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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Mar 21. 2022

태드 도장깨기는 계속된다(21)

태드 리뷰 / Not me, You’re my sky, Enchanté

배드버디가 완결된지 꽤 되었는데요. 제 맘 속에서 팟과 프란을 보낼 마음이 없어 왠지 완결 리뷰를 쓰기가 망설여지네요. 이런 저의 전적은 영원한 1위&2위의 역습에서도 발휘되었는데, 2위의 역습이 완결된지 몇 달이 지난 후에야 겨우 완결 리뷰를 썼었습니다. 언젠가 팟프란이자 옴나논인 그들을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가 되면 배드버디 리뷰는 써보도록 하고, 최근에 보고 있는 드라마들 리뷰를 차례로 남겨볼게요.


<Not me>

드디어 어제 완결된 낫미입니다. 태드치고는 비교적 긴 회차인 14회차로 막을 내렸음에도 한회차 한회차가 짧아서 정말 쏜살같이 지나간 느낌이에요. 독립영화 감독인 피눗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찌엠과 협업한 작품인데요. 기존의 GMMtv에서 볼 수 있었던 작품과는 다른 결의 작품이지요. 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불평등에 대한 기본지식을 알고 본다면 더 재밌겠지만, 그걸 모르고 본다고 해도 매회차 이에 대한 공부를 시켜주는 드라마입니다. 특히나 초반부에 그런 경향이 더 강한 편이에요. 법학과에 재학 중인 등장인물들로 인해 법치주의에 대한 토론을 할 때는 머리에 쥐가 나는 느낌이었어요. 가뜩이나 본방으로 볼 경우 이걸 영자막으로 보려니 정말 시험에 드는 느낌이었는데, 그럼에도 매주 본방을 달렸습니다.


그럼 이렇게 사회정치적이고 시청자에게 법 공부까지 시키는 드라마를 본방사수하게 만든 요인이 뭐였냐 하면, 서사가 착착착 쌓이지는 않는데 묘하게 속도감 있는 전개, 감각적인 연출, 적재적소에 배치된 세련된 OST, 빛과 어둠을 적절히 사용한 장면 구성, 옾깐이라는 안정적인 CP의 바이브, 의외로 강렬한 서브커플 가펏(가윈&퍼스트), 매력적인 조연들 때문이었어요.


특히나 여캐들이 하나같이 매력적입니다. 블랙의 전여친 유진, 션을 좋아하는 나모, 그램의 대학동기 눗치, 잠깐 등장하는 욬의 엄마, 블랙&화이트의 엄마까지 여캐들이 하나하나 살아있어요. BL 드라마에서 흔치 않은 일이지요. 그리고 각각 개별적이고 다채로운 느낌으로 독립적이면서 주체적인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이런 느낌은 그 여캐에게 파트너가 있는지 없는지와는 딱히 관련이 없는 것 같아요. 아마도 이런 성향은 감독 자신이 트랜스젠더임과 관련이 없지는 않을 거라 짐작해봅니다. 여튼 조연인 여캐들도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메인커플 얘기를 하자면, 화이트&션입니다. 그리고 화이트는 블랙과 쌍둥이에요. 쌍둥이형인 블랙이 큰 부상을 당해, 블랙인 척 갱단에 잠입한 화이트와 그 갱단의 멤버였던 션이 결국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가 큰 줄기예요. 물론 이들이 있는 갱단이 부정부패와 독과점의 상징인 기업가 타위를 무너뜨리려고 조직된 게릴라성 갱단이라, 사회정치적인 이야기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지요. 특히나 션의 경우 타위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션 캐릭터가 환경적으로나 심정적으로 불안불안한 남주이기 때문에 화이트의 지지와 도움, 사랑이 필요한 인물이기도 해요.


서브커플로 넘어가자면, 댄&욕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서브커플이 굉장히 강렬하고 낭만적으로 느껴졌는데요. 예술대학에 재학중인 욬이 게릴라성으로 그림을 그리고 사라지는 유나(댄)을 보고 첫눈에 반하는 것처럼 빠져드는 과정이 마치 예술가가 뮤즈에게 빠져드는 과정 같았달까요. 그리고 두 캐릭터 모두 나름의 사연이 있고, 그로 인해 서로를 더 사랑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배신하기도 하고, 결국 다시 보듬는 과정이 쭉 이어지기 때문에 서브커플임에도 서사가 인상적이었어요.


13회까지만 해도 이거 한편 남았는데 어찌 끝내려나 싶었는데, 뭔가 판타지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방안으로 한큐에 해결을 하더라구요. 옾의 연기가 일취월장해서 이제는 정말 배우처럼 보이고, 깐은 늘 그렇듯이 잘하고(블랙&화이트 일인이역은 정말 박수쳐줄만 합니다), 의외의 발견 퍼스트, 가윈까지 배우들에게는 은혜로운 작품이지 않을까 싶어요(물론 피눗치의 작업방식 상 찍는 과정은 고생스러웠겠지만). 옾깐에게 Theory of love(띠오럽)과 완전히 다른 결의 이 시리즈가 있다는 게 왠지 다행스럽게 느껴졌던 작품이었어요.



