가면 꼭 경양식을 먹어보자 했다. 후보는 함박스테이크, 스파게티, 오므라이스였다.


그중 함박스테이크는 한큐백화점 식당가 함박스테이크집이 유명했는데 줄이 너무 길어 포기했다. 그다음으로 궁금했던 것이 스파게티였다. 특히 일드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나폴리탄 파스타가 궁금했다. 챗GPT에게 일본의 나폴리탄 스파게티에 대해 물었다. 나폴리탄 스타일과는 무관하고, 토마토 케첩을 이용해 만든 스파게티였다. 다행히 호텔 건물 8층 식당가(호텔은 9층부터 24층까지였다)에 '철판 스파게티 린쿠스 우메다점'이 있었다. 해물 봉골레와 반반 스파게티로 나폴리탄 스파게티와 까르보나라를 주문했다.

'철판 스파게티 린쿠스 우메다'의 봉골레(왼쪽)과 나폴리탄 스파게티와 까르보나라

해물봉골레는 봉골레 향이 강했다. 그리고 철판에서 구워서 그런지 마치 뚝배기로 국밥을 먹는 것처럼 음식이 뜨거웠다. 나이 들었나 보다. 뜨끈한 음식이 좋다. 전체적으로 면도 탄력이 좋고 맛있었다. 한국에서 먹는 파스타에 비해 맛과 향이 진했다. 케찹 베이스인 나폴리탄 피자는 달달했고, 까르보나라는 한국보다는 덜 느끼한 무난한 맛이었다.


되돌아보니 먹방만 한 것 같다. 그럼에도 못 먹은 메뉴들이 있어 아쉽다. 일본 가정식, 오므라이스, 함박스테이크, 스끼야키, 튀김. 못 먹은 메뉴들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있는동안 맛있게 잘 먹었다.


식당에서 계산하며 어느덧 나의 입버릇이 되어버린 한마디.

"It's really 오이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