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사진 설명: 교토 청수사 사원 지붕의 모습
'와~! 영화 속에 온 것 같다!'
교토 기온사조역에 내려 교토를 본 첫 느낌이었다. 마치 1900년대 초반을 연상시키는 크고 작은 건물들이 늘어 가모강변을 따라 늘어서 있었다. 옛 풍취가 남아있는 곳이 교토였다. 기온사조역을 내려 바로 눈에 띈 것은 가모강변이었다. 달리기 딱 좋게 만들어진 코스였다.
사실 구정 연휴 전날인 금요일에 오사카에 도착해 교토를 언제 가느냐 고민을 했다. 오사카에 도착해 보니 일요일에 '2026 교토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것을 알게 됐다. 체코 프라하에서처럼 교토 마라톤을 구경하느냐, 아님 마라톤 인파를 피해 토요일에 오느냐 고민을 하다가, 인파를 피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토요일부터 구정 연휴가 시작되니, 다른 관광객들은 토요일에 오사카에 도착해서 빨라봐야 일요일에 교토를 방문할 것 같았다. 일요일에 마라톤 대회에 관광객까지, 인파가 엄청날 것 같았다. 그래서 여행 둘째 날 교토를 다녀오기로 했다. 막상 교토에 와보니 옛 정취 가득한 교토 시내를 달리는 교토 마라톤 대회를 구경하는 것도 운치가 있을 것 같았다.
당일 일정이라 교토에서 유명한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를 찍고, 기요미데즈라(청수사)와 기온 거리만 보기로 했다. 이곳이 교토의 가장 대표적인 볼거리라는 것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붉은 터널로 유명한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 매년 외국인이 꼽은 교토 명소 1위로 꼽힐 정도로 인상적이다. 붉은 주홍빛의 센본 도리이가 산길을 따라 터널처럼 이어져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일본 주요 기업들이 사업 번창을 빌며 세운 1만여 개의 도리이가 산을 따라 이어져 터널을 만들었다. 그 도리이 안을 따라 걸으면 다른 세계에 온 듯하다. 진한 주황식 길이 마치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는 통로 같았다. 센본 도리이 길을 보면서 진한 주황색의 강렬한 색감이 일본 스러웠다. 진한 주황색을 참 이쁘게 뽑았다. 도라이이의 주황색이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의 비행기를 연상시킨다. 색감이 비슷하다.
확실히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에는 한국인 관광객들보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일본이 익숙한 우리보다는 서양인들에게 이국적인 분위기기 물씬 나는 센본 도리이길이 더 인상적이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센본 도리이 하나하나가 사업번창을 기원하는 내용이니, 좋은 기운이 물씬 배어 있을 것 같았다.
다음은 버스를 타고 '기요미즈데라(청수사)'를 찾았다. 기요미즈데라가 있는 지역은 옛 교토의 정취가 그대로 살아있다. 기요미즈데라로 오르는 길 산넨자카와 니넨자카길은 교토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2개의 언덕길로 기요미즈데라로 향하는 길에 기념품, 간식거리 등 다양한 물품을 파는 전통가옥들이 줄지어 있다. 아침인데도 인파가 가득했다. 그래도 길을 따라 위치한 상점들을 구경하며 오르니 복잡한 느낌이 들진 않았다. 다만 추석 등 명절 때 오면 인파가 엄청 몰려서 한걸음 전진하기도 힘들 정도로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 일본인들에게도 인기 명소라는 것이다.
기요미즈데라는 교토 동쪽 오토와산 중턱에 위치한 13만 평 규모의 사찰로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고 중요 문화제를 다수 보유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우리는 시간상 사찰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산 중턱에 올라 절에서 내려다본 교토 시내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옛 시대로 온 듯했다. 기요미즈데라에 오르면 한 가지 배운 관광팁이 생겼다. 구경을 하다가 찜해놓고 나중에 내려올 때 사는 것은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기요미즈데라로 향하는 길이 몇 가지가 있어서 같은 길로 내려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광을 하는데 새 길을 놔두고 같은 길을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결론은 "눈에 들면 망설이지 말고 사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교토를 오면서 따로 식당을 찾지 않았다. 예전에 교토를 와봤었던 와이프에 따르면 기요미즈데라에 오르면서 다양한 간식을 맛볼 수 있어, 간식들 먹으면 배가 부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길거리 간식으로 끼니를 때우기로 했다. 우리의 첫 간식은 말차 아이스크림! 일본에서도 교토가 녹차(말차)가 유명해서 말차 아이스트림을 파는 곳이 많았다. 녹차 특유의 맛과 달달함이 어우러져 맛있었다. 간혹 아이스크림에 녹차 가루를 뿌려주는 곳이 있는데, 먹고 나면 입술과 옷에 녹차 가루가 듬뿍 떨어져 있을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일본에 왔으면 일본의 전통 간식은 필수다. 우선 당고. 꼬치에 동그란 떡을 끼워놓고 설탕물을 듬뿍 묻힌 간식으로 말 그대로 달다구리다. 한참 기요미즈데라에 오르는데 앞선 관광객들이 꼬치에 기다란 초록색 막대를 들고 먹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에는 쑥떡인가 했다. 자세히 보니 절임 오이였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일단 사서 먹어봤다. 오이의 아삭함과 소금에 살짝 절여진 짭짤함이 오히려 담백했다. 절임 오이가 식욕을 자극하는 듯 입에 침이 고였다. 이외에도 일본 화과자를 파는 가게도 많았는데, 화과자를 시식만 했다. 뭔가 익숙한 맛이었다.
교토라 그런지 일본 전통과자를 파는 가게도 보였다. 김말이 과자, 화과자 등을 팔았는데, 생강 과자가 끌렸다. 국내에서 먹은 생강 과자랑 비교해 생강맛이 은은하고 단맛이 강했다. 이 역시 맛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몇 개 더 사놓을걸'하는 후회가 든다. 이외에도 후리가케만 파는 가게, 절임 채소를 파는 가게 등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가게들도 있었다.
기요미즈데라에서 내려와 기온 골목을 지나 교토가와마치역으로 향하던 길에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절임 야채로 만든 스시였다. 교토절임 전문점 니시리에서 가게 입구에 내놓고 팔던 제품이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서 절임 야채 스시를 사서 가게에서 먹었다. 챗GPT에 따르면 교토에 불교 사찰이 많아 채식을 많이 해서 야채 절임을 이용한 채식 문화가 발달해 있다. 그래서 절임 야채를 이용한 스시는 교토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라는 설명이다. 보통 절임 야채 가게에서 판매한다고 한다.
절임 야채의 아삭함과 적당한 짭조름함이 밥과 잘 어우러졌다.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야채의 신선함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음식을 먹고 입안이 텁텁해지는 것이 아니라 야채의 향긋함이 입안에 가득했다. 다시 한번 먹고 싶은 맛이었다.
교토. 오사카에서 열차로 1시간 거리다. 그러나 천년수도의 진 면모를 알기에는 당일로는 정말 수박 겉핥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또다시 와서 최소 1박 이상은 하고 싶은 곳이 교토다. 다만, 올해 하반기 교토시에서 ' 오버 투어리즘(Over Tourism)'을 방지하기 위해 외국인 대상 세금, 숙박비를 대폭 인상한다는 소문이 돌아 진작에 와볼 걸 하는 아쉬움이 크다.
"교토는 처음입니다만, 반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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