<You’re my sky>

이제 마지막 한편만을 남겨두고 있는 유아 마이 스카이입니다. 이 드라마는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첫회를 보고 지금까지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인데요. 앜~! 재밌어!!!!! 이런 느낌이라기보다 주말 오후 반수면 상태에서 졸린 눈을 부벼가며 나른하게 보는데도 재밌는 느낌이랄까요. 전개 속도가 딱히 빠르지도, 러브라인이 엄청나게 설레지도 않은데 이상하게 재밌어요.


그리고 그 시절 슬램덩크를 떠올리게 하는 스포츠만화 감성인데, 전체적으로 등장인물들이 순둥순둥, 나긋나긋해서 뭔가 순정만화 느낌이 섞여 있는 작품입니다. 아쉬운 점을 굳이 찾자면 배우들이 다 신인이고 그렇게까지 미모를 자랑하지 않다는 건데, 이게 또 보다보면 스며들어요. 우선 세 커플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커플의 분량이 적절합니다. 의도적으로 다른 느낌을 가진 세 커플을 배치한 거 같아요.


메인커플을 보자면 파&톤입니다. 두 사람 모두 농구선수입니다. 메인커플답게 어린 시절부터 인연이 있고, 톤이 그 인연을 찾아 대학에 오면서 재회해요. 제목인 You’re my sky의 sky도 톤에게 파의 존재를 상징하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동경하던 형과 결국 연애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여기에 꿈과 사랑은 과연 양립할 수 있는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만 서로의 위치가 다르다면 어떻게 서로를 지킬 수 있는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그리고 이 드라마의 남주들은 너만을 사랑해!!! 널 너무 사랑해!!! 너만 있으면 다 상관없어!!! 이런 유형의 남주들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갈등도 하고, 상대방의 결정으로 시무룩해 하기도 하고, 주변적인 이유로 주저하기도 하는 인물들이기 때문에 묘하게 현실적인 느낌이 많이 납니다. 이건 세 커플 모두 그래요.


서브커플은 션&아이입니다. 이 드라마의 오아시스, 이 커플만 나오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며 어느새 둘 모두가 귀여워 보이는 커플입니다. 축구선수 션과 팀닥터를 꿈꾸는 아이의 이야기인데요. 능글능글 연하남과 새침철벽 연상남의 만남이에요. 처음 볼때만 해도 얘네들 이래가지고 이루어지겠나 싶은데 어느새 둘 사이에 감정선이 쌓이고 진도도 빠르게 나가는 커플이에요. 다만 이리 진도가 빠른 만큼 아이의 일본 유학으로 이별이 예정되어 있긴 한데, 얘네들이라면 롱디도 극복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서서브커플은 돔&위입니다. 두 사람 모두 육상선수입니다. 여자친구의 남동생에게 빠져버린 돔과 누나의 남자친구를 좋아하게 된 위의 이야기인데, 막장이죠. 최근 작품들은 중간에 여캐를 끼고 갈등을 만드는 요소가 드문 편인데, 이 커플에서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순둥순둥한 메인커플 파&톤, 귀염귀염한 션&아이와 다른 느낌으로 애절한 느낌을 주려고 넣은 커플 같아요. 그리고 이 커플의 이야기도 나쁘지 않습니다. 중간에 누나 캐릭터가 있긴 하지만 돔위의 감정선도 나름 차분하게 쌓이거든요. 그리고 둘 사이에 아무것도 없기에 더 애절하달까요. 막상 서로 뭘 한 게 없는데 서로의 마음을 알고 이별부터 하는 커플입니다. 요즘 BL 드라마의 경향이 멋진 녀성, 쿨한 녀성 캐릭터를 표방하고 있기에(아마도 주 시청층을 공략한 게 아닌가 싶은데), 누나의 일깨움으로 결국 이루어질 것 같은 커플이에요.


그리고 I told sunset about you(잇세이, 선셋)을 표방한 듯한 색감, 구도, 장면 구성으로 공들여 찍은 느낌이 많이 나는 작품입니다. 요즘 태드들이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 되긴 했지만, 이 작품은 유독 카메라 워크에 신경을 쓴 느낌입니다.(다만 농구시합 장면은 좀 어설퍼요.) 해피엔딩을 추구하는 태드 경향 상 아마도 세 커플 모두 아름답게 마무리 될 것 같아요.



<Enchanté(앙샹떼)>


아, 이 드라마 할 말 많은 드라마입니다. 찌엠이 배드버디의 후속작품으로 나름 밀어주고 있음에도 그렇게까지 터지지 않는 드라마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재미가 없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에요. 근데 재밌냐고 하면 그건 또 애매해요. 뭔가 남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하기에는 망설여지는 작품. 그러나 나 혼자 몰래몰래 조용히 자주 보고 싶은 작품이랄까요.


우선 주인공인 떼오와 앜이 앙샹떼를 찾아가는 게 메인줄거리인데요. 이 앙샹떼 찾기가 재미가 없어요. 세상에나, 메인플롯이 재미가 없으면 어쩌나 싶죠. 근데 이 앙샹떼를 찾는 떼오와 앜의 이야기는 재밌습니다. 앜&떼오, 본체로는 포스북 특유의 슴슴한 매력으로 끌고 가거든요. 실제로 유치원 시절부터 친구인 두 배우만의 자연스러운 느낌, 신인배우 특유의 천연의 느낌, 무엇보다 포스북만의 슴슴한 느낌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자 모든 것입니다.


그래서 메인플롯에서 앜&떼오의 이야기만 떼어놓고 보면 캐릭터의 감정선도, 배우의 연기도, 서사도 괜찮아요. 근데 이게 앙샹떼 찾기라는 메인플롯에 가려 발현을 못하니 안타깝다고 할까요. 지난주에 예상치 못한 반전이 등장하며 앙샹떼 찾기는 종결이 되었는데요. 이미 극의 말미를 향해가는 시점입니다. 이제 두편 남았어요.


무려 앙샹떼 후보가 4명이나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무매력입니다. 이게 의도된 건지 어쩐건지는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결국 남주는 앜이니깐, 나머지 서브남들이 앜을 뛰어넘을 만큼 매력적이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각본과 연출을 일부러 저리 했나 싶기도 한데, 그렇다기엔 연출이 엄청나게 뛰어나진 않거든요. 근데 희한하게 앜&떼오 둘만 나올 때는 장면 구성이나 연출이 세상 로맨틱합니다. 이제까지 본 찌엠 작품 중에 제일 낭만적인 작품 같아요. 우선 주인공 떼오가 프랑스에서 오래 살았고, 극중 불어도 등장하고, 주요소품인 책의 제목도 앙샹떼니깐요.


거기다 초반부터 뭔가 첫사랑 판타지의 분위기를 풍깁니다. 쟤네 어릴 때부터 서로 좋아했구나, 그땐 너무 어려서 그 감정이 뭔지 모르다가, 다 커서 재회한 거구나, 이런 느낌이 옵니다. 이건 눈치 빠른 분이라면 진즉에 눈치 챌 수 있어요. 그리고 어린왕자에서 모티브를 따온 소품이나 소재도 자주 등장하죠. 떼오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즐겨 읽고 있는 어린왕자 책, 앜이 떼오에게 건넨 늑대쿠션, 둘의 증인인 빨간 장미 한 송이. 하나하나 낭만적이죠. 거기다 사진을 전공하는 앜, 문학을 전공하는 떼오, 앜이 들고 다니는 필름카메라, 떼오가 오도카니 앉아 있는 도서관, 통기타 들고 노래하는 사이파선배 등 뭔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물씬 풍겨요.


저는 초반에는 앜(포스) 연기가 좋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떼오(북) 연기가 좋더라구요. 찰나의 순간에 감정이 드러나거나 변하는 섬세한 표정연기를 보여주는데,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한 심경의 떼오 캐릭터랑 잘 어울리더라구요. 생각해보면 떼오는 어릴 때부터 책(이야기)을 좋아했고, 저물어가는 문학 전공을 살리려 노력했었죠. 그래서 테오의 그 선택이 어쩌면 수긍이 가더라구요.


앜은 한결같이 떼오를 좋아하는 순수한 첫사랑 남친 역할인데, 과연 저 떼오가 나를 좋아할까? 이런 마음으로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하는 인물이에요. 그리고 그게 무심한 듯 슴슴한 포스와 잘 어울립니다. 글고 극 초반에 포스가 용기를 내지 못할 만한 요소들을 촤라락 깔아둬요. 대학교 총장의 아들인 떼오, 반면 누나, 여동생과 알바하며 살아가는 앜. 어린 시절 집 앞마당에서 축구하면서도 축구화 신고 있는 떼오, 그에 비해 스레빠 신고 있는 앜. 이렇게 두 사람의 차이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자잘하게 나옵니다.


그리고 앜의 대사를 통해서도 나오죠. 너 같이 완벽한 사람은 그 선배랑 잘 어울릴 거야. 너 같은 사람이 나를 좋아할 거란 희망을 품고 싶지 않았어. 앜 눈에 떼오는 완벽한 사람인가 봐요. 그래서 더 용기를 못 내는데 그 마음도 일면 이해가 됩니다. 여튼 앜다운 담백하지만 진심을 담은 고백 이후 두 사람은 사귀게 되겠죠. 남은 두 회차가 어찌 마무리될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